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삼성전자, 반도체 신소재 개발…집적도·성능 향상 기대

2021-06-25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반도체 칩 안의 소자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를 이용하면 메모리와 같은 반도체 칩의 작동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자연과학부 신현석 교수팀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정보처리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인 절연체의 유전율(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을 낮추는 것이다. 공동 연구팀은 기존 절연체보다 30% 이상 낮은 유전율을 갖는 '비정질 질화붕소(amorphous boron nitride) 소재'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비정질
현재와 같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소자가 작아질수록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이 심해져 오히려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 간섭을 최소화하는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 한계 극복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절연체는 다공성 유기규산염(p-SiCOH)으로 유전율이 2.5 수준이다. 이번에 공동연구팀이 합성한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한 것이며, 이를 통해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작동 속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론적 계산 및 포항가속기연구소 4D 빔라인을 활용해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는 점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으나,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이러한 작업 없이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개발된
제1저자인 홍석모 UN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가 기판에 증착되는지 연구하던 중 우연히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 특성을 발견했고, 반도체 절연체로써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연구과정을 밝혔다. 교신저자인 신현석 UNIST 교수는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핵심 소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동 교신저자인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IF 43.070)에 6월 25일 0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