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OS 얹은 태블릿PC 등장 - HP 프리 3, 터치패드

2012-03-08     PC사랑

HP는 윈도우 모바일을 얹은 고성능 PDA ‘아이팩‘으로 PDA 마니아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아왔다. 다른 한 편에서는 팜(Palm)이 소니 클리에, IBM 워크패드처럼 팜 OS를 얹은 PDA로 위세를 떨쳤다. 이런 두 회사가 한 몸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2월 10일(한국시간) 그 해답이 드러났다.

‘팜 OS’ 버리고 ‘웹OS’로 갈아탄 팜
팜은 1992년 창립 이래 회사의 이름을 딴 ‘팜 OS’를 내놓으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PDA 시장을 이끌어 온 회사다. 팜에서 직접 만든 PDA 이외에도 소니 클리에(Clie), IBM 워크패드 등 팜 OS를 얹은 PDA들이 등장하며 그 세를 불렸다. 한 때는 ‘팜OS용으로 나온 프로그램이 없다면 다른 PDA에는 그 프로그램이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윈도우 모바일을 얹은 PDA와 비교해 팜 OS를 쓰는 PDA들은 하드웨어 성능이 낮아서 음악이나 동영상을 자유롭게 즐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실해 팜 OS PDA들은 결국 외면 받았다. 팜 OS가 더 이상 혁신적인 기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결국 2006년에는 궁여지책으로 팜 OS 대신 윈도우 모바일로 작동하는 ‘팜 트레오 700w’를 내놓기도 했다.

절치부심하던 팜은 더 이상 PDA용 운영체제에 집착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운영체제인 ‘웹OS(WebOS)’를 개발하기로 한다. 웹OS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모바일 운영체제이다. 웹OS가 탑재된 첫 기기인 팜 프리는 2009년 1월 CES에서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2010년 4월, HP가 팜을 인수하면서 ‘팜’이라는 상표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팜 OS를 얹어 쓴 소니 클리에(CLIE).

가정용/업무용 스마트폰 모두 발매
지난 2월 10일(미국시간 2월 9일) HP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한 제품은 ‘HP 비어(HP Veer)’, ‘HP 프리 3(HP Pre 3)’ 등 스마트폰 2종과 태블릿PC인 ‘HP 터치패드(HP Touchpad)’ 등 모두 세 가지이다. 미국 시장에서 ‘HP 비어’는 올 봄에, ‘HP 프리3’와 ‘HP 터치패드’는 올 여름에 발매될 예정이다. 한국 발매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HP 비어는 신용카드로 가릴만큼 작은 크기에 2.6형 320×400 해상도 터치스크린을 갖췄다. 슬라이드식 화면을 밀어 올리면 쿼티 방식 키보드가 나타나 긴 문장을 보다 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 대신 두께는 15.1mm로 다른 스마트폰보다 두껍다.

지원하는 통신 규격도 HSPA/GSM/GPRS 등으로 3G망을 서비스하는 어떤 통신사라도 바로 가입해 이용할 수 있다. 802.11b/g/n 무선랜 규격과 블루투스 2.1+EDR 규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HP 모바일 핫스팟 기능으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 최대 5대까지 테더링해 쓸 수 있다. CPU는 퀄컴 MSM7230칩(800MHz)을 꽂고 8GB 저장 공간에 910mAh 내장형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달았다.
HP 비어가 간단한 앱과 소셜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라면 HP 프리 3는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쓰려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다. 3.58형 480×800 해상도 터치스크린을 갖춰 이메일을 보다 넓은 화면에서 읽을 수 있다. 가로 길이도 HP 비어에 비해 1cm 더 늘어나 양 손으로 쥐고 키보드를 누를 때 편하다. 640×480 카메라를 앞에 달아 영상통화나 화상회의에 활용할 수 있다. 802.11b/g/n 무선랜 규격과 블루투스 2.1+EDR 규격을 지원하며 HP 모바일 핫스팟 기능도 함께 쓸 수 있다.

HP 프리 3는 퀄컴 MSM8x55(1.4GHz)을 꽂고 512MB 메모리와 8GB/16GB 저장 공간을 갖췄으며 1230mA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한다. 여러 앱을 동시에 돌려도 지장 없을 수준이며 탈착식 배터리라 전화를 자주 걸고 받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별도로 팔리는 ‘터치스톤 충전용 독’에 HP 비어와 HP 프리 3를 얹어 놓으면 전원 케이블을 따로 연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통화 모드도 자동으로 스피커폰 모드로 바뀌어 충전 중에 걸려 오는 전화를 편하게 받을 수 있고, 충전용 독에서 제품을 집어 들면 스피커폰 모드는 자동으로 해제된다. 화면 표시 방향도 가로, 세로 중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돌려놓을 수 있다.

순수한 ‘HP 태블릿PC’ 등장
HP가 태블릿PC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0년 10월에 미국 시장에만 출시된 ‘슬레이트 500(Slate 500)’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인텔 아톰 Z540 프로세서(1.86GHz)와 8.9형 1024×600 디스플레이에 윈도우 7을 얹었다. 하지만 HP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모두 만든 것은 HP 터치패드가 처음이다.

HP 터치패드는 9.7형 1024×768 터치스크린을 장착했다. 애플 아이패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제품 앞면에 130만 화소 웹캠이 달려 있어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HP 비어와 HP 프리 3보다 더 넓은 화면에서 여러 앱을 오가며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HP 프린터로 바로 인쇄하는 기능도 갖췄다. 컴퓨터 이외에 잉크젯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를 생산하는 HP의 강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회의에 쓸 문서를 바로 인쇄하거나 터치패드에 담아둔 사진을 인쇄할 때 편리하게 쓰일 기능이다.
구글 독스를 지원해서 업무 활용성도 크게 높아졌다. 회의에 쓸 참고 자료를 PC가 아닌 HP 터치패드에서 구글 독스로 작성한 다음 구글 캘린더로 회의 일정을 잡고, 회의 시간이 되면 무선으로 자료를 뽑아 들고 갈 수 있는 셈이다.

업무 관련 기능뿐만 아니라 음악과 동영상 관련 기능도 충실하다. HP 프리미엄 노트북 ‘엔비 14 비츠 에디션’에 탑재되었던 ‘비츠 오디오’ 기술을 담아 보다 나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HP 무비 스토어‘에서는 동영상이나 TV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출장 갈 때 감상할 수 있다.

HP 프리 3와 HP 터치패드를 같이 쓰고 있다면 무선으로 자료를 주고받는 터치스톤 기술을 이용해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집에서 읽던 신문 기사를 바깥에서도 읽고 싶을때, HP 터치패드 위에 프리 3를 올려놓으면 웹 사이트의 주소가 프리 3로 전송된다. 터치패드에서 받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도 같은 방법으로 프리 3에 옮길 수 있다.
제품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발매될 예정이다. 2011년 2월 현재 발매가 예정된 액세서리로는 무선 충전이 가능한 터치스톤 거치대, 휴대용 케이스와 무선 키보드 등이 있다.


‘HP 비어(Veer)’. 슬라이드 쿼티 키보드가 내장되어 있다.


업무용 이용자를 위한 HP ‘프리3(Pre3)’


넓은 화면에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HP 터치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