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PC방 대신 첨단 넷카페는 어때? - 컬리수 넷카페
컬리수는 1층은 카페, 2층은 PC방으로 구성한 복층 구조형 카페다.
넷카페 컬리수 운영을 총괄하는 신우용 점장.
제 살 깎기로 지쳐가는 PC방, 대안은 없는가
‘PC방’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밝고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다. 문 연지 오래된 PC방은 한정된 공간에 집적할 수 있는 최대 단위로 PC를 놓다보니 자리가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기 마련이다. 여기에 이용객들이 화면에 몰입하기 좋도록 실내조명을 낮춘 곳이 적지 않다. 최근 문제시하고 있는 PC방 흡연 문제는 부차적이다. 언젠가부터 좁고, 어둡고, 시끄럽다는 인식은 PC방 이용객을 줄이는 악재가 됐다. 인접한 다른 PC방이 이용료를 낮추거나 새로 대형 PC방이 문을 열면 그나마 찾던 발길마저 끊겨 폐업의 기로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최근 개업하는 PC방 추세는 대형화다. 기존 PC방보다 넓은 공간에 PC도 최신형 부품들만 써서 꾸민다. 인테리어도 어두컴컴함을 벗어던지고 밝고 따뜻한 분위기부터 사이버 분위기를 내는 곳도 있다. 차별화를 통해 기존 PC방이 가진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시도다. 하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근처 PC방이 이용료를 반으로 후려치면 이용객을 뺏긴다. 자연히 그때부터는 제 살 깎기 경쟁에 들어간다. 이용객은 좋을지 몰라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압구정동에 문을 연 ‘컬리수’는 독자적인 서비스로 기존 PC방과 차별화를 꾀한 사례다. 이름도 PC방이 아닌 ‘넷카페’라고 부른다. 다른 PC방과 어떻게 차별화를 했을까.
일단 밖에서 보면 PC방(넷카페)인지 카페인지 헛갈릴 것 같은 인테리어부터 다르다. 복층 구조로 1층은 테라스와 카페, 2층에 PC를 배치한 복합공간형태다. 요새 대학가를 주변으로 유행하는 복합놀이공간, 속칭 멀티방과 또 다르다. 1층 카페는 밖에서 보면 다른 카페처럼 평범하다. 길을 가다가 컬리수를 두고 PC방인지 아닌지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이 있을 정도.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멀티미디어 기기의 향기가 난다.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같은 주류도 즐길 수 있다.(위)
1층과 2층 메뉴 값이 다른 것이 특징.(아래)
여성을 위한 공간… 고급스러움으로 승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입구 한쪽에 자리 잡은 통유리 공간이다. 이곳은 멀티미디어 룸으로 DVD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갖췄다. 연인이나 가족을 위해 DVD 타이틀을 대여해주고 이용료를 받는다. 이용객이 직접 가져온 타이틀도 감상할 수 있지만, 정품만 재생할 수 있고 복제나 다운로드한 것은 시청할 수 없다.
다른 한쪽에는 IT 기반 가전회사인 모뉴엘 제품들을 전시한 공간도 있다. 컬리수 운영 총괄을 맡은 신우용 점장은 넷카페를 기획하면서 모뉴엘에 제안했고, 때마침 모뉴엘도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고자 고민하던 차였다. 넷카페라는 콘셉트에 맞춰 모뉴엘의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판단이 서자 본점격인 가아이점에 제품 협찬을 약속했다. 덕분에 1층 카페와 2층 PC방에서 쓰는 전자 제품들은 모두 모뉴엘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신우용 점장은 “컬리수는 여성 고객이 편하게 쉬고 이용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일반적인 PC방을 보다 고급스럽게 바꿔 이용하게 하는 것, 더불어 PC방 사업을 하되 현재 PC방 이미지가 아닌 고품격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모뉴엘에 제안했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금의 컬리수가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 1층에는 남자 화장실이 없다. 여성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컬리수 역시 1층에는 남자 화장실이 없다. 2층에 가야하는데, 자연스럽게 남성 고객들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는 여자친구에게 ‘2층으로 가자’고 조른다. 같은 값이면 PC도 할 수 있는 2층이 더 낫다는 판단 아래서다.”
컬리수 넷카페 이용 요금은 1인당 3시간에 7500원이다. 요새 PC방이 시간당 1000원을 받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제법 비싸게 느껴진다. 그러나 서울에서 물가가 제일 비싸다는 압구정동 한복판이라는 걸 감안하면 썩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연인이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 드는 비용으로 3시간동안 편안한 공간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게임 등을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의 PC방이 일본으로 건너가 변형된 넷카페에서 따왔다. 국내 여행자들 중에서도 숙소 비용을 아끼기 위해 넷카페를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넷카페 이용요금은 12시간에 약 1500엔(한화로 약 2만 원)정도다. 그 금액에는 커피나 콜라 같은 음료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업소에 따라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심지어 샤워시설을 갖춰 추가로 4000원 정도만 내면 씻을 수도 있다.
신 점장은 “동남아 여행 중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며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국내에도 이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다른 PC방이나 복합문화공간과 차별을 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내는 관할 구청마다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밖에서 보면 컬리수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칠판에 적힌 글씨를 봐야 그나마 ‘PC방’인줄 안다.
고성능 PC로 업그레이드 고민도 끝내
2층 넷카페는 같은 면적의 다른 PC방이라면 적어도 40~50대는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배치한 PC는 31대. 그 중에서 커플석을 빼면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는 이용객들은 많다고. 이는 PC 성능부터 다른 PC방과 차별을 뒀기 때문이다. 제원이 요새 나온 어지간한 신품 PC보다 뛰어나다.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870으로 ‘구형’이지만,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580, 램 4GB, 하드디스크 1TB를 넣었다. 혼자 쓰는 자리에는 27인치 듀얼 모니터를, 커플석은 각각 1대씩 올렸다. 이 정도면 신형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쓴 PC도 부럽지 않은 성능이다.
신우용 점장은 “PC방 사업은 2년이 업그레이드 주기”라며 “최고 성능으로 맞추고 4~5년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적당한 부품들을 써서 2년마다 업그레이드할 것인지는 사업주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4년 후에도 통할 수 있는 제원이라면 4년 간 고객들이 체감할 만족도도 다르다고 본다. PC방에서 길게 볼 것은 수지타산도 있지만, 고객만족도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적자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에 대하 신 점장은 “본점은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라며 “초기에는 카페에서 버는 수익으로 넷카페를 운영하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그래프가 뒤집혔다. 지금은 넷카페 수익이 더 많다”고 답했다.
“카페 주 고객은 어머니들이다. 소위 ‘강남 엄마’들인데, 그들은 PC방에 자녀를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고객은 다르다. 엄마들은 1층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아이들을 2층에서 논다.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찾아오기도 한다. 다만 요새는 인근에 키즈카페가 생겨서 엄마들이 다 거기로 갔다(웃음).”
넷카페는 좌석을 널찍널찍하게 배치했다.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은 PC방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쾌적하고 번잡하지 않아 좋다.
커플들을 위한 자리. 흡연석과 비흡연석에 모두 커플석이 있다.
쾌적함 강조한 넷카페, 연인들 데이트 장소되나
컬리수 넷카페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신 점장은 한 마디로 ‘활성화’라고 요약했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적응하지 못했다. 북카페는 알겠는데, 넷카페는 무엇이냐는 물음도 많았다. 그때만 해도 전체 매출을 100이라고 봤을 때 카페 매출이 70, 넷카페 매출이 30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넷카페에 대해 알려지면서 음료와 함께 3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주말에는 넷카페가 만석이 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에서도 많은 제안이 들어오는데, 지난 2월에는 티켓몬스터를 통해 15% 할인 티켓을 팔았고, 쿠팡과 그루폰과도 조율 중이다.
현재 2, 3호점을 준비 중인 컬리수는 당장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계획은 아니다. 신 점장은 “섣불리 잘된다고 가맹 넷카페를 늘리고 싶지 않다”며 “서울에서 목 좋은 곳을 선정하는 작업 중이다. 3호점까지 직영을 통해 컬리수 넷카페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성능 PC, 여유로운 좌석, 카페와 PC방의 결합, 고급화 전략 등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그때쯤 프랜차이즈를 받을 예정이다. 당장에도 지하로 들어가고, 계단 없는 3~4층에 가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PC방의 새로운 대안이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갈 곳은 신천이다. 이 지역은 PC방이 단 4곳뿐으로, 그나마도 한 곳은 폐업할 예정이다. 신천이 PC방 불모지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카페의 등장과 모바일 환경의 진화 때문이다. 애들이 욕하면서 떠들지 않는 곳. 카페다. 조용히 커피를 즐기면서 원하는 작업공간을 찾는 인구는 나날이 늘고 있다. 그런 이미지를 구체화 한 것이 바로 컬리수 넷카페다. 당장은 10대 이용인구가 없어서 수익이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넷카페는 성공하리라 자신한다.”
신 점장의 말을 요약하면 컬리수 넷카페는 10대보다 20~30대, 나아가 40대를 겨냥한 곳이다. 더불어 코피스(Coffee+Office, 카페에서 근무하는 1인 사업가)족처럼 고성능 PC를 필요로 하면서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곳을 찾는 인구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연인들이 1만 5000원을 내고 카페에 갈 것인지, 쾌적한 넷카페에서 PC와 함께 놀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PC방이 아닌 곳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으니 불가능한 도전은 분명아니다. 2011년, 과연 PC방은 넷카페로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1인석은 27인치 모니터를 듀얼로 배치했다. 인근 개발사 직원들이 찾아와 이용하기도 한다고.
흡연석쪽 커플석. 담배 냄새 때문에 특별히 더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한다.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별도 커플석도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4명이 동시에 게임을 할 때 많이들 찾는다.
입구 한쪽에 위치한 멀티미디어룸.
1층에는 모뉴엘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도 있다.
모뉴엘에서 만든 공기청정기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