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에서 벨벳, 윙까지…LG 스마트폰의 슬픈 발자취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2021년 4월 5일,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31일자로 LG전자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없어질 예정이다. 지난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어려움 속에서 내린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한때 '싸이언(CYON)' 브랜드로 삼성전자, 모토로라, 노키아 등 유수의 휴대전화 브랜드와 경쟁했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혼선과 실패를 겪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LG 스마트폰이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보자.
잘 나갔던 싸이언 시절
LG전자의 휴대전화 역사는 1995년 출시된 화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에는 'CION'이라는 브랜드로 휴대폰을 출시했는데, 이는 2000년 들어 'CYON'으로 스펠링이 바뀐다. 초기에는 LG텔레콤(지금의 LG유플러스) 전용 단말기만 생산했지만, 이후 다른 통신사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싸이언 시절 LG전자는 삼성전자 못지 않은 기술력을 뽐내며 피쳐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국내 최초 슬라이드폰을 출시하며 폴더폰 일색이었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슬라이드폰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에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초콜릿폰'을 앞세워 프리미엄 휴대폰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이후에도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진 '샤인폰',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프라다폰'을 출시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초기 대응 실패
그러나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판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은 많았고,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도 있었다. 하지만 운영체제가 설치되어 있고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을 통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애플이 주도한 스마트폰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한 휴대폰 브랜드는 많았다. 한때 휴대폰 시장 세계 1위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휴대전화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블랙베리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끝에 쓰러지고 말았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 과감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옴니아'와 같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갤럭시'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동안, LG전자는 고가 피쳐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iOS에 대응할 모바일 OS 선정에서도 구글 안드로이드와 MS 윈도우 모바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혼돈의 시기를 겪은 옵티머스 시리즈
LG전자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이때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LG 옵티머스'다. 대표 모델로는 쿼티 자판을 채택한 옵티머스 Q, 보급형 스마트폰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옵티머스 원, 국내 최초 3D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3D 등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에 매력적인 포인트가 드물었고, 잦은 제품 출시로 인해 OS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문제가 뒤따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때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1차 워크아웃을 겪었던 팬택과도 영혼의 혈투를 펼쳐야 할 정도였다. \
다행히 2011년에 출시된 옵티머스 LTE가 IPS HD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미지가 개선되기 시작한다. 2012년에 출시된 옵티머스 G는 미국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후 LG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브랜드로 'G 시리즈'를 선보이며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았던 G 시리즈, 그러나…
옵티머스 G로부터 출발한 G 시리즈를 계기로 LG 스마트폰은 다시금 유저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제품 라인업을 간결화하고 플래그십 모델에 힘을 쏟는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다. WQH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LG G3에 들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오랜만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작인 LG G4는 무한 부팅 논란과 저조한 성능, 디스플레이 품질 논란 속에 평가 가 곤두박질쳤다. LG G5는 전용 액세서리를 통한 모듈 스마트폰을 강조했지만, 실용성과 가격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스마트폰 본체의 품질 역시 디스플레이 빛샘, 저조한 카메라 화질 등으로 인해 혹평을 받았다.
결국 이를 기점으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G 시리즈보다 더 큰 화면에 사운드에도 신경을 쓴 V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기존의 플래그십 브랜드였던 G 시리즈의 판매량이 더 감소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 '그들만의 혁신'
LG 스마트폰에 특색 있는 기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저 멀리 옵티머스 Q만 해도 쿼티 자판을 채택했고, G5에서는 모듈식 시스템을, G8에서는 정맥 인식과 제스처 동작 등을 적용했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가 원하는 품질 개선이나 꾸준한 사후지원 등에서는 삼성전자, 애플보다 뒤쳐졌다. 그렇다고 가격적인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말기에 출시된 스마트폰 2종은 이런 문제점을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2020년 상반기에 출시된 LG 벨벳은 경쟁 모델보다 AP, 카메라 등 많은 부분이 떨어졌지만 출고가는 소비자들의 기대치보다 훨씬 비쌌다.
하반기에 출시된 LG 윙은 화면을 세로에서 가로로 돌릴 수 있는 기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100% 활용할만한 앱은 없다시피 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스마트폰보다 스펙 측면에서 뒤처지는 것도 문제였다.
앞으로의 스마트폰 시장은?
결국 2021년,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의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채 말이다.
이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2강 체제로 굳혀질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OS 기반이었던 LG 스마트폰 고객의 대부분을 삼성전자가 흡수하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의 후속작을 중심으로 고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지도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샤오미 홍미노트 10 시리즈의 사전예약 판매량이 전작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지, 소비자를 위한 사후지원은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최후의 유작, LG 레인보우와 롤러블은?
한편,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었으나 스마트폰 시장 철수로 선보이지 못한 'LG 레인보우'와 'LG 롤러블'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LG 레인보우는 LG전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3,000대 한정 판매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레인보우는 퀄컴 스냅드래곤 888 AP와 8GB RAM, 안드로이드 11 OS 등을 탑재했다.
LG 롤러블은 어떻게 될까?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미 생산된 LG 롤러블 신제품을 일부 임직원에게 증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롤러블은 디스플레이다 둘둘 말리는 세계 최초의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정식 발매될 경우 LG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반전의 서막'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