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2>, 주사위는 던져졌다.

2010-07-28     편집부





3부작 스페이스 판타지, 막이 오르다

수많은 의혹과 함께 끝난 종족 전쟁(부르드 워) 후 4년. 도망자 신세가 된 짐 레이너는 아직도 케리건에 대한 사랑과 증오로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를 찾아온 제라툴은 새로운 위험이 도래했음을 알리며 오직 케리건만이 그를 도울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다. 하지만 케리건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은 짐 레이너와 제라툴이 과연 그녀와 제대로 힘을 합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션을 진행하면서 차츰 밝혀지는 사랑과 배신은 과연 어떤 새로운 결말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전작 <스타크래프트>는 장대한 SF 영화를 방불케 하는 시나리오와 세계관으로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전편보다 나은 후속에 자신감으로 무장한 <스타 2>는 앞으로 찾아올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를 다루며 새로운 서사시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공개한 <스타 2> 싱글 플레이는 흠 잡을 곳 없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중론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는 완벽한 한글화와 우리말 더빙으로 게이머들을 더욱 몰입시키고 멀티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벤트 장면에 삽입한 동영상은 마치 영화와 맞먹을 수준이어서 게이머를 <스타 2>매력에 흠뻑 취하게 한다.

새로이 구성한 대기실 화면은 재미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블리자드 특유의 재치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면서 소소하게 찾는 재미를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편, 캠페인 미션 곳곳에서 사라진 메딕이나 골리앗 같은 기존 유닛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게이머가 미션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특별한 유닛 역할을 맡았다.



젊은 피와 노장이 어울리는 최상의 유닛 구성

상반기에 비공개 베타테스트로 공개한 <스타 2> 유닛은 새로운 유닛과 기존 유닛이 적당히 섞였다. 그런 가운데 몇몇은 이름이 한글로 바뀌면서 어색하다는 말도 들었다. 테란의 대표 유닛인 해병(마린)만 봐도 그렇다. 이밖에도 전투순양함(배틀크루저)나 프로토스의 광전사(질럿), 집정관(아칸)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저그는 귀염둥이(?) 저글링이나 뮤탈리스크 등의 이름이 그대로 쓰인다.

숫자로 보면 신구 유닛이 반반에 가까운 구성이라서 완전히 낯설거나 식상하지 않은 조합이다. 이 유닛들은 새로운 전략과 조합 구성을 찾으려는 게이머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각 종족 건물들은 약간의 기능 변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같은 구성이고 건설 순서도 유사하다.

이렇게만 보면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허나 그럴 블리자드가 아니다. 각 종족 특색을 강화해 테란은 건물 방어력이 강해졌고, 프로토스트는 유닛을 곧장 전장으로 배치시키도록 개선했다. 저그 역시 자신들의 영역인 크립을 더욱 빠르게 퍼뜨리는 능력이 생겼다. 거점 건물에 추가한 방어나 생산 보조 기능은 더 많은 집중과 몰입을 가능케 한다.



PC 성능에 맞춰 즐기는 3D 그래픽


<스타 2>의 정점은 화려한 3D 그래픽이다.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멀티플레이 그래픽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 싱글플레이 그래픽은 흠잡을 곳이 없다. 블리자드 특유의 그림체에 유닛이나 건물, 배경, 연출 효과 등을 이전보다 더 세밀하고 깔끔하게 담았다.

하지만 <스타 2>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 대부분인지라 3D를 통해 얻는 느낌과 활용성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워크래프트 3>에서 먼저 제기됐던 부분이다. 대신 3D로 표현한 유닛의 부드러운 움직임이나 폭발과 같은 연출 효과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격언처럼 대규모 유닛들이 맞붙었을 때 화려한 효과로 난잡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구성한 노력은 가상할 정도다.

3D 그래픽 옵션이 강화되면서 그만큼 PC 제원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아진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모든 옵션을 최고로 높이고 여러 명이 맞붙으면 고성능 PC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문제를 감안한 블리자드는 그래픽 품질을 다양한 단계로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낮은 제원 PC에서도 <스타 2>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흡사 온라인 게임처럼 변한 <스타 2>는 배틀넷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보조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구조를 완전히 바꾼 배틀넷은 게이머 실력을 가늠해 대전 상대나 실력에 맞는 리그를 찾아준다. 정품 인증키가 계정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변해 외부로 유출되거나 타인이 도용할 위험도 크게 줄었다. 흥미 요소로 업적과 보상이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일종의 목표와 같은 것으로,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를 즐기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업적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수백 개에 달해 이것을 모두 달성만 해도 한동안 <스타 2>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외적인 숙제가 남았다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변화된 기능들과 새로운 유닛들로 인해 색다른 재미가 나타나긴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여전히 전작을 벗어나지 않는다. 달라진 배틀넷도 게임 편의성은 높였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스타 2>는 전작의 연장선에 있을 뿐 혁신적인 변화는 없다.

전략 차이 이상의 새로운 게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유닛들의 독창성이 전작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탓이다. 유닛끼리 밸런스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파격적인 특징의 유닛들로 인해 호평을 받았던 전작에 크게 못 미치는 점은 분명아쉽다.

<스타 2>가 전작만큼 인기를 얻을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 업계가 궁금해 하고 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성과는 기대하는 눈치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전작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박감은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 블리자드에게 남은 숙제는 배틀넷의 안정성과 PC방 같은 특수 환경의 과금 문제, 대중화를 위한 리그 중계 등 게임 외적인 것들이다. 2010년 베스트 게임이 되느냐 워스트 게임이 되느냐의 갈림길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글_주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