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PC, 어떤 과정으로 완성할까?

2012-07-12     PC사랑

태블릿 PC가 아무리 유행이라도 조립 PC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마음 한 쪽에는 여전히 ‘인터넷으로 PC를 사도 안전할까’하는 걱정이 남는다. 택배 과정에서 파손도 걱정이고, 혹여 뭔가 부족하게 오는 것은 아닐까 겁도 난다. 하지만 조립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니 그럴 걱정은 줄여도 되겠다. 꼼꼼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고 테스트까지 거친 뒤에 출고하기 때문이다.

1단계  주문, 그리고 부품 도착



소비자가 많이 찾는 부품은 매장 한쪽에 쌓아 놨다. 이 물건들만 눈여겨봐도 현재 유행하는 조합이나 많이 찾는 부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PC사랑>에 입사 전에는 이렇게 많은 부품들을 보면 갖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지금은 그냥 다 테스트하고 리뷰를 써야 할 것만 같아 무섭다.
모든 물건을 갖출 순 없는 법. 소비자 주문에 따라 고성능 부품이나 특이한 제품이 있으면 따로 주문을 해서 받는다. 배달 과정은 어쩔 수 없이 인편을 써야 하는데, 주문이 많으면 배달하는 사람 행렬도 길어지곤 한다. 이날처럼 비가 오면 주문이 더 늘어나곤 한단다. 역시 IT 마니아들은 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이고 싶은 마음보다 PC 부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나보다.

2단계  고유번호 부여



과거 조립 PC를 온라인으로 사기 꺼렸던 이유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부품을 모으기 때문이다. 물량이 많으면 간혹 주문서와 다른 부품이 섞이거나 빠지곤 했다. 그러니 소비자가 믿지 못하는 것인데, <아이티매니아>는 이런 문제를 고유번호로 해결했다. 각 부품에 바코드 형태로 고유 번호를 적는다. 이 숫자는 눈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조립 과정에서 일어날 실수를 줄였고, 생겨도 금방 바로 잡을 수 있다. 주문서와 바코드를 대조해 혹 잘못 들어온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

3단계  부품 분류

단품은 고유번호를 받은 뒤 확인 절차를 거쳐 출고한다. 조립 PC 부품은 고유번호를 받은 뒤, 각 주문 번호가 적힌 곳으로 보낸다. 여기서 또 한 번 고유번호와 주문번호를 비교해 정확한지 확인한다. 인상적인 건 주문 순서와 관계없이 먼저 부품이 모인 것부터 조립 단계로 넘어간다.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은 소비자라면 무난한 조합으로 주문하는 게 좋을 것이다.

4단계  조립



조립 의뢰를 안 한 부품들은 바로 상자에 포장해 보낸다. 그 외에는 조립 과정을 거친다. 주문서 부품이 모두 도착했을 때 최종 확인 후, 조립한다.
TV에서 나오는 자동차 생산 공정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하나씩 조립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냥 한 사람이 모두 조립하는 방식이다. 부품이 제각각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 바구니에 담긴 부품들을 살펴보니 천차만별,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래픽카드는 대부분 엔비디아 지포스 GTX 560Ti가 많았다.
조립부터 끈 처리까지, 전문가 손길은 남다르다.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30분 정도. 한 사람당 하루 15대 이상을 조립한다. 쉬지 않고 조립하면 1시간에 2대 정도를 조립하는 셈.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고 치면, 정말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강철 체력을 가진 직원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조립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메인보드, CPU, 램, 하드디스크, 광학디스크, 전원공급장치를 연결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상이 없는 PC는 바이오스를 확인한 뒤 그래픽카드와 기타 소비자가 주문한 장치들을 달고 조립을 마친다.
조립 과정도 전산 형태로 주문서를 확인한다.

5단계  출시 전 검사



이렇게 조립까지 무사히 마친 PC는 출고 전에 품질관리 테스트를 한다. 조립하면서 PC 케이스를 닫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품질관리를 확인하면서 작동은 잘되는지, 부품에 이상은 없는지, 끈 처리는 잘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문제가 있는 제품이 나오면 따로 빼서 표시하고 정밀하게 검사한다. 부품 불량이면 재조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나마 작은 부품이면 괜찮지만, 케이스나 메인보드 불량이면 전부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다.
조립 과정에서 케이스 불량이 발견됐다. 신속하게 교체 작업을 하고 품질관리 테스트를 다시 한다. 이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제품만이 포장단계로 넘어간다.

6단계  포장







단품은 부품 분류 단계에서 바로 포장 단계로 넘어온다. 단품과 조립 PC는 포장법이 달랐다. 그래서 단품포장 직원과 조립 PC 직원이 따로 있었다. 포장을 마친 제품은 큰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출하를 준비한다.
마지막 단계다. 큰 상자를 포장하는 곳이라 그런지 찍찍하는 테이프 뜯는 소리만 메아리치는 곳이다. 모든 테스트와 포장을 마친 조립 PC는 쇼핑몰 이름이 찍힌 큰 상자에 담는다. 배송 중 사고를 대비해 꼼꼼히 포장하고, 빈곳은 완충재를 넣어 흔들리지 않게 처리한다.
포장을 마치면 이제 새 주인 품으로 갈 채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 이날 첫 택배다. 택배 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공짜가 아닌 돈을 낸 물건이지만, 꼼꼼히 챙겨준 PC를 받았을 때 소비자 표정을 상상 해본다. 문득 새 PC를 살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택배 회사에 넘기기 전, 주문서에 주문 완료 바코드를 찍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 주문은 모두 전산화로 시작해 전산화로 끝난다.

7단계  사후처리





택배를 보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보낸 부품이 잘못됐을 경우, A/S가 필요하다.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불량 부분을 찾아내고, 수리나 교환한다. A/S는 쇼핑몰과 오픈마켓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A/S는 대부분 택배를 통한다. 직접 물건을 들고 방문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이제는 흔치 않은 광경. 대부분 전화로 A/S를 문의하고, 택배로 물건을 보낸 뒤 교환, 수리를 받는 경우가 일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A/S 내역 역시 전산화 해 접수와 진행을 공유한다.
배달 사고로 A/S가 들어온 조립 PC. 택배를 집어 던지기라도 했는지, 케이스 한쪽 모서리가 푹 들어갔다. 이렇게 망가지면 모든 부품을 분해해 전부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 단순 조립보다 더 오랜 공을 들여야 하는데, 이상 징후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정도면 대형사고 같은데, 막상 담당자에게 물으니 사고 축에도 끼지 못한다며 웃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이 정도는 약과란 말인가?

주먹구구식 조립 PC?
천만의 말씀!

<PC사랑> 기자라면, 조립 PC 생산 과정은 한 눈에 꿰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나선 취재였다. 한편으로는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보고 오란 말인가 했다. 그런데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컴퓨터 판매점이 아니라 공장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간만에 PC 조립을 해보나 했는데, 어디 끼어들 틈이 없어 아쉬웠다. 담당자가 한가하면 조립할 기회를 주겠노라 했지만, 아침부터 몰아치는 주문에 감히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체험을 위해 파견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보고 온 게 아쉽다. 직원마다 지정석이 있어서 중간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취재가 목적이지 방해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 조용히 관찰만 하다 왔다.
조립 PC 시장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있지만, 이런 과정들을 보니 한편으로는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 클릭 품을 팔아 더 싸게 조립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렇게 조립 PC업체에 의뢰해도 편리할 것 같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느냐’는 그 시절 용산 전자상가의 추억(?)이 아련하지만, 이제 인터넷으로 조립 PC를 사도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