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 PS4 마지막 퍼스트 독점작, ‘라스트 사무라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

2021-07-14     임병선 기자

[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콘솔 게임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따지는 것은 당연히 독점작일 것이다. 현세대의 콘솔 게임기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PC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멀티 플랫폼으로 나오는 게임이라면 PC로 즐기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독점작은 해당 콘솔 게임기로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콘솔 게임기를 구매하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콘솔 게임기는 이러한 필살기 같은 독점작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닌텐도의 경우에는 마리오젤다가 있겠고 MS의 경우에는 헤일로기어스가 있다. 물론, MS의 독점작은 PC로도 즐길 수 있다는 예외가 존재한다. SIE의 경우에는 타사보다 강력한 독점작이 포진해 있다.

현세대인 PS4에서는 뛰어난 독점 IP로 많은 게이머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스타트는 전 세대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 1)’의 리마스터였으며, 이어 언차티드 4’, ‘블러드 본’, ‘갓 오브 워’, ‘마블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점작을 선보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라오어 1’이 전 세대의 황혼기와 현세대의 여명을 이끌었던 것처럼,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 2)’도 현세대의 황혼기와 차세대의 여명을 이끌 작품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라오어 2’는 극단적인 스토리 진행과 과도한 PC질로 인해 게이머들이 등을 돌리게 했으며, 전작을 재밌게 즐겼던 기자도 플레이 자체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PS4의 독점작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참고로 줄이면 포켓몬 이름이 생각나 더 좋게 줄일 방법이 없다. 한국어로 번역한 대마도의 망령으로 줄이면…자세한 것은 생략한다.)’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PS4 초창기를 이끌었던 인퍼머스 세컨드 선을 만든 서커 펀치의 오랜만의 신작에 새로운 IP이기 때문이다. PS4의 마지막 독점작 고오쓰는 기대와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 플레이는 PS4 Pro로 했으며, 저장장치는 업그레이드 없이 1TB HDD 초기 버전 그대로이다. 스크린샷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초반부에 해당하는 1장에서의 모습만을 넣었다.

 

PS4 초창기 효자, 돌아오다

PS4 초창기에는 이렇다 할 게임이 없었다. 그나마 효자 노릇을 했던 것이 첫째 딸로 불리던 툼 레이더 리부트와 제목 그대로 둘째 아들이라 불리던 인퍼머스 세컨드 선이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GTA 5’의 오픈월드와 배트맨: 아캄 시티의 액션으로 한껏 눈이 높아진 게이머들을 크게 만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시스템과 특유의 스피디함으로 초창기 킬러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DLC퍼스트 라이트까지 출시하면서 좋은 평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 서커 펀치의 행보는 잠잠해진다. ‘인퍼머스시리즈 신작이나 슬라이쿠퍼시리즈 신작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계속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2017년 갑자기 새로운 IP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공개한다. 3인칭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로, 게이머는 대마도를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불편하게 짙은 왜색

세계관 설정은 과거 13세기 말 몽골제국이 일본을 침략했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픽션이다. 원래 역사에서는 몽골제국의 대마도 정벌에서 모든 사무라이가 하루 만에 몰살당했지만,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 사카이 진이 포로로 붙잡힌 숙부 시무라를 구하고 몽골제국을 몰아내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적으로 나오는 코툰 칸쿠빌라이 칸이라고 하며, 실제 대마도 정벌에서 쿠빌라이 칸이 참전하지는 않았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와패니즘에 빠진 미국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다. 서구권에서는 크게 반감이 있지 않지만, 일본에 직접적으로 침략을 당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아무튼 제작자가 과거에 재밌게 본 사무라이 영화의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곳곳에 이러한 요소들이 보인다. 특히 옵션에서 화면을 흑백 필름으로 보이게 하는 필터가 있는데 ‘7인의 사무라이의 감독인 쿠로사와 아키라의 이름을 따와 쿠로사와 모드라고 명명했다.

사실 요즘 국내 분위기가 일본과 좋지 않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왜색이 짙은 게임은 플레이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몽골제국의 대마도 정벌은 고려인을 강제징집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더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을 서커 펀치에서도 인지했는지 게임 중에 고려군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고 몽골제국에 대해서만 나온다.

작 중에서는 사무라이의 무사도에 대한 언급이 계속해서 나오고 사무라이가 만능인 것처럼 묘사된다. ‘사무라이만이 몽골제국을 몰아낼 수 있고 무사도를 지키면서 그들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사카이 진은 여태껏 본 적 없는 강적인 몽골제국을 상대로 자신의 모든 것인 사무라이무사도를 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카이 진의 고뇌와 주변 인물 간의 갈등이 그려지면서 비교적 일뽕요소가 줄어들게 된다.

 

절제된 UI의 미학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UI를 최대한으로 절제했다는 것이다. 체력 게이지나 의지 포인트, 각종 무기 UI는 특정 버튼을 누르거나 전투에 들어갔을 때만 보인다. 오픈 월드 게임의 필수라고도 할 수 있는 미니맵조차도 없다. 목적지를 설정하면 목적지까지의 거리만 표시되고 화면에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일일이 맵을 확인해야 하니 불편할 것 같지만, 맵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이나 목적지 근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등의 이정표를 토대로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듀얼쇼크 4의 터치패드를 위로 스와이프하면 바람이 부는데, 이 바람이 부는 방향이 목적지가 있는 곳이다.

터치패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짚고 넘어가 보겠다. 듀얼쇼크 4는 기존 듀얼쇼크 3와 비교해 내장 스피커와 이어폰 단자, 터치패드가 추가되었다. 대부분 게임에서는 이 터치패드를 단순하게 셀렉트 버튼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스와이프 동작을 통해 총 5가지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UI를 최대한으로 없애 보다 넓은 화면으로 대마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만큼 캐릭터의 크기도 키웠기 때문에 보다 시원시원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당연히 그래픽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데 PS4 황혼기에 출시된 만큼 기존 PS4 게임과 비교해 뛰어난 그래픽을 지녔으며, 시시각각으로 종잡을 수 없는 섬 날씨를 잘 구현했다.

포토 모드도 탑재했는데 피사계 심도, 초점, 색 보정, 노출 보정 등 카메라 옵션은 물론, 바람의 세기나 풍향, 현재 시간, 주변에 흩날리는 오브젝트도 변경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한 구도와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상당히 짜임새가 좋았던 마블 스파이더맨만큼 다양하게 포토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체력과 각종 기술을 사용하는 의지 게이지는 맵 곳곳에 숨겨져 있는 온천이나 대나무 훈련장을 통해 상승시킬 수 있다. 주인공을 강화하지 않고 컨트롤만으로도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난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게임을 쉽게 진행하려면 대마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인공을 강화하고 다양한 설화(퀘스트)를 클리어해 무기와 갑옷, 호부 등을 강화해야 한다.

 
 

긴장감 넘치는 전투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액션 부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기본적인 틀은 여타 게임들에서 가져왔지만, ‘고스트 오브 쓰시마만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잘 버무려졌다. 게이머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사무라이스타일이나 잠입과 암습을 하는 망령스타일 중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 따로 모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스킬 트리를 어느 쪽으로 특화하느냐에 따라 해당 전투가 유리해진다.

사실 기본적으로 머릿수가 많은 적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잠입과 암습이 필수이기 때문에 망령스타일을 먼저 성장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잠입 중 발각되면 전면전을 해야 하므로 이를 염두해 사무라이스타일을 먼저 성장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자의 경우, 정정당당하게 개싸움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무라이스타일의 스킬을 먼저 찍으면서 플레이했다.

각각의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자면, ‘사무라이스타일은 크게 가드’(L1 버튼)를 하는 튕겨내기’, 회피’( 버튼)를 하는 피하기로 나뉜다. 여기서 또 세부 스킬이 있는데 대충 튕겨내기는 가드와 반격 위주, ‘피하기는 회피와 스피드 위주 스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망령스타일은 잠입과 암습에 특화된 스킬을 찍게 된다. 잠입할 때 발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소리를 작게 낸다거나 동시에 2~3명의 적을 암살하는 등의 스킬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세라는 것이 있는데 대마도 곳곳에 있는 적장들을 쓰러뜨리면 새로운 자세가 언락된다. 검사 적에게 효율적인 암검의 자세’, 방패병 적에게 효율적인 풍검의 자세’, 창병 적에게 효율적인 수검의 자세’, 거한 적에게 효율적인 월검의 자세등 총 4가지이다. 게이머는 덤벼드는 적의 형태를 파악하고 자세를 변경해야 보다 빠르게 적을 처리할 수 있다. 각 자세의 기술은 △ 버튼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 버튼은 일반 공격이다.

혼자서 싸우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도 마련되어 있다. 원거리 무기로는 반궁장궁’, ‘독침이 있으며, 일 대 다수를 위한 투척이 가능한 쿠나이’, ‘연막탄’, ‘점착탄등이 있다. , 메인 무기는 카타나(일본도) 뿐이고 파밍해서 더 강력한 무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올리는 것만 가능하다. 방어구는 메인 스토리나 설화(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데 각 상황에 알맞은 방어구를 장착해 보다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독특한 전투 시스템 맞대결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가장 재밌는 시스템은 맞대결이다. 잠입을 하면 당연히 몰래 다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자기가 여기 있다고 밝히면서 일기토를 신청할 수 있다. ‘맞대결은 사무라이들이 하는 일섬 진검 승부 장면이 펼쳐지며, 스킬과 특수 갑옷을 입는 것으로 최대 5명까지 연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맞대결 후 남은 적과는 전면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그냥 대놓고 맞대결후 쳐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전법이다.

보통 난이도 기준에서도 적들의 공격력이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순간의 방심은 곧 게임오버로 이어진다. 인공지능의 경우, 적들이 주인공 캐릭터를 인지하는 것이나 찾는 것은 상당히 멍청하기 때문에 잠입 난도는 상당히 낮지만, 발각된 후 공격은 적극적으로 해오기 때문에 전면전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전면전을 하더라도 다소 성가신 적은 암습으로 미리 처리해 놓으면 적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다.

전면전 후에는 의지 게이지 운용이 중요하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체력을 회복하는 포션이 없는데 의지 게이지를 1칸 소비해서 일정량의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의지 게이지는 다양한 비오의를 사용하는데도 쓰기 때문에 의지 게이지를 소비해 적을 빠르게 처치할 것인지, 전투 중 체력 회복용으로 사용할 것인지 잘 분배해야 한다. 의지 게이지는 적의 공격을 튕겨 내거나 적을 공격하거나 쓰러뜨릴 때마다 일정량 차오르며, ‘맞대결이 성공했을 시에는 1명 당 3칸씩 차오르기 때문에 맞대결은 이 게임에서 꼭 필요한 전투 시스템이다.

 
 
 
이런 식으로 일 대 다수 전투도 즐길 수 있다.  

상당히 아쉬운 번역 상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게임이다. 전투 부분은 상당히 재미있으며, 스토리도 당연히 일뽕이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무라이망령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잘 표현해냈다. 자잘한 몇몇 버그와 간혹 어색한 모션이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빠른 이동의 로딩도 상당히 짧아 만족스럽다.

다만, 이 게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번역일 것이다. 기자는 음성 일어’, 자막 한국어로 진행했는데 음성과 자막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나와 황당할 때가 많았다. 전체적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곳곳에서 의역이나 오역이 상당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일어로는 우리의 의지를 녀석들에게 보여주자인데 자막에는 영어를 번역한 것인지 사무라이의 의지를 보여주자로 나온다. 적을 쓰러뜨리자는 의미는 같겠지만, 자막으로 일뽕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일어를 아예 모른다면 상관없을지 몰라도 내용 자체가 잘못 전달되는 셈이다. 안 그래도 왜색 관련으로 민감한 게임인데 원음에도 없는 것을 넣어버리는 것은 아닌 듯싶다.

사실 가장 중요한 단어인 망령의 번역도 오묘하긴 하다. 일어로는 冥人(명인, 쿠로우도)’라고 부르며, ‘명계에서 되돌아온 자를 뜻한다. 하지만 망령죽은 자의 영혼을 뜻하는 것으로 ‘Ghost’를 그대로 직역한 느낌이다. 차라리 스타크래프트에서 고스트유령으로 번역한 것처럼 유령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며

PS4 초창기를 책임졌던 서커 펀치 프로덕션이 PS4 황혼기까지 책임지게 된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PS4로 다양하고 재밌는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많은 게이머가 PS4와 함께 울고 웃었으며,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게임으로 실망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마지막으로 PS4를 보내주고 PS5를 기다리는 시기가 도래했다.

개인적으로 액션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PS4의 마지막 대작이 제대로 각 잡고 만든 액션 게임인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액션 조작을 어려워하는 게이머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11타가 생사를 오가는 고난도 액션 게임 마니아라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