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역대 최고, 내실은 역대 최악…많은 과제 남긴 ‘지스타 2019’
[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이번 지스타 2019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라는 국내 양대 게임업체가 불참하면서도 역대 최고 성과를 달성했다. 다양한 해외 게임 업체가 참여하면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빈자리를 채워주었고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서 활약 중인 많은 BJ의 참여도 새로운 볼거리였다.
하지만 게임전시회 본연의 중요한 점인 ‘새 게임’ 부분은 매우 빈약하였다. 1~2곳의 게임 업체가 예상하지 못한 신작을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만 했을 뿐, 다양한 신작 게임을 접하는 자리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에 여전히 모바일 플랫폼에 편중되어 다양한 하드웨어를 접할 수도 없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해외 게임 기업 약진
이번 지스타 2019는 국내 게임 기업보다 해외 게임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빈자리를 중국 게임 업체가 모두 차지한 형세였다.
먼저 중국 IT기업인 텐센트가 최대 주주로 있는 슈퍼셀이 다이아몬드(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슈퍼셀은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인 ‘브롤스타즈’를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행사장 내부 부스 디자인은 지스타 2019에 참여한 모든 업체 중 단연 돋보였으며, 외부 부스와 함께 ‘브롤스타즈 월드 파이널’ 대회도 진행했다.
‘붕괴 3rd’로 잘 알려진 중국의 미호요는 개발 중인 신작 ‘원신’과 붕괴 3rd PC판을 공개했다. 원신은 미호요의 대형 프로젝트로 지난 6월 플레이 영상이 공개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으며, 두 게임 모두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해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미호요 측에 따르면 지스타 2019 기간 중 미호요 부스에서 직접 게임을 체험한 관람객은 1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IGG(I Got Games)는 서비스 중인 ‘로드 모바일’과 신작 ‘갤럭시 모바일’ 등을 선보였고, 중국의 퍼블리셔 회사인 XD글로벌은 서비스 중인 ‘제5인격’, ‘랑그릿사 모바일’, ‘오늘도 우라라 원시 헌팅 라이프’와 신작 ‘염왕이 뿔났다’를 선보였다.
기존 지스타와 달리 해외 게임 업체의 참가가 많았으며, 특히 중국 게임 업체가 많이 보였다. 보다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었던 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국내 게임 업체가 중국에 판호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게임의 국내 러쉬는 국내 게임 업체엔 좋은 소식만은 아닐 듯싶다.
체면치레한 국내 게임 기업
국내 게임 기업은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빠진 상태에서 고전분투했다. 3N 중 유일하게 참가한 넷마블은 일본의 레벨파이브와 지브리 스튜디오와 합작한 ‘제2의 나라’, 세븐나이츠를 MMORPG 형태로 바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A3:스틸얼라이브’,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등 신작 모바일 게임을 출품해 관람객 주목을 받았다.
플래티넘 스폰서인 크래프톤/펍지주식회사는 BTC관에서 ‘FACE: PUBG’ 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또한, 야외에는 크래프톤 연합의 다양성과 개성을 표현한 대형 체험 부스를 통해 크래프톤의 정체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형 부스를 설치한 ‘검은 사막’의 펄어비스는 지스타 2019에서 신작 게임 4종을 선보일 것을 예고하면서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펄어비스는 수집형 MMO ‘도깨비’, 슈팅 장르 ‘플랜 8’, MMORPG ‘붉은 사막’, 액션 배틀로얄 ‘섀도우 아레나’ 등 4개의 신작을 글로벌 생중계로 최초 공개하고, 다양한 게임 체험과 이벤트로 유저들과 소통하였다.
플랜 8은 펄어비스가 최초로 도전하는 슈팅 장르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GO’ 개발진을 영입해 개발한 만큼 뛰어난 퀄리티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4개의 게임 모두 모바일이 아닌 PC와 콘솔 게임기로 먼저 선보이겠다고 발표해 ‘폰스타’로 조롱받았던 지스타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주었다.
그라비티도 역대 최고로 많은 미공개 신작을 지스타 2019를 통해 공개했다. MMORPG ‘라그나로크 오리진’, SRPG ‘라그나로크 택틱스’, 방치형 RPG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2’ 등 신규 출품작 8종은 모두 시연이 가능하도록 시연대를 준비했으며 시연 기기는 총 80여 대 이상으로 배치했다. 또한, 이벤트존에서는 즉석에서 유저들이 참여해 다양한 경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무대에서는 독특한 공연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非)게임 분야 확대
지스타 2019에서는 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각종 이벤트의 비(非)게임 분야가 크게 확대되었다. 야외 이벤트 광장과 이벤트 도로(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된 ‘코스프레 어워즈’와 ‘코스프레 체험’, ‘크리에이터 토크쇼’, ‘BJ 버스킹 공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은 벡스코 내부에 들어오지 않아도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최근 유튜브 등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게임 BJ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유튜브는 유튜브 게이밍 존을 운영하면서 인기 게임 BJ들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아프리카TV도 인기 게임 BJ들을 내세워 인기몰이에 나섰다. 또한, 몇몇 업체 부스에서는 인기 게임 BJ와의 팬 미팅을 진행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게임 업체가 아닌 통신 업체 중에서는 LG 유플러스가 최초로 지스타에 참가했다. LG 유플러스는 현재 서비스 중인 5G를 내세운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으며, 이를 이용한 게임 대회도 진행했다.
지스타 2019의 일반인 방문객은 개막일일 11월 14일 42,452명을 시작으로, 15일(금) 50,216명, 16일(토) 90,234명, 마지막 날인 17일(일) 61,407명까지 4일간 전체 244,30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35,133명) 대비 약 3.9% 증가한 수치다. BTB관(11월 14일~16일)을 찾은 유료 바이어는 1일 차 2,040명, 2일 차 269명, 3일 차 127명이 등록하여 전년 대비 약 12.3% 늘어난 2,436명(2018년 2,169명)을 기록했다.
지스타 2019의 콘퍼런스는 상당히 알찼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스카이’와 ‘저니’를 개발한 댓게임컴퍼니의 제노바첸 대표,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 이가라시 코지 대표, ‘이브 온라인’의 개발사 CCP Games의 힐마 패터슨 대표, ‘삼국지 토탈워’의 야노스 가스퍼, 파웰 워즈 디렉터,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웹툰 덴마의 양영순 작가 등 국내외 최고의 연사들과 함께 다채로운 주제로 2일간 진행되었다.
공식 부대행사들은 올해 지스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작년보다 대폭 확대된 34개 세션(키노트 4개, 일반 30개)으로 진행된 국제 게임 콘퍼런스(G-CON)은 2일간 총 4,733명(1일 차 2,298명, 2일 차 2,435명)이 참석하였다.
다만, 역대 최고인 실적과 달리 일반인들의 볼거리는 상당히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지스타를 찾은 기자도 크게 달라진 점이나 이렇다 할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 매년 지스타를 참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볼 것이 없었을 듯하다. 내년에는 좀 더 볼거리가 풍성한 게임전시회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