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OS도 PC처럼 내맘대로

2011-10-05     PC사랑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제조사 몫?
지금이야 아이폰의 iOS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이 스마트폰의 대표처럼 느껴지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라 하면 곧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를 쓴 휴대전화를 말했다. 윈도우 모바일은 PDA와 스마트폰 시장을 꽉 잡고 있던 팜 기반의 단말기들을 누르고 강력한 멀티태스킹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앞세워 스마트폰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심비안 OS를 쓴 노키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지 않아 윈도우 모바일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했다.

윈도우 모바일이라고 마냥 완벽한 것은 아니다. 버전이 높아지면서 운영체제는 더 무거워졌고 하드웨어들의 지원도 마땅치 않았다. 윈도우 모바일은 PC의 윈도우와 닮아 쓰기는 쉬웠지만 느려진 속도와 어려운 메모리 관리 등으로 인해 ‘아는 사람만 쓰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이따금 실시되는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가 손을 잡아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윈도우 모바일은 오픈 플랫폼이어서 제품마다 설계가 달라 모든 제품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멀티미디어 메시지 주고받기 등 제조사가 막아놓은, 혹은 출시 당시에 넣지 못한 기능들을 제조사가 책임지고 업데이트해주길 바라지만 시장에 내놓은 지 오래 되었거나 주력이 아닌 제품에 대한 지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용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개발자용으로 배포되는 윈도우 모바일 커널과 다른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파일들을 섞고 원하는 기능과 스킨, 테마 등으로 꾸민 커스텀 펌웨어, 이른바 ‘커펌’이 만들어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최신 휴대전화는 제조사가 알아서 재빠르게 운영체제 업그레이드해주지만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은 이러한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커스텀 펌웨어는 구형 스마트폰에 새 삶을 안겨주었다.

커스텀 펌웨어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이른바 ‘커펌’으로 부르는 커스텀 펌웨어 등장의 배경을 알아봤다. 비싼 돈을 들여 스마트폰을 샀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제조사로부터 버림받은 소비자들이 새롭게 찾아낸 유토피아인 셈이다.
커스텀 펌웨어가 활성화되어 있는 스마트폰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은 윈도우 모바일 5나 6을 쓴 제품들이다. 삼성전자의 블랙잭, 미라지, 옴니아의 커펌 개발과 업데이트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 HTC의 터치 다이아몬드 등 해외 제조사 제품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쓰는 만큼 많은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뛰어들어 쓸만한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블랙잭으로 불리는 SCH-M620, SPH-M6200 단말기는 윈도우 모바일 5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해외에서는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의 협력으로 윈도우 모바일 6.0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하지만 정작 개발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원이 중단되었는데 스마트폰 동호회의 일부 개발자들이 해외에서 나온 펌웨어 업그레이드 파일을 손봐 국내 단말기에 맞도록 한글화하고 필요 없는 프로그램들을 뺀 뒤 배포하기 시작하면서 커스텀 펌웨어 열풍이 불었다. 이렇게 유명해진 것이 바로 별롬, 건달롬 등의 이름을 달고 다른 스마트폰으로 번져 나갔다.


삼성전자의 블랙잭은 해외에서는 윈도우 모바일 6으로 업그레이드됐지만 국내에서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직접 만든 운영체제를 얹어 쓰게 되었다.

옴니아에 갤럭시 OS를 깐다
HTC나 소니에릭슨의 단말기들은 국내에만 출시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 많이 팔린 제품인 만큼 많은 종류의 커스텀 펌웨어가 등장했다. 특히 내부 구조가 비슷한 HTC의 제품들은 입맛에 맞는 운영체제를 골라 쓸 수 있을 정도다. 지금도 각 스마트폰의 동호회나 카페를 통해 매일 수많은 커스텀 펌웨어가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커스텀 펌웨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2.2 버전, 코드명 프로요의 커스텀 펌웨어도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요즘 뒤늦게 몸값을 올리고 있는 일명 ‘옴럭시’ 역시 갤럭시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조한 커스텀 펌웨어를 옴니아에 깐 것이다. 이렇게 커스텀 펌웨어는 긴 약정 기간이 남아 있는 구형 단말기 유저들에게 휴대폰 쓰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커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조사나 운영체제 개발사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서 기능이 완벽하지 않고 제조사의 정식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몇몇 제조사들은 커스텀 펌웨어를 까는 것을 해킹으로 간주하고 A/S를 거절하기도 한다. 커스텀 펌웨어는 철저히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는 전용 플래시 메모리 공간에 들어 있고 개발자 모드 등으로 이 영역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에 잘못되면 부팅이 안 되거나 먹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업데이트 중에 PC나 스마트폰을 끄거나 케이블을 뽑는 정도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우리나라에 나온 윈도우 모바일 단말기들은 대부분 6.1 버전 이후로 지원이 끊어졌다. 이에 이용자들이 직접 더 쓰기 편해진 6.5 버전을 직접 설치해 쓰고 있다.

탈옥과 비슷한 것 아닌가?

커스텀 펌웨어는 흔히 운영체제 해킹에 빗대 아이폰의 탈옥과 비교된다. 하지만 커펌은 단순히 일부 기능을 무력화시키거나 운영체제를 해킹한다기보다는 개발자들에게 제공되는 각 운영체제의 개발 버전을 손보거나 다른 단말기의 운영체제를 가져와 드라이버와 소프트웨어 등을 매만지는 최적화(tweak)에 가깝다.

여기에 굳이 딱딱하게 법 이야기를 따지자면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나 운영체제 라이센스 위반, 단말기 해킹 등으로 볼 수도 있다. 제조사들은 커펌을 깐 스마트폰의 A/S를 거부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제조사가 지원을 끊어버렸으니 직접 고쳐 쓰는 것으로 권리를 행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커펌을 쓰면서 생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또 불법복제에 대한 것은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야기다.

윈도우 모바일 넘어 안드로이드로 둔갑

처음에는 윈도우 모바일이 주를 이었지만 최근에는 지원이 거의 끊어진 윈도우 모바일 대신 안드로이드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HTC가 개발한 단말기들은 구조에 큰 차이가 없어 비교적 쉽게 다른 단말기의 운영체제를 옮겨 심을 수 있다. 윈도우 모바일뿐 아니라 요즘 들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가장 열심히 내놓고 있는 HTC인 만큼 디자이어나 넥서스원 등에 깔린 운영체제를 다양하게 개조해 쓴다.

재미있는 것은 윈도우 모바일이 깔린 플래시 메모리의 운영체제 영역을 덮어씌우지 않고, 일반 저장 공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파일을 깔아둔 뒤 이 부분으로 부팅하는 기술이다. 윈도우 모바일에서 실행 파일을 열면 안드로이드로 부팅되는 것인데 에뮬레이터 방식은 아니고 안드로이드 파일이 있는 영역을 또 다른 파티션으로 알아채도록 해 아예 부팅을 안드로이드 파티션으로 다시 하는 것이다. 커스텀 펌웨어의 플래시 메모리 기록에 대한 위험도 없고, 두 운영체제를 번갈아 쓸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다만 아마추어 개발자와 개인들이 취미 삼아 하는 작업들인 만큼 아직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완벽하지 않고 속도나 자잘한 버그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맛볼 수 있다는 정도가 매력이다.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전화나 문자 메시지, 무선 인터넷과 앱스토어 다운로드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하게 의견과 버그 리포트를 주고받으며 점차 더 좋은 운영체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커펌을 지원하는 단말기
갤럭시S를 비롯해 엑스페리아 X10, 디자이어 등 대표적인 안드로이드폰들도 아직까지 정식 롬은 안드로이드 1.6이나 2.1을 쓰고 있는데 커스텀 펌웨어를 통해 최신 버전인 2.2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 제품들은 부트롬에 파일을 덮어씌워야 해서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이 방법은 운영체제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다운로드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커뮤니티로는 네이버 스마트폰 카페(cafe.naver.com/bjphone)가 대표적이다. 커스텀 펌웨어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윈도우폰에 올라탄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 개발이 가장 활발한 단말기는 HTC의 ‘터치 다이아몬드’와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이다. 대표 안드로이드폰인 구글 넥서스원과 디자이어 등을 모두 HTC가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다양한 커스텀 운영체제가 많다. 우리나라 이용자가 직접 패키징한 버전은 물론 해외 유명한 운영체제들을 한글화한 것 등 골라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스텀 펌웨어는 각 단말기의 카페나 동호회 등 커뮤니티를 통해 구할 수 있다. 대부분 안드로이드 롬을 위한 전용 게시판과 자료실 등을 만들어 운영하기 때문에 각 버전의 롬에 따른 특징과 쓰기 좋은 버전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설치 방법은 거의 대부분의 단말기가 같다.


터치 다이아몬드는 디자이어 등 HTC의 다른 단말기와 구조가 비슷해 세계의 많은 개발자들이 덤벼들어 안드로이드를 최적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구형 윈도우 모바일 단말기에 안드로이드 설치하기
HTC의 터치다이아몬드를 예로 들어 커스텀 펌웨어를 외부 저장 장치에 깔아 부팅하는 방식을 알아보자. 안전하면서도 기존에 쓰던 윈도우 모바일을 함께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설치는 간단하다. 첫 번째 외부 저장 공간에 깔기 때문에 먼저 이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 기존 파일을 PC에 백업한 뒤 포맷을 한다. FAT나 FAT32로 포맷하되 윈도우에서 많이 쓰는 NTFS는 안 된다.

처음 켜지면 속도가 느릴 수 있다. 조금 만져본 뒤에 통화 종료 버튼을 길게 눌러 전화기를 껐다 켠다. 다시 켜면 윈도우 모바일로 부팅된다. 앞서처럼 탐색기를 열어 안드로이드를 실행한다. 단말기와 운영체제에 따라 다르지만 최신 제품들에 비해 속도는 약간 느리다. 하지만 앱스토어를 비롯해 모든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1]내려 받은 안드로이드 커스텀 펌웨어 파일의 압축을 풀어 복사한다. 루트가 다소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만 시스템 파일들이 정확한 위치에 들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루트에 그대로 복사한다. 앞서 PC에 백업해 둔 파일도 그대로 복사해 넣어야 윈도우 모바일도 정상 작동한다.


[2]PC와 스마트폰을 분리한 뒤 윈도우 모바일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탐색기를 열고 외부 저장 장치에 있는 haret.exe 파일을 실행한다. 실행 파일은 커스텀 펌웨어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안드로이드 패키지를 받을 때 확인할 수 있고, 실행 파일이 한 개뿐이어서 쉽게 알 수 있다.


[3]스마트폰에서 낯선 리눅스 명령어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설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다소 오래 멈춰 있는 듯해도 되도록 손대지 말고 기다린다. 화면 터치조차도 명령어 입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운영체제가 다 설치되면 안드로이드로 부팅된다. 화면 왼쪽의 자물쇠 모양을 터치로 끌어 오른쪽으로 밀면 잠금이 풀린다.



[5]터치 다이아몬드의 경우 전원 버튼은 켜기, 홈 버튼은 메뉴 버튼, 왼쪽 화살표 버튼은 뒤로 가기 버튼으로 쓰인다. 휴대폰을 잠글 때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전화기를 끌 때는 전원 버튼 대신 통화 종료 버튼을 길게 누르면 된다.
엑스페리아 X1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