A씨의 듀얼코어 CPU 쿼드코어로 둔갑하다

2011-07-16     PC사랑


오버클록은 일상의 영역을 떠나 익스트림한 취미가 되어버렸다. 외국의 유저가 안전을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액체질소를 이용해 오버클록을 시도하고 있다.

클록 높이면 오버클록, 코어 늘리면 오버코어
과거 오버클록은 비밀스런 마법사 가문에 숨겨진 비급과도 같은 대접을 받았다. 고대 주문을 적어놓은 것 같은 푸르스름한 바이오스를 능숙하게 조작하고, CPU 핀과 소켓에 실보다 가는 철사를 연결하는 등 그들이 펼치는 신공은 오랜 수련과 내공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고, 문파의 수제자만이 펼칠 수 있는 듯 신묘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오버클록은 조선 중기의 화약제조술처럼 보편적인 기술이 되었다. PC 업계가 오버클록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면서부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누구나 간단하게 클록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예전처럼 인고의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고, 실패했을 때의 위험 부담으로 생기는 짜릿한 스릴도 맛볼 수 없다. 때문에 마니아들은 이를 외면하고 오버클록 자체를 즐긴다.

과거 성능 향상이 목적이었다면 요즘은 오버클록 자체가 목적이다. 좀 더 높은 클록을 내고,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려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오버클록 마니아의 즐거움이다. 성능 향상을 위한 오버클록은 손쉬워지고, 그 이상의 오버클록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 셈이다.

오늘날의 PC는 클록이 조금 높아진다고 성능이 크게 나아지는 않는다. CPU 클록보다는 코어의 수와 연산 효율 등이 더 중요하다. 이 탓일까? 최근에는 오버클록보다 코어 수를 늘리는 ‘오버코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버코어란 말 그대로, 듀얼코어는 트리플코어나 쿼드코어로, 쿼드코어는 6코어로 둔갑시키는 기술이다. 물론 모든 CPU가 이런 둔갑술을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버클록보다 더욱 제한적이다. 숨겨진 코어가 되살아나는 CPU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제조사가 봉인한 코어 되살리는 것이 비결
CPU의 코어가 늘어나는 비밀을 알려면 멀티코어 CPU의 설계 방식을 알아야 한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것처럼 CPU도 만들 때는 듀얼코어, 트리플코어, 쿼드코어의 구분 없이 만든다. 제조과정 중에 문제가 생겨서 일부 회로가 정상 작동을 하지 않거나 시장 수요가 특정 제품에 쏠리면 코어 한두 개를 비활성화해서 판매한다. 물론 모든 CPU가 이런 식으로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몇몇 CPU 제품군의 생산 방식에만 적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AMD의 페넘 II X4 프로세서 생산 공정이다. 이 CPU는 정상적으로 생산이 끝나면 코어 4개를 지닌 CPU가 되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듀얼코어인 페넘 II X2가 되기도 하고, 트리플코어인 페넘 II X3가 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일부가 용도 폐기된 코어를 깨워 쿼드코어 CPU로 둔갑하는 것이 오버코어 기술이다.

그렇다면 코어를 몇 개까지 살려낼 수 있을까? 6코어 CPU를 만드는 페넘 II X6 공정에서 나온 B급 CPU인 페넘 II X4 960T 쿼드코어는 6코어 프로세서로 둔갑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쉽게도 AMD가 현재 이 CPU를 PC 제조사에만 공급하고 있어 코어가 6개로 늘어나는 CPU는 당분간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다.

싱글코어가 쿼드코어로, 듀얼코어가 6코어로 뻥튀기되는 법도 없다.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CPU를 만드는 공정이 다르고, 쿼드코어와 6코어 CPU를 만드는 기술이 달라서다. AMD는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6코어를 다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인텔도 3~4가지 라인에서 구조가 다른 CPU를 만들고, 상황에 따라 쿼드코어 생산품 중 일부를 듀얼코어로 만들거나 듀얼코어 생산품 중 일부를 싱글코어로 수정해 내놓는다. 하지만 소비자가 꼼수를 써서 숨겨놓은 코어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은 AMD CPU뿐이다. AMD가 시스템 클록 설정과 안정성 향상을 위해 칩셋에 넣은 고급 클록 설정(ACC) 기능이 뜻하지 않게 숨겨놓은 코어를 살리는 데 이용되면서 코어 부활 스킬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등장한 AMD 8 시리즈 칩셋은 ACC 기능이 제거되었다. CPU 클록 제어 기술이 발달해 굳이 ACC 같은 기능이 필요 없어진 이유도 있고, 해당 기능이 AMD의 의도와 다르게 숨겨진 코어를 되살리는 데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ACC 기능을 갖춘 SB 750와 SB710을 사우스브리지로 앉힌 칩셋이 AMD의 주력 메인보드라서 오버코어 기술을 갖춘 메인보드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페넘 II X2가 페넘 II X4로 변신

코어 해제가 가장 잘 되는 CPU는 페넘 II X2 시리즈다. 코어가 2개인 이 CPU는 트리플코어 또는 쿼드코어 페넘 II로 손쉽게 둔갑한다. 11만 원짜리 페넘 II X2 555가 21만 원 하는 페넘 II X4 955로 변신하는 셈이다.

CPU 코어와 클록, 이용률 파악을 위한 가젯
오버클록이나 잠긴 코어를 풀었을 때는 항상 CPU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클록이 기본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활성화된 코어는 몇 개인지 살피고 문제가 나타나면 설정을 다시 손본다. 이때 가장 유용한 것이 윈도우 바탕화면 가젯이다.
윈도우 가젯 중에는 CPU 클록과 사용률, 메모리 점유율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단 비슷한 가젯을 여럿 띄우면 CPU 상태를 점검하는데 많은 자원이 소모되므로 한 가지 가젯만 쓰는 것이 좋다.


윈도우 7에서 바탕화면을 오른쪽 클릭해 [가젯]을 선택하면 가젯 갤러리가 뜬다. 오른쪽 아래 [온라인에서 다른 가젯 가져오기]를 클릭한다.


사이드바 가젯 목록이 열리면 위쪽 필터 기준을 ‘모든 언어’로 변경하고 ‘CPU’또는‘meter’라고 입력하고 검색을 누른다. 원하는 가젯을 찾으면 아래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고 가젯에 추가한다.


CPU utilization 각 코어별 클록과 이용률을 표시한다.


CPU & MEM meter 전체 CPU 이용률과 클록, 각 코어의 이용률, 메모리 점유율 등을 %로 알려준다. 


all CPU meter 각 코어의 이용률과 전체 메모리 용량, 이용 중인 메모리 용량 등을 알려준다.




오버코어, 코어 해제 기능을 갖춘 다양한 AMD 8 시리즈 메인보드. 위쪽부터 기가바이트 870A-UD3, 애즈락 880GMH/USB3, MSI 880GMA-E45.

메인보드에 맡기고 뒤로 물러난 AMD
AMD는 새 칩셋 8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오버코어에 활용되는 ACC 기능을 제외하긴 했지만 메인보드 제조사가 관련 기능을 추가하는 것까지 차단하지는 않았다. 현재 기가바이트, 바이오스타, 아수스, 애즈락, MSI 등 거의 모든 제조사가 자체 기술을 이용해 코어를 해제하는 기능을 갖춘 AMD 8 시리즈 메인보드를 내놓고 있다. AMD는 이들 기술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내심 이들 기능이 화제가 되어서 CPU와 칩셋 판매가 늘기를 바라는 눈치다. AMD가 직접 코어 해제 관련 기술을 내놓거나 권장하면 제 값을 주고 쿼드코어 CPU를 사는 소비자가 불만을 갖거나 쿼드코어 판매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AMD는 직접 나서지 않고 코어 해제 기술을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 제조사에게 뒷문만 열어두고 있다.

오버코어 기술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없을까? 오버클록은 과도하게 클록을 높이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거나 운이 나쁠 경우 아주 드물게 메인보드나 CPU가 망가지기도 한다. 아직까지 코어 봉인을 해제하다가 시스템에 손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안정성에 대해서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의견은 한결 같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일부 트랜지스터에 문제가 있어 코어를 봉인한 CPU를 되살려 쓰면 연산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AMD의 쿨앤콰이어트 기능과 배수 조절이 되는 블랙에디션 CPU를 이용해 코어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터보코어 기술까지 구현하기도 한다.

터보코어란 페넘 II X6에 포함된 클록 조절 기술의 하나로 CPU 이용 상태에 따라 클록은 400MHz 정도 높여 일순간 성능을 끌어올린다. 인텔의 코어 i 시리즈에 적용된 터보부스트도 이와 같은 기술이다.

오버클록보다 쉬운 프로세서 둔갑술
오버클록은 CPU와 시스템 상태를 고려해 CPU, 램, 칩셋 등의 전압과 클록을 세밀하게 설정해야 하거나 메인보드 제조사의 전용 유틸리티를 써야 성능 향상을 맞볼 수 있다. 오버코어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관련 상식도 필요 없다. 바이오스에 들어가서 관련 메뉴를 ‘활성’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요즘에는 이보다 간단하게 부팅 중에 코어 수에 맞춰 숫자 키 또는 F4 키를 누르거나 따로 마련한 버튼을 눌러 잠자는 코어를 깨우는 메인보드도 등장했다.

코어 늘어나면 얼마나 빨라질까? 
페넘 II X2 555 블랙에디션의 봉인된 코어를 살려서 쿼드코어로 만들면 페넘 II X4 955 블랙에디션과 제원이 동일한 CPU로 바뀐다. 제원이 같으면 성능도 당연히 같다.
CPU 성능을 가늠하기에 적당한 몇 가지 툴로 기본 상태의 페넘 II X2 555와 코어를 4개까지 활성화 했을 때의 성능을 비교했다. CPU 연산 능력만 재는 시네벤치 11에서는 정확히 두 배 빨라졌고, 동영상 파일 변환 작업은 180% 향상되었다. PC의 전체 성능을 모두 감안하는 PC마크 밴티지에서는 약 1.3배 성능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성능 향상은 오버클록이나 시스템 최적화 등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극적인 결과다.



숨겨진 코어 살리고, 자동으로 오버클록까지 하는 아수스 M4A88TD-V EVO / USB 3.0
아수스가 내놓은 AMD 8 시리즈는 코어를 되살리는 기능뿐 아니라 작업 상황에 따라 이를 자동으로 오버클록하는 기술을 지녔다. 덕분에 AMD 멀티코어 CPU의 잠재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수스가 터보코어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은 AMD CPU 중 일부에서 효과가 극대화된다. 클록 배수 제한이 없는 블랙에디션은 클록이 400~500MHz까지 향상된다. 클록 향상 효과는 CPU 종류와 작업 중인 코어 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앞서 테스트한 페넘 II X2 555 블랙에디션은 듀얼코어로 작동할 때 3.6GHz까지 클록이 올라갔고, 쿼드코어로 둔갑했을 때는 3.4GHz까지 클록이 올라갔다. 이 CPU의 기본 클록은 3.2GHz다.
아수스 터보 언로커를 쓰려면 우선 해당 기능을 갖춘 아수스 AMD 8 시리즈 메인보드가 필요하고, 페넘 II X6/X4/X2 등 향상된 쿨앤콰이어트 기능을 갖춘 CPU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수스의 오버클록 유틸리티인 터보V EVO 최신 버전이 필요하다.



아수스 터보 언로커
터보 언로커 기술은 잠긴 코어를 푸는 오버코어 적용 여부에 관계없이 작동한다. 아수스의 오버클록 유틸리티인 터보V EVO를 깔면 메인보드와 CPU 조건이 맞았을 때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화면 아래 글씨를 클릭하면 터보 언로커 기술이 활성화된다.


터보 언로커 기술을 켜도 쿨앤콰이어트가 정상 작동한다.


CPU 이용량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클록 배수를 끌어올린다.


▼페넘 II X2 555 블랙에디션의 숨겨진 코어를 살리고,
터보 언로커 기능을 활성화한 결과 고해상도 영상 파일 변환 작업이 2배 가까이 빨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