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TV를 똑똑하게 만들 비법 - 이스타 미디어 티밥 TV
“PC 엑소더스” TV 보며 트위터하는 시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쓰다 보니 언젠가부터 PC를 켜는 일이 줄었다. 최근 나온 TV들은 인터넷 기능과 동영상 재생도 되니 앞으로는 어지간한 일 아니면 PC를 켤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TV에 PC 기능을 더하려는 시도는 초창기 PC 시절부터 꾸준히 있었다. 가까운 예로 홈시어터PC, 즉 HTPC나 베어본 타입의 미니 PC를 꼽을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LP타입의 슬림 PC나 디빅스 플레이어도 TV를 조금이라도 ‘스마트’하게 써먹기 위한 시도 끝에 나온 물건들이다.
이런 제품들은 편리함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확장성 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대기업에서 내놓는 3D TV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판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백 만 원하던 대형 TV가 100만 원대 이하로 팔리는데, 여기에는 디빅스 플레이어와 인터넷 기능에 3D까지 된다면 굳이 다른 주변기기를 갖출 필요가 없다. 적어도 ‘스마트 TV’를 산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이스타미디어의 티밥TV는 이런 스마트 TV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물건이다. ‘스마트TV 플레이어’라는 이름처럼 기존 TV에 연결하면 최신 스마트 TV 부럽지 않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원래 이 제품은 2009년 무렵, 당시 포화상태인 방송수신용 셋톱박스들과 차별을 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 멀티미디어 기술을 합친 기기를 찾는 수요를 겨냥해 플랫폼을 만들었고, 그것이 안드로이드OS 기반의 티밥TV다.
티밥TV의 기본 화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같은 느낌이다.
외산 제품과 견줘도 빠지지 않는 티밥TV
스마트TV를 겨냥한 제품은 기존에도 있었다. 국내에는 정식 출시하지 않았지만, 애플이 만든 ‘애플TV’도 넓은 의미로 보면 티밥TV와 같은 기능이다. 다만 사과모양 상표 제품들이 다 그렇듯이 값은 비싸고 국내 미출시 제품이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에 비하면 티밥TV는 좀 더 현실적인 스마트TV 플레이어다.
먼저 외형을 살펴보자. 본체는 모서리를 유선으로 처리한 정사각형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TV 옆에 둬도 튀지 않는 생김새다. 본체 상단에는 뚜껑이 하나 달렸는데, 이것을 들어내면 2.5인치 하드디스크 자리가 보인다. 기본 제품에는 하드디스크가 없고 옵션으로 따로 구입해야 한다. 하드디스크는 최신 제품까지 모두 알아채 따로 뭔가를 조작하거나 설정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또 도구를 쓰지 않고 조립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서 하드디스크를 꽂거나 뺄 때도 수월하다.
본체 정면에는 리모컨 수신 단자를 배치했다. 특이한 점은 따로 전원 단추 없이 리모컨을 이용해 끄고 켜는 식이다. 소비전력이 적다는 의미이겠지만,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배려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본체 옆에는 USB 2.0 단자 2개를 배치했다. 외장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를 연결해 저장한 영상이나 사진 등을 불러와 재생할 때 쓴다.
다만 무선 랜카드 등을 쓸 계획이라면 사실상 쓸 수 있는 단자가 1개뿐이다. USB 허브 등을 연결하면 해결되지만, TV 앞이 번잡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 가정에도 무선 랜 보급이 활발하고 상당히 대중화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티밥TV 내부에 무선 랜 칩을 넣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단가 부분이나 활용도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겠지만, 이후 나올 제품에서는 무선 랜 수신을 기본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면은 화면 출력을 위한 단자로 빼곡하다. 고화질을 위한 HDMI 단자는 기본으로 갖췄고, 구형 TV에서도 티밥TV를 쓸 수 있도록 컴포지트 비디오 출력 단자와 RCA 오디오 케이블 단자를 각각 배치했다. 공유기와 연결하기 위한 유선 랜 단자와 AV 리시버를 위한 S/PDIF 광케이블 단자도 빼먹지 않았다. 이 밖에 바닥에는 기기에 이상이 생겼을 때 리부팅하도록 비상 스위치를 숨겨뒀다.
인터넷에 연결하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간편히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집도 스마트TV!
티밥TV를 연결해 화면을 띄우면 마치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을 보는 기분이다. 만약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다면 인터페이스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티밥TV가 다른 멀티미디어 재생기와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다른 멀티미디어 재생기는 제조사에서 정해준 기능 안에서 활용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티밥TV는 여러 앱을 이용자 입맛대로 내려 받는다. 오래 쓰면 쓸수록 각 개인에 최적화된 기기가 되는 셈이다. 바탕화면도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가족사진으로 바꾸는 기능은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기능이다.
티밥TV 기본 기능만 가지고도 값어치는 충분하다. 인터넷에 연결했다면, 웹 서핑은 물론이고 관련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유튜브에서 요새 유행하는 영상을 감상한다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포털사이트 뉴스를 볼 수도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아예 앱을 통해 웹을 거치지 않고 곧장 서비스로 직행할 수 있어 편리하다.
티밥TV만의 장점은 또 있다. 웹하드 서비스인 <피디팝>과 연계해 굿다운로더 인증을 받은 콘텐츠를 내려 받아 감상할 수 있다. 따로 인터넷에서 불법 자료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고, 다른 PC에서 내려 받은걸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옮기는 시간도 들지 않는다.
RSS 피드를 활용해 특정 유튜브 채널을 저장했다 감상하는 기능도 써먹을 수 있다. 예컨대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Football’이나 ‘축구’라는 RSS 피드를 티밥TV에 저장하면 된다. 이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콘텐츠를 감상하면 되니까 따로 검색하느라 시간과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
이 밖에 티밥TV는 멀티미디어 기기로써 다른 멀티미디어 재생기보다 쓸 만한 기능들을 갖췄다. 하지만 이 모든 기능을 십분 활용하려면 리모컨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 리모컨은 기능이나 구성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입력 신호가 빠르지 않아 갑갑증을 일으킨다. USB 마우스나 트랙키보드를 쓴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제품 완성도를 위해 리모컨 수신 감도는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DMI와 컴포지트 출력 단자로 화면을 띄운다.
SATA2 방식의 2.5인치 하드디스크를 끼울 수 있다.
다양한 기능과 인터페이스는 편리한,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리모컨.
웹하드를 이용해 굿다운로더 인증을 받은 영상을 내려 받기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