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초대장 - 눈으로 맛보는 소프트아이스크림, 소프트필터

2012-07-12     PC사랑
학창시절의 그리움은 학교를 떠나야 비로소 느껴진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살아온 지 벌써 십여 년이 흘렀다. 교문을 밀고 사회로 나온 다음 의당 청운의 거창한 꿈은 아니더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바쁜 회사 생활로 아까 저무는 해를 본 것 같은데 어느새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하루가 갔구나’ 하며 또 하루를 시작한 적도 많았다. 그만큼 학교와 사회는 달랐다.

처음 사회에 발을 담그면 보통 엄청난 것들을 기대하곤 한다. 맞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사회다. 거친 이곳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련에 대비하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그런 까닭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은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생각 한쪽에 묻어두고 지낸다. 하지만 세월이 제아무리 흘러도 생애 제일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추억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때에 대한 그리움은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이산동창(?)을 찾는 붐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비록 10여 년 전 이야기지만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오랜 시간 떠나 있었어도 학교가 얼마나 좋은 곳이며, 또 특별한 곳이었음을 아련하면서도 때때로 선명하게 깨닫곤 한다. 예컨대 날씨만 해도 그렇다. 요즘처럼 무더위로 푹푹 찌는 날이면 사무실 에어컨 바람이 마냥 고맙다. 그러나 무더웠어도 학교 앞에서 학우들과 군것질하던 맛처럼 달콤하고 즐겁지는 않다.

요새야 교실마다 에어컨이 있다지만, 예전 학교에는 그런 사치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여름만 시작하면 더위와 지루한 소모전을 펼치느라 기진맥진할 지경이었다. 교실 벽에 붙어 열심히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도 더위에 지쳐 열풍기로 돌변하기 일쑤였다. ‘오늘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에 열심히 매진해야겠다’는 다짐도 수은주가 30도를 웃돌기 시작하면 빨래에서 물기가 마르듯 증발했다. 이럴 때 제일 시원한 바람은 수업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반기는 하굣길 ‘친구들’도 청량감을 안겨줬다.

지친 우리를 반갑게 맞던 이 친구들은 바로 가정통신문에서 요주의 대상 1호로 지목하던 좌판들이다. 얼음 둥둥 띄운 시원한 냉차, 한 입 베어 물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아이스 바, 달콤함으로 혀를 유혹하는 소프트아이스크림 등 먹을거리 종류도 다양했다. 그 가운데 주머니 속 쌈짓돈을 100% 건네던 곳은 다름 아닌 소프트아이스크림이었다. 어떨 때는 공부하러 학교를 가는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교문을 들어가는 것인지 혼동할 만큼 즐겨 먹던 군것질거리였다.

돌아보면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싶지만, 그 풍미를 떠올려 보면 그럴 만도 하다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하드 바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 먹는 느낌이 좋았다. 먼저 불량한 단맛이 시작되는 아이스크림 부분을 혀끝부터 부드럽게 맛본다. 다음에 과자로 만든 손잡이를 와작와작 하고 씹으면 초등학생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아마도 단 것이 흔하지 않던 시절, 적당한 당분으로 잊혔던 미각을 깨우는 군것질거리가 소프트아이스크림이었기에 더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소프트(Soft)’하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굳거나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상태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사진을 뻣뻣하지 않게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사진은 빛을 가지고 만드는데, 빛이 없다면 사진도 존재할 수 없다. 카메라 렌즈를 향해 딱딱하게 일렬종대로 돌진하는 빛의 행렬에 변화를 줄 수 있어야 무뚝뚝한 사진도 표정에 변화가 생기게 될 터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줄지어 들어오는 빛이 이미지 센서에 도착해 사진으로 맺혀지기 전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이 사태가 수습될 것은 분명하다. 맑지 않고 흐린 물에서 찌꺼기를 걸러 내어 깨끗한 물을 받아낼 때 쓰는 도구를 ‘필터’라고 부른다. 빛 또한 본래부터 가진 성질을 바꾸려면 카메라 렌즈 앞에 빛을 걸러줄 ‘필터’를 끼워야 한다. 필터라 불리는 거름망을 거쳐서 지나가면 거친 성격의 빛도 가르치고 이끌려 부드러운 성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괄괄하고 험한 세상을 억세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소프트필터’라는 거름망을 렌즈 앞에 내세우면 되는 셈이다.

사진 촬영을 위한 준비물
DSLR 카메라 혹은 컴팩트 카메라, 3M 스프레이 접착제(77번) 혹은 헤어스프레이, 검은색 도화지, 주방용 랩, 고무줄, 문구용 칼, 자, 네임펜

부드러움을 사진에 담기 위한 준비 작업

자를 써서 렌즈 지름을 잰다. 렌즈에 필터가 끼워져 있으면 그대로 두고 필터 바깥쪽 지름을 헤아리면 된다. 렌즈 지름은 렌즈 옆이나 앞에도 표시된 경우도 있다. mm 단위까지 꼼꼼하게 알 필요는 없으므로 적당히 어림잡아서 파악하면 된다.


지름 수치를 가정용 랩에 네임펜을 써서 표시할 차례다. 앞서 헤아린 지름보다 5cm 정도 더 넉넉하게 랩에 정사각형 형태로 상자 모양을 그린다. 여유있게 재단해야 렌즈 앞에 랩을 쉽게 붙들어둘 수 있다.    


칼로 자를 부분을 표시한 랩 위에 두툼한 물건을 얹어 팽팽하게 펴지게 한다. 랩에 구김이나 주름 없이 곧게 펴고 절단선에 맞춰 칼질을 시작한다. 한 손으로 자를 꾹 눌러 랩이 밀리지 않도록 내리누르면서 칼을 움직이면 깔끔하게 잘린다.    


검은색 도화지를 널찍하게 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오려낸 랩을 매끄럽게 펼쳐서 올려놓는다. 3M 스프레이 접착제(혹은 헤어스프레이)를 랩과 70cm 정도 거리를 두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안개를 만드는 느낌으로 약하게 4-5차례 뿌려준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탈 없이 잘 뿌려졌다면 랩을 검은색 도화지 위에 그대로 놔두고 접착제 성분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혹시나 급한 마음에 덜 마른 상태에서 랩에 손을 대면 얼룩져서 망칠 수 있으니 여유를 갖자.  


접착제 성분이 다 마르면 랩을 집어 렌즈에 맞도록 덮는다. 렌즈 경통 옆에 늘어진 랩 끝 부분을 손으로 팽팽하게 잡아당긴 상태에서 빠르게 고무줄로 고정한다. 랩에 주름이 지지 않게 평평하게 당겨야 ‘소프트’한 느낌이 골고루 잘 나타난다.

로션을 바르고 스타킹을 신어보자?

바셀린 로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셀린 로션을 써도 소프트필터 효과를 낼 수 있다. 렌즈 앞에 랩을 고정하고 바셀린 로션을 랩 위에 적당하게 바르면 되는데, 지나치게 두툼하지 않게 문질러서 묻히는 것이 요령이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바르는 편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부분적으로 투명한 부분을 남겨두면 그 범위만 사진이 선명하게 찍히는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스타킹
오래 신어서 닳거나 찢어진 스타킹 한 짝으로도 부드러움을 사진에 표현할 수 있다. 색상이 짙은 스타킹은 사진에 그대로 색깔이 묻어져 나오므로 피하고, 빛깔이 진하지 않은 것으로 고르는 편이 좋다. 거꾸로 생각하면 다양한 색상으로 다채로운 느낌을 드러낼 수도 있다. 한 겹으로 소프트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더 강한 느낌을 원한다면 두 겹을 포개도 좋다.   

한 ‘Soft’ 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조리개는 열어야]
소프트필터는 빛을 퍼지게 해서 사진을 화사한 느낌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런 까닭으로 또렷한 사실을 나타내는 쪽보다는 부드러운 감성으로 접근하는 촬영 방향에 더 알맞다. 소프트한 정도는 조리개를 열면 커지게 되는데, 처음에 조리개 수치를 F5.6을 시작으로 조금씩 개방해서 알맞은 분위기를 찾아낸다. 


[망원이 필요해]
소프트필터는 넓은 부분이 또렷하게 찍히는 광각렌즈보다는 좁은 범위를 두드러지게 촬영할 수 있는 망원렌즈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 망원렌즈는 초점을 뭉개기가 쉬운 편이라 주된 피사체만 더욱 강조해서 나타내기에 편리하다.  


[빛과 맞서자]
피사체 앞에 빛이 골고루 들어오는 순광 상태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입체감 측면에서는 모자람이 있는 점도 사실이다.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수확하려면 과감하게 빛과 맞서는 상황인 역광에도 도전해보자. 순광 때와 다르게 피사체 윤곽을 따라 빛이 반짝거리면서 번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카메라 : 캐논 EOS-1D Mark II N
렌즈 : 캐논 EF 50mm f/2.5 Macro
노출 모드 : 수동
조리개 : F6.3
셔터속도 : 1/1000초
감도 : ISO 400
화이트 밸런스 : 5500K
렌즈 앞에 랩을 덮고 촬영



카메라 : 캐논 EOS-1D Mark II N
렌즈 : 캐논 EF 16-35mm F2.8L
노출 모드 : 수동
조리개 : F4.5
셔터속도 : 1/125초
감도 : ISO 100
화이트 밸런스 : 5500K
렌즈 앞에 랩을 덮고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