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박지인 기자] 휴가를 앞두고 마음은 이미 여행지로 떠나 있었지만 하늘이 도와주질 않았다. 지난 7월부터 심상치 않게 내리던 비는 결국 역대 최장 장마라는 기록을 세우며 발목을 붙잡았다. 연일 계속되는 악천후, 무기력한 일상, 우울한 나날이 반복되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맑은 하늘 소식. 망설임 없이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카메라와 함께한 제주도 여행의 기록, 뷰파인더의 작은 틈 너머로 건네받은 자연의 위로를 공유한다.
촬영에 사용된 장비
SONY a7R II with SEL1224GM
SONY a7M III with SEL 24105G
RICOH GR III street Edition
|
SONY a7M III, SEL24105G, F9, 1/320 sec, ISO 64, 64mm |
|
SONY a7R II, SEL1224GM, F16, 1/160 sec, ISO 64, 12mm |
|
SONY a7R II, SEL1224GM, F8, 1/160 sec, ISO 64, 12mm |
|
SONY a7M III, SEL24105G, F8, 1/200 sec, ISO 50, 52mm |
|
SONY a7M III, SEL24105G, F8, 1/160 sec, ISO 64, 105mm |
황동규 시인의 등단작 ‘즐거운 편지’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한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그러나 생각해보자. 만약 당장 오늘부터 해가 지거나 떠오르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재앙의 시작일 것이다. 당연하게 반복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올해는 잊고 지냈던 사소한 가치들에 대한 배움의 연속이었다. 크게는 현재도 위험이 가시지 않은, 코로나 사태로 잃어버린 일상 속 타인과의 관계가 그러하고 작게는 2주가 넘는 장마 기간 속에서 볼 수 없었던 맑은 하늘과 햇빛이 그러했다. 출근길과 퇴근길, 버스 창문 너머로 매일 마주했던 따스한 풍경이 사실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
SONY a7M III, SEL24105G, F6.3, 1/200 sec, ISO 125, 86mm |
|
SONY a7R II, SEL1224GM, F2.8, 1/160 sec, ISO 64, 12mm |
|
SONY a7R II, SEL1224GM, F2.8, 1/800 sec, ISO 64, 24mm |
|
SONY a7M III, SEL24105G, F9, 1/250 sec, ISO 64, 42mm |
|
RICOH GR III, F16, 1/200 sec, ISO 100, 28mm(35mm 환산) |
제주도에서 3일을 보내는 동안 계속 날이 맑았다. 높고 푸른 하늘에 가벼운 구름들이 떠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맑은 바다는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우거진 나무 숲 사이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신비로움을 선사했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빛이 머무는, 셀 수도 없이 오랜 시간 반복되었을 자연의 다양한 형태들을 바라보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결국 덧없이 지나가고 평소의 모습들 또한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
SONY a7M III, SEL24105G, F8, 1/500 sec, ISO 125, 105mm |
|
SONY a7M III, SEL24105G, F5.6, 1/800 sec, ISO 800, 105mm |
|
SONY a7M III, SEL24105G, F5.6, 1/1250 sec, ISO 250, 105mm |
갖은 일들이 넘쳐나는 시기이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변함 없이 기적과 같은 하루들이 피고 지며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내가 나로서 행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끈질기게 이어가다 보면 멀어진 일상의 풍경을 다시 찾아 나아가게 될 것이다. 영원한 반복되는 자연 속에서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