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대신하는 IT 서비스업 ②- 아이템 사냥꾼 지켈
2011-09-03 편집부
<아이온>의 고르고스 서버가 열렸다. 여러 캐릭터가 게임 중인 화면 아래쪽으로 은밀한 거래 문구가 오간다. 아이온 아이템 전문사냥꾼 지켈(실명은 본인 요구로 비공개)의 주 아이템은 ‘백금주화’다. 지켈뿐 아니라 많은 게이머가 단검, 미늘창, 판금 방어구 같은 공격 아이템과 선약, 물약, 신약 같은 회복 아이템 등을 사고 팔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지만 이를 하나하나 직접 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쉽게 구하려는 이들이 언제나 넘쳐난다.
“아이템을 구입하다가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 재미삼아 몇 번 팔았는데 은근히 벌이가 되더라고요. 제대로 하면 큰돈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그의 주력 상품인 백금주화는 직업에 맞는 담당 행정관을 고른 다음 지불하는 돈이다. 레벨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아쉽게도 최근 패치가 된 뒤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 게임에 콘텐츠를 더하거나 아이템이나 직업 간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패치나 업데이트는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이들에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지켈도 이 때문에 주력 판매 상품을 바꾸는 중이다. 그가 요즘 공들이는 물건은 신석이다. 마치 로또처럼 얻어걸리는 것이라서 찾는 사람이 많다. 신석은 3000키나에 현금으로 약 2만 5000원 정도 한다.
아이템은 게임머니 거래 사이트에서 사고판다. 팔 아이템을 게시판에 등록하고 구매자가 연락을 하면 게임에서 아이템을 넘겨주고 거래 사이트에서 현금을 받는다.
아이템은 주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사고 판다.
전문 사냥꾼은 작업장에서 게임 아이템 수집
“수익은 일정치 않아요. 많이 벌 때 한 달에 500만 원까지 만져봤어요. 평소에는 그것까지는 아니지만 보통 월급 정도는 벌어요.”
‘용돈벌이 정도는 되겠지’라고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다. 물론 그만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 사업을 위해 그는 친구의 투자를 받아 작은 방을 마련했고, PC를 10대 장만했다. 흔히 말하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셈이다.
“아이템을 팔려면 우선 많이 갖고 있어야죠. PC마다 자동으로 사냥하는 프로그램을 돌려 게임에 집중하고 있지 않아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했어요.”
규모도 갖췄고,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곧 사업을 정리할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겨우 6개월 만이다. 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 수익이 줄은 탓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예전에는 자동 사냥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를 걸러내지 못했는데, 작년에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잡는 기술을 계약했다더니, 그걸 적용했나 봐요. 자동으로 사냥하던 캐릭터는 아예 접속을 못하게 되었어요.”
엔씨소프트가 자동 사냥 프로그램과 해당 프로그램 이용자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아이템 장사가 아예 불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그는 남은 아이템을 헐값으로 팔고 있다. 하지만 이 일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전업으로 삼기에는 위험하고 전망도 없다”는 걸 그도 잘 안다.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약관 위반이어서 위험성도 따른다는 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조건에 충족되는 게임이 있으면 아르바이트로 할 생각"이란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이 일에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아이템 전문사냥꾼들이 활동하기 좋은 게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