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블로그에 담긴 진짜 남자 이야기 - 통신보안! 사이버 근무 중 이상무
공군 희로애락에 ‘공감’ 팍팍
공군 공감 afplay.tistory.com
2003년 뉴스레터, 2007년 5월부터 웹진을 거쳐 2010년 5월 24일 블로그 ‘공감’을 열었다. 공감은 딱딱한 보도자료가 아닌 공군의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공군의 훈련 내용, 공군 입대 방법, 공군 군화(장병)와 곰신(여자 친구) 이야기, 훈련소 에피소드 등을 담는다.
공감 운영진 고낙일 대위
지난 5월 배우 조인성이 전역했다. 어느 매체보다 발 빠르게 더 많은 영상을 담아 낸 곳은 다름 아닌 그가 복무한 공군 블로그 ‘공감’이다. 덕분에 여성 방문자가 부쩍 늘었다. 숨겨진 일등 공신은 공감 운영자 고낙일 대위다. ‘낚시왕’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그는 공군의 실생활을 멋있고 재미있게 전달해 단골 방문자들에겐 이미 유명하다. 글에 담긴 그의 유쾌함은 인터뷰에서도 이어졌다.
강한 공군, 친근한 공감
공감을 만드는 기동홍보팀 문을 열었다. 블로그 웹툰에 따르면 소녀시대나 카라 등의 걸그룹 사진이 붙어있어야 했지만 공군에 다녀간 몇 명의 연예인 사진이 액자로 걸려있을 뿐 무척 깔끔했다. ‘불꽃 편집 중’이라는 문구와 책상마다 붙어 있는 공감 운영진들의 필명이 눈에 들어왔다. PC사랑 못지않은 마감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에서 공군 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공군 사이버 알림터에 올라가는 영상과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고낙일 대위는 연결 통로를 관리하는 문지기 겸 행동 대장이다. 2009년 12월 공감 웹진 시절부터 맡아서 꾸렸으니, 블로그 창립 멤버인 셈이다.
“2003년 시작한 뉴스레터는 공군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태라 받는 이와 소통이 되질 않았어요. 이후 운영한 웹진은 독자가 10만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뉴스레터와 비슷한 문제가 있어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지요. 공군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 블로그를 열게 된 것입니다.”
군대는 딱딱할 수밖에 없는 곳이지만 한편으론 친구나 동생, 아들 등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공감은 실생활을 친근하게 보여주려한다. ‘다나까’로 끝나는 딱딱한 내용이 아닌 실제 훈련과 행사를 보여주는 ‘공군탐구생활’, 군대 용어를 담은 ‘공키피디아’, 공군 생활을 재밌게 그린 ‘웹툰’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공군의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그 중에서 일반인이 재미있어 할 만한 주제를 고릅니다. 말하는 사람은 즐거워도 보는 사람이 재미없으면 그만이니까요.”
글은 ‘어떤 모습을 보여 줘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거쳐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올린다. 덕분에 방문자 수가 꾸준히 늘었고 단골도 많아졌다. ‘공감 팀’에 입성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학보사 출신의 고 대위를 비롯해 영상, 디자인, 사진 등을 전공한 특기병들이 제 실력을 십분 발휘한 덕분이다.
공감 만드는 팀 자리배치도와 마감 혼을 불태우는 푯말을 보니 공감이 재미난 이유를 알게 된다.
내부에서는 ‘사랑은 수송기를 타고’가 최고
지난해 6월, ‘한가인 닮은 여군 조종사가 있다. 대한민국 0.01% 그녀’라는 글이 포털사이트에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확 늘었다. 여군 조종사라는 희소성에 ‘미모까지 겸비’한 덕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누리꾼이 글을 보며 즐거워할 때, 고낙일 대위는 누리꾼의 반응에 뿌듯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보름 정도 지난 뒤 작성한 콘텐츠였습니다. 다음, 네이트 등의 포털 사이트와 각종 게시판에 퍼져나가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감사 댓글 등의 반응을 보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공군 소식은 운영자의 큰 기쁨이다. 반대로 야심차게 올린 글에 반응이 없을 때 기운이 쫙 빠진다. 예전 고낙일 대위가 “어린 애들이 학교에 안가고 군대에 간다”라는 제목으로 다뤘던 항공고등학교 이야기가 그 예다. 소위 ‘대박’을 기대했던 주제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아쉬웠다.
즐거움을 하나 더 꼽자면 다른 군인에 비해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방송과 영화 촬영으로 유인나, 아이유, 정지훈, 이하나 등이 공군을 찾았다. 고 대위는 그 현장을 공개하려고 가장 먼저 달려가 안내하고, 인증샷을 남기며 다른 병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운영자 특권(?)이라며 잠깐 자랑하기도 하지만 다른 병사보다 앞서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감은 인터넷과 인트라넷(내부망) 두 가지로 운영하는데, 인터넷에서는 공군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공군 탐구생활이나 훈련의 소리, 웹툰이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인트라넷에서는 여자 친구나 가족이 보내는 편지인 ‘사랑은 수송기를 타고’의 인기가 가장 많습니다. 질투와 부러움이죠. 가끔 그냥 지나치고 싶어도 게시물을 공감에 올려야하기 때문에 빠뜨리지 말고 봐야 합니다.”
이 정도는 그냥 농담 섞인 볼멘소리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슬픈 소식을 전해야 할 때다. 슬픈 소식을 전달할 때는 “먼저 가슴이 먹먹해서 인터뷰가 쉽지 않다”
한가인 닮은 여군 조종사와 조인성 관련 콘텐츠 조회수가 높았다.
상큼한(?) 병영생활 일기
“공군이 모두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습니다. 조종사뿐 아니라 정비병 등 다양한 분야가 있으니 대부분 비행기를 볼 수 있다는 말은 맞을 겁니다. 물론 방공포 부대 등 비행기 근처에도 못 가 보고 전역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종사가 공군의 핵심이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조종사가 되려고 공군에 입대하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100억 원이 넘고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위험하고 특별한 직업이다. 때문에 공군 가족에겐 독특한 문화도 생겨났다.
“만약 조종사 아내가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싶으면 부대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실제로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날 훈련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또 나비나 잠자리 등 날아다니는 것을 절대 잡지 않습니다.”
공감에서 ‘공군이 하는 일’이나 ‘조교 눈 피하는 방법’ 등을 보고 입대 의사를 밝히는 사람도 많고 질문도 늘었다. 실제 공감 애독자 중 한 명은 공감에 들어오고 싶어 삼수 끝에 공군에 붙었지만 아쉽게도 공감에는 자리가 없어 다른 보직을 받기도 했다. 입대 전 장병뿐 아니라 학회나 전시회 같은 현장에서 취재가 훨씬 수월해진 것도 공감의 공이다.
누리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고낙일 대위는 블로거 모임을 종종 갖는다. 전문 블로거가 모여서 댓글에 대처하는 요령이나 앞으로 운영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지난해에는 서울공군회관에서 블로거 초청 간담회를 열었고, 블로거들을 사천 항공우주엑스포에 초정하기도 했다. 올 10월에는 아덱스(에어쇼)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군 가족은 물론 일반 누리꾼이 모두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군 안팎의 의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하늘이 그냥 좋았던 고낙일 대위는 지금 공군 생활에 푹 빠져있다. ‘도전’ ‘전문성’ ‘헌신’ ‘팀워크’를 기본으로 하는 공군정신과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상큼’한 병영생활이 그의 에너지원이다. “성(性)비가 안 맞는 점이 아쉽지만 다시 학교를 가도 공군사관학교를 선택하겠다”고 큰소리칠 정도니 그가 만드는 공감도 재미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제주도 천진항 위를 나르는 블랙이글스. 공감팀이 후방에 앉아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땅을 지키는 육군 생활을 온 누리에
아미누리 armynuri.tistory.com
2008년 7월 ‘아미인사이드’와 ‘아미진’을 개설하면서 누리꾼과 만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부터 공식 블로그 아미누리를 만들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1년 6월 1일부터는 홍보 사이트 3개를 아미누리로 통합해서 운영한다.
아미누리 운영진 손종원 소령
손종원 소령은 군 생활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정훈장교로 일하며 참모와 홍보자료를 담당하다가 2년 전부터 아미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 인터넷을 이용하던 손소령은 어느새 누리꾼의 관심사를 읽을 줄 알고, 신조어에 익숙한 블로그쟁이가 되었다.
계급장 뗀 아미누리
아미누리를 이끄는 장교는 다른 군 운영진보다 계급이 조금 높은 편이다. 반듯하게 군복 입고 있는 모습과 마주하니 취재하는 기자가 군에 온 듯 살짝 긴장도 되었다. 이를 눈치 챈 손종원 소령은 계룡대 쉼터로 자리를 옮겨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장소가 바뀌자 그는 어느새 이모티콘과 함께 반가운 댓글을 달아 주는 아미누리 운영자가 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미누리를 만들게 된 동기부터 운영원칙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아미누리는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입대 예정자, 애인, 친구, 예비역 등이 궁금해 하는 육군 훈련과 병영생활, 신무기, 군 생활 정보 등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지켜야 하는 것이 국방의 의무입니다. 자칫 군복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육군의 변화도 알리려 합니다.”
‘든든하軍’ ‘즐겁軍’ ‘행복하軍’에 담긴 300여 개의 콘텐츠 중에 방문자수가 많은 것은 내무반 생활을 재밌게 그린 웹툰과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곰신 이야기다. 방문자는 주로 2,30대가 많다. 무기나 정책 변화 등 소재에 따라 방문자수와 층이 달라지기도 한다. ‘아들 사진’에 부모가 접속하고, ‘달라진 군복’에 예비역 병장이 향수를 느끼며 댓글을 달기도 한다.
아미누리에 담긴 내용 중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건 2009년 10월, 수방사 여군 특공대원의 교육훈련 모습을 다룬 ‘아름다운 프로페셔널, 우리는 그들을 독거미라 부른다’라는 글이다. 포털 사이트 대문에 오르면서 조회수가 8만 건이 넘었다. 이때 아마누리가 널리 알려졌다. 이렇게 찾은 누리꾼이 다른 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뒤로는 방문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손종원 소령은 아미누리 인기 요인으로 매월 주제에 맞는 소재를 찾는 기획회의와 외부 필자를 꼽았다.
“민간인과 현역군인이나 전역군인의 시각이 달라 외부 필자를 쓰면 여러 가지로 효과적입니다. 전문사진가, 대학교수, 웹툰 작가를 섭외해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현실적이고 숨겨진 내용을 전달하려면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좀 더 블로그에 집중해야 하지만 내부 업무도 많아 집중하기 힘듭니다. 매일 한건씩 올리면 좋지만 현재는 여건상 일주일에 2~3개 올리고 조정, 통제, 관리 등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진을 받을 수 없냐는 문의도 종종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객원 운영진을 두고 있다. 손 소령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카메라를 가지고 직접 촬영을 가는 일도 많다.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오랫동안 정훈 장교로 복무하며 홍보물을 만들어 온 덕에 사진 구도 맞추는 건 기본이다. 기자로 오해받는 일도 있었다.
“지난 5월 육군 훈련소 면회 장면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등산복에 좋은 카메라 장비를 들고 가니 소령이라고 말해도 훈련생들이 임의로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며 거절하더군요. 처음에는 답답하다가도 군기가 잔뜩 들은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리 연락을 취한 담당자를 불러와 취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조회수 8만을 넘기며 아미누리 이름을 알린 수방사 여군 특공대 관련 콘텐츠.
육군도 변해야 한다
지난 3월 계룡대에서 육해공군 장교 합동 입관식이 열렸고,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은 사진과 기사가 ‘창군 이래 최초로 치러진 장교 합동 입관식’이란 제목으로 아미누리에 올랐다. 많은 댓글 가운데 한 초등학생의 비밀 댓글이 손 소령의 눈길을 끌었다.
“장교 임관식을 보고 나니 육군 사관학교에 들어가 직업군인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의 당찬 글에 군인은 멋있는 직업이지만 아직 미래를 확정할 때가 아니니 좀 더 생각해보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어린이 인생 진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새삼 놀랐습니다.”
본격적으로 아미누리를 시작하기 전 손 소령은 홍보와 정신교육 등을 주로 담당했다. 야전에 있을 때는 장병들 정신교육과 일반 매체에 군 홍보자료를 보내는 정도여서 상대의 반응을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인터넷도 사단 홈페이지와 카페 관리를 할 때 가끔씩 보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수시로 살펴본다. 블로그의 영향력을 접하고 보니 콘텐츠가 더 신경 쓰이고 댓글 하나하나가 달리 보였다.
“강한 전투형 야전부대 창출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전후방 각지 장병들의 일상을 취재하고 편집해 글을 올립니다. 글을 읽은 누리꾼의 댓글을 보면 열심히 편집한 보람이 생깁니다.”
손 소령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바깥의 젊은 블로거와 꾸준히 교류하면서 그들의 관심사와 시선을 유심히 지켜본다. 누리꾼 화제를 꿰고 있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니 ‘츤데레’라는 말을 아냐고 되물었다. ‘마음은 따뜻한데 표현을 쌀쌀맞게 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라며, 젊은 이등병들은 많이 아는 용어라고 덧붙였다. 블로그에 늦게 발을 디뎌서인지 재밌는 경험담이 쭉 이어졌다. 군 조직이 익숙해 주제 접근에 어려움은 없지만 힘든 점도 있다. 누리꾼이 원하는 정보와 군 홍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군 조직에서 운영하니 보안상의 이유로 모든 내용을 검토 받아야 합니다. 외부 필자의 내용을 살펴보고 분위기에 맞춰 바꾸다 보면 일반 블로거의 글만큼 자연스럽진 않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홍보 블로그라고 좋은 점만 실어놨다는 이야기도 맞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군 생활 중에 아기자기한 모습도 있지만, 가벼이 보일까봐 수위를 조절합니다. 앞으로 육군과 누리꾼이 모두 만족하는 블로그를 만들려면 개방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도적인 시스템 보완이 필요합니다.”
보완의 첫걸음은 6월 1일부터 바로 시작된다. 육군 웹진 ‘아미진’과 사진 블로그 ‘아미 인사이드’가 아미누리로 합쳐져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방문자를 모두 아미누리로 데려 올 계획이다.
“새로운 아미누리에는 국민 참여 공간이 더 늘어납니다. 연예병사 이야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신무기 공개 등 방문자 요구도 보안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내에서 최대한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또 재능 있는 현역을 운영진으로 뽑아 곳곳의 다양한 소식을 전할 생각입니다.”
블로그와 군대 생활은 얼마나 다를까?
아미누리에서 연재하는 ‘10분간 휴식’과 ‘건빵주머니’ 웹툰을 보면 군대에서 빨래하는 법, 이등병의 날, 종교 활동 등 소소한 군대 일상을 볼 수 있다. 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특공대에 관한 내용이다. 총검술 대신 특공무술, 각개 전투보다 시가지 전투 위주, 행군 대신 헬기 레펠을 실시하는 특공대 설명과 선발 과정을 3회에 걸쳐 그렸다. 진짜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자 손 소령 목소리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강한 육군을 뽑자면 수색대와 특공대를 꼽지만, 유격 훈련을 비롯한 육군의 훈련을 감당하는 모두가 자랑스러운 군인입니다. 군 복무는 심신이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이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입니다.”
군에서 벌어지는 행사와 훈련에 대해 직접 설명하니 블로그에서 글로 볼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강함과 부드러움, 엄숙함과 친근함, 국토방어임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육군과 내 가족이 생활하는 또 다른 공간. 상반된 두 가지를 한데 담아야 하는 특수한 블로그 운영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프로 사진가, 웹툰 작가 등 전문성을 지닌 외부 필자로 좀 더 재밌고 보기 좋은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아미누리의 특징.
육군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훈련으로 꼽은 유격 훈련.
인터넷 바다에서 해군과 한 배 타기
블루페이퍼 blue-paper.tistory.com
대한민국 해군 이야기를 담는 공식 블로그. 2009년 4년에 문을 열었으며 해군 장병들의 일상, 해군 소식 등 해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파란 바다를 담는 종이라는 뜻으로 블루 페이퍼라는 이름을 지었다.
블루 페이퍼 운영진 김범수 중위
해군 블로그에 가수 바다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와 있다. 바다 못지않게 관심을 끈 사람이 옆모습만 등장한 김범수 중위다. 정면으로 등장하진 않았음에도 수려한 외모로 ‘김소사마’라 불리는 블루 페이퍼 운영진이다. 블루 페이퍼를 본격적으로 맡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이기도 했으나 대답 한마디 한마디에 블루 페이퍼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15분 전, 해군은 모든 준비 끝
어쩌다보니 약속시간보다 15분 일찍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김 중위는 해군만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인 ‘15분 문화’를 설명하며 우리를 자연스럽게 맞아주었다.
“해군 함정은 출항 15분 전에 출항을 알리는 기적을 울리고 출입항 요원이 제 자리를 잡습니다. 즉, 출항 준비가 이미 완료된 상태라는 겁니다. 배가 떠나기 5분 전은 함장이 함교에 위치해 출항을 위한 명령을 하달하고 홋줄이 풀어지는 시간입니다.”
아직 약속 시간 전이지만 해군 문화에 따라 인터뷰 준비를 마쳤으니 일찍 온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배려였다. 함정에서 시작한 15분 전, 5분 전이란 명령 신호는 해군 생활 전반에 적용된다. 각종 과업 수행을 위한 집합이나 당직근무 교대 등이 모두 15분 전, 5분 전의 형태로 진행된다. 7시에 배가 출항이라도 6시 57분에 도착하면 배를 못타고, 정시에 근무를 교대하는 건 해군에서는 지각인 셈이다. 우리나라 해군 뿐 아니라 전 세계 해군에 적용되는 고유문화라고 한다.
김 중위가 알려 준 해군만의 독특한 문화가 하나 더 있다. 블로그 ‘함정에는 단 한사람만 앉을 수 있는 절대 의자가 있다?!’에 올렸듯이 함장의 자리에는 대통령도 앉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역시 전 세계 해군에 적용되는 문화다. 이같이 우리가 모르는 해군 이야기를 알려주는 곳이 블루페이퍼다. ‘궁금해’ ‘생생해’ ‘공감해’를 통해 해군의 일상, 전투함과 훈련 소개 등을 소개한다. 인기가 좋은 코너는 역시 기자도 재미있게 봤던 웹툰이었다.
“지금은 아쉽게 연재가 끝났지만 ‘해군 꼴통가다’가 가장 인기가 좋았습니다. ‘총기가 목숨보다 소중한 이유’라든지 ‘해군사관학교 수영 훈련에서 무슨 일이’ 같은 글이 대표적입니다. 해군 사관학교 수영 훈련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김 중위가 재미있다고 꼽은 웹툰은 해상훈련에서 벌어진 일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물론 만화인 만큼 과장이 섞이기도 한다.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관심이 많은 코너인 만큼 사실과 너무 많이 다를 때는 내용을 고치기도 한다. 물론 보안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블루페이퍼에서는 웹툰을 비롯해 계급의 유래, 합동훈련 모습 등 다양한 해군 문화를 볼 수 있다.
블루 페이퍼에 함께 올라요
지난 1월 김범수 중위가 쓴 ‘배 안에 장갑차를 실을 수 있을까?’라는 글이 포털 사이트 대문에 올라 그를 기쁘게 했다. 한국형 상륙장갑차(KAAV)를 옮기는 과정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은 공들인 콘텐츠다.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는 가수 바다의 단독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다.
“블로그 방문이 폭주할 거라 예상하며 인터뷰를 올렸는데 기대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군에서 연예인 이야기는 늘 인기다. 최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해군 출신 연예인 김건모와 정엽의 인터뷰도 기획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른 방법도 모색 중이다.
“해군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반대로 가족이나 애인이 복무 중인 병사에게 편지를 쓰는 코너를 만들 계획입니다. 예전에 이벤트로 진행했던 코너인데 반응이 좋아 정식 콘텐츠로 만드는 겁니다.”
해군 가족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6월에는 안보현장을 찾아 군함도 타 보고, 해군박물관을 견학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누적방문자가 200만 명을 넘은 뒤에도 블로그 활성화 차원에서 하루에 포스트 하나씩 올리겠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형편 탓에 지키지 못할 때도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군 관련 언론 보도를 살피고 자료를 작성하느라 정신 차릴 틈 없이 바쁠 때에도 댓글은 꼬박꼬박 체크한다.
전투 수영 훈련. 김 중위도 수영을 못했지만 훈련을 통해서 이제 25m도 거뜬하다.
장갑차를 함정에 싣는 모습으로 누리꾼의 관심을 모은 콘텐츠. 누리꾼의 관심은 운영자를 뿌듯하게 한다.
뱃멀미해도 해군이 될 수 있다
해군은 바다를 지키는 군대인 만큼 배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3~4개월씩 배를 타고 나가서 훈련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뱃멀미가 심한 사람은 해군 입대를 망설이게 된다.
“뱃멀미를 하지 않으면 좋지만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반대로 함정 훈련이 끝난 다음 육지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뱃멀미만큼 블루 페이퍼에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 ‘수영’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잘하면 좋지만 필수 요건은 아니다. 김 중위도 처음에는 수영을 하지 못했지만 기초훈련 기간에 익혀서 지금은 25m는 거뜬하다. 수영 훈련 중에서도 해군의 특별 훈련인 ‘전투 수영’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군에선 기초훈련 기간 중 수영 훈련을 전혀 하지 않는 것에 반해 해군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영 훈련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수영 훈련과는 달리 해군에서 받는 수영 훈련은 전투 수영이라고 부르며, 비상시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함 훈련과 물에서 하는 수상 행군, 25m 수영으로 통과하는 과정 등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영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계적 잠수 능력을 보유한 해난구조대 SSU와 특수부대 UDT도 빠지지 않았다. 김 중위는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알게 하는 곳”이라며 강도 높은 훈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그만큼 남자다운 곳”이라는 자랑을 빠뜨리지 않았다. 말만 들어도 위험한 훈련이지만 “국민들 대신 위험 부담을 지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 바로 군인”이라는 말에 고마움이 더 와 닿았다.
김 중위는 “해군은 그야말로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곳이라 결속력과 끈끈한 동료애가 넘친다”며 “블루 페이퍼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