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스카이(SKY)의 어제와 오늘

슬라이드폰에서 무선 이어폰까지

2021-03-04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여러분은 스카이(SKY)를 어떤 브랜드로 기억하는가? 기자는 스카이를 유려한 디자인의 명품 슬라이드폰, 지금도 세련된 이미지의 광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를 함께해온 '스카이 프로리그'로 기억한다. 스카이는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전처럼 ‘명품’ 브랜드는 아닐지언정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한 가격대와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SKY 브랜드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자.  

명품 이미지와 멋진 광고로 호평

스카이는 본디 SK의 브랜드였다. 1999년, SK텔레콤은 일본의 교세라(Kyocera)와 협력해 새로운 휴대폰 브랜드, 스카이를 만들었다. 스카이(SKY)라는 이름은 SK텔레콤의 'SK'와 교세라의 'KY'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스카이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2000년 출시된 '스카이 룩(IM-2100)'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이 휴대폰은 화이트와 실버 컬러의 적절한 조합으로 완성한 디자인으로 스카이 휴대폰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거기에 연간 120만대 이상의 기기밖에 SK텔레콤에 판매하지 못하게 한 규제가 오히려 스카이 휴대폰을 '명품폰'으로 포지셔닝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후 스카이는 'It’s different'라는 슬로건과 함께 세계 최초의 양산형 슬라이드폰 'IM-5100'을 비롯해 음악감상에 특화된 '스뮤(IM-6100)', 접이식 팝업 카메라가 장착된 'IM-7200' 등으로 수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듀얼 스피커가 장착된 3D 게임폰 'IM-8300', 가로형 슬라이드폰 'IMB-1000' 등도 휴대폰 유저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 제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스카이의 광고는 매번 호평을 받았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광고가 나오면 모두가 그 광고의 BGM을 검색하고, 패러디하기에 바빴다. 또한, 대한민국 e스포츠가 태동하던 시기에 스타리그 2번 후원에 이어 프로리그 후원에도 나서며 스카이는 수많은 스덕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스뮤(IM-6100)의
 

고난의 연속이었던 팬택 시절

2005년, 스카이 휴대폰을 만들던 SK텔레텍은 팬택에 인수된다. 팬택은 스카이를 고급형 휴대폰으로 포지셔닝하면서 기존의 '큐리텔'은 저가형 브랜드로 가져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여러 브랜드로 동시에 휴대폰 시장을 공략한 탓에 심각한 비효율을 겪게 되고, 결국은 워크아웃 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스카이의 브랜드 가치도 폭락했다. 2010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팬택은 한동안 스카이 브랜드로 '시리우스', '이자르' 등을 출시하다가, '베가'로 브랜드를 전환한다. 팬택은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2인자까지 올랐으나 플래그십 제품이었던 '베가 레이서'의 잔고장, 최적화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팬택은 2차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금속제
이렇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걸작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하는 '베가 시크릿 노트'나 메탈 프레임을 적용한 '베가 아이언' 시리즈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팬택은 결국 회생 절차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팬택이 쏠리드에 인수되면서 2016년 신제품 '스카이 IM-100'이 등장하며 스카이 휴대폰이 부활했다. 그러나 괜찮은 초기 반응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고, 팬택은 자본잠식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스카이 브랜드는 새로운 기업이 가져가고, 쏠리드는 단돈 1천만원에 팬택을 매각하면서 팬택은 사실상 해체됐다.
스카이
 

가성비 무선 디바이스 브랜드로 변신

스카이 브랜드를 새로 가져간 기업은 중고폰 판매업체인 착한텔레콤이다. 착한텔레콤은 스카이 브랜드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센터 인수, 기존 팬택 잔여 인력 승계 등의 계약을 맺고 스카이 브랜드로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착한텔레콤은 스카이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일단 안타까운 것은 스카이 스마트폰이 다시 출시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착한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에 시제품을 공개한 후 테스트까지 마쳤으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출시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3G 폴더폰이 알뜰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착한텔레콤은
한편, 스카이 브랜드로 출시된 무선 이어폰, 보조배터리, 고속충전기 등도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 출시된 '스카이 핏 ANC200'의 경우 6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춰 새로운 가성비 무선 디바이스로 부각되고 있다.
결론을 내보자. 스카이는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갖고 싶어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격대와 성능을 지닌 브랜드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2000년대 휴대폰 시장의 당당한 리더였던 스카이가 조금은 다른 모습일지언정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기원해본다.

착한텔레콤 박종일 대표

Q. 착한텔레콤에서 SKY 브랜드를 인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4년에 설립된 저희 착한텔레콤은 중고폰 유통과 모바일 주변기기 제조/유통을 해오던 도중 팬텍으로부터 재고로 남은 스마트폰을 받아 판매하게 됐습니다. 이 스마트폰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직 SKY라는 브랜드가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깨닫고, 스카이 브랜드 독점 라이선싱을 획득한 후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습니다.

Q. 현재는 SKY 브랜드로 폴더폰, 모바일 주변기기를 출시하고 계십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스카이 브랜드를 재정립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새로운 제조/유통 패러다임에 맞춰 해외의 우수한 생산라인을 활용해 단가를 낮추면서 대한민국 시장에 맞는 고품질 무선 이어폰, 충전기, 보조배터리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총판을 통해 판매하는 대신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광고비를 최소화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가성비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 SKY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실 계획이신가요?

저희는 이전부터 무선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무선 디바이스 제품군을 대폭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새롭게 시작한 '스카이 서포터즈'를 통해 스카이 고객분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한편, 다른 제조사나 크리에이터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 브랜드와 당당히 가성비로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

Q. smartPC사랑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용산전자상가를 다녀온, 지금도 메인보드에서 나는 냄새를 참 좋아하는 '용산 키즈'입니다. 그때의 용산 키즈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IT 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저희 착한텔레콤은 SKY가 한국 IT 산업에서 중요한 자산임을 믿고 있기에, 브랜드 부활에 힘쓰고 있습니다. 주변분들께 저희 SKY 제품을 많이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