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름을 게임으로 지워주지! - 피서를 위한 추천 게임 6종
첫 번째 대책,낚시
현실세계에서도 낚시는 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레포츠다. 사시사철 즐길 수 있고, 밤낮도 가리지 않는다. 게임과 비슷한 취미생활이라는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 여름이면 게임과 낚시 마니아들은 공통적으로 시원함을 원한다. 게이머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게임하기를 학수고대하고, 낚시 애호가들은 한적한 물가나 바닷가에서 호젓하게 즐기는 낚시를 꿈꾼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중력이 좋은데, 실제로 지인 중에서 낚시하던 실력으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한동안 게임 좀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른 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과 근성을 보였다. 정말 게임과 낚시는 통하는 구석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낚시 애호가 700만 시대니 당연히 낚시를 소재로 삼은 게임도 많다. 예컨대 <대물 낚시광> 시리즈는 많은 마니아와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지금도 낚시 게임이라도 나올라치면 내용이 어떻든지 일단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현상은 그대로다.
그만큼 갈증도 심하다. 대한민국에서 서비스 중인 수백 가지 게임들 중에서 소재와 장르를 공유하는 게임은 많게는 수십 개, 적어도 대여섯 개는 된다. 하지만 PC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낚시 게임은 <출조 낚시왕>, <그랑메르>, <피싱온>이 전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게임이 그 게임’ 수준이었던 다른 게임 장르와 달리 낚시 게임들은 지향하는 목표와 게임성이 조금씩 다르다. 또 게이머 PC 수준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는 점도 나름 장점이다.
낚시질뿐만 아니라 보트의 위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
낚시 게임을 하다 보면 물고기에 대한 상식도 쌓을 수 있다.
I 출조 낚시왕 I
한게임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출조 낚시왕>은 낚시를 사랑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한쿠아>라는 게임 뒤를 잇는 것으로 통한다. 이 게임은 낚시하는 재미를 살린 동작을 게임 안에서 정교하게 구현했다. 낚시꾼들이 중시 여기는 ‘손맛’을 살리려 노력한 것.
우리가 아는 낚시 과정은 낚시 바늘에 미끼를 매달아 던지고, 찌를 드리운 뒤에 물고기가 걸리면 끌어올리는 것이다.
<출조 낚시왕>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잘 살렸다. 예컨대 단순히 잘 잡아채고 줄을 빨리 감는다고 전부가 아니다. 낚싯대를 흔들고 완급을 조절하며 물고기를 지치게 만들어야 한다.
물고기와 거리가 벌어지면 낚싯줄이 끊어지므로 게이머가 탄 보트 역시 물고기 진행 방향과 동일하게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보트가 물고기에 지나치게 붙으면 도리어 보트에 낚싯줄이 닿아 끊어진다. 때문에 낚싯줄과 보트 모두 신경 써야 낚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보트 중요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 정비를 게을리 하거나 제때에 새로운 보트를 구하지 않으면 기껏 힘들게 낚은 물고기를 더 이상 배에 싣지 못한다. 혹은 연료가 다 떨어지거나 보토가 느려 재빠른 물고기는 아예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몇 시간 만에 월척을 잡았는데 보트 때문에 놓치면 땅을 치며 후회해도 그때 가선 이미 늦은 일이다.
학습효과도 좋다. <출조 낚시왕>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어종을 사실적으로 디자인한 물고기들의 실제 정보를 볼 수 있다. 게임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도 넓히면서 진짜 낚시 마니아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잘 갖췄다. 게임 속 성우 역시 실제 낚시 애호가인 이정구 씨가 맡고 있을 정도로 소소한 곳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이렇게 낚시에 최적화하다시피 한 게임이니, 커뮤니티에 가도 낚시 애호가들이 실제 낚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다른 게임 게시판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만 아쉽다면 게임 속에서 능숙하게 낚시를 하려면 알아야 할 것이 많은데, 튜토리얼을 통해 배운 기본 정보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좀 더 고급정보를 익힐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낚시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초보들을 유입할 때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출조 낚시왕> 업데이트 방향을 보니 제작사 측에서도 이런 부분을 잘 인식한 눈치다. 정식 서비스 초기에 게이머들을 끌어 모으려 각종 이벤트와 밸런스 패치를 지속적으로 하고, 게이머들이 지적하는 부분을 순차적으로 보완 중이다.
I 그랑메르 I
<출조 낚시왕>에 앞서 서비스 중인 <그랑메르>는 리얼리티를 토대로 게임에서 느끼지는 적절한 과정법을 섞었다. 사실적인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를 통해 게이머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트롤링(낚시 방법 중 하나) 낚시의 역동적인 재미를 구현했다. 출시 전부터 트롤링낚시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기존 낚시 게임과 차별을 시도했다. 그 결과, 국내 낚시 게임 중 제일 역동적인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랑메르> 낚시는 트롤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춰 빠르게 바다를 달리며 미끼를 던지는 것이 시작이다. 별다른 기다림 없이도 쉽게 물고기가 딸려 오므로 키보드 방향키 등을 통해 릴을 감으며 물고기와 힘을 겨뤄야 한다. 힘겨루기는 무척 중요하다. 잡았다고 방심하는 순간 오히려 더 큰 돌발 상황과 마주칠 수 있다.
대표적인 돌발 상황으로 ‘먹이사슬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생태계 상에서 포식자에 해당하는 물고기가 낚시 중인 물고기를 먹이로 간주하고 먹는 경우다. 게이머는 자신이 낚으려 했던 물고기보다 더 큰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이때 성공하면 낚으려 했던 물고기보다 더 큰 물고기를 낚지만, 그만큼 힘겨루기가 어렵다. 때때로 포식물고기를 잡아먹는 또 다른 물고기까지 엮일 때도 있다. 마치 프로레슬링경기에서 태그 매치를 벌이듯 게이머와 물고기의 힘겨루기가 게임의 재미다. 이기면 여러 물고기를, 그것도 대형 어종을 손에 넣지만, 반대로 놓치면 허탈함에 키보드 앞에 엎드리게 될 것이다.
이런 게임 특징은 다른 낚시 게임과 구분하는 큰 특징이다. 다른 낚시 게임에 비해 큰 물고기가 낚이는 일이 많지만, 대신 한 마리를 낚는데 걸리는 시간 역시 길다. 이런 동적인 트롤링낚시가 싫다면 정적인 방식으로 낚시를 하는 것도 <그랑메르>의 묘미다.
이른바 풍류 낚시 시스템인 이 방법은 음악 감상 같은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세월을 낚는 분위기를 즐기다가 입질이 오면 낚는 전통적인 낚시다. 물고기와 진득하게 싸우고 싶은 게이머들에게 적당한 방식이다.
적응에는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트롤링낚시와 풍류 낚시는 낚싯대에서 물고기 텐션을 조절하는 방법이나 인터페이스가 조금 다르다. 때문에 긴박한 순간에 헷갈리기도 하니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하나씩 정복하는 걸 권한다. 역시 초보를 위한 배려도 빼먹지 않았다. 도전과제에 해당하는 투어 시스템을 통해 게임에 대한 기본 기능을 배운다. 또 특정 물고기들을 잡아 오는 쉬운 미션으로 시스템을 익히고, 다른 게이머와 협동하는 복잡한 미션으로 재미를 더했다.
덥고 짜증나는 여름, 이런 곳에서 풍류를 즐기는 것이 낚시꾼의 로망이다.
I 피싱온 I
고성능 게임이 화면은 화려하지만 그만큼 PC가 불덩이가 되기 일쑤다. 또 신작 게임들이 지나치게 적응이 어려워 불만인 사람도 있다. 이들을 위한 게임이 바로 <피싱온>이다. 캐주얼 낚시 게임을 추구하는 이 게임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낚시 게임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대물 낚시광> 시리즈 제작진이 만들었다.
앞서 두 게임이 리얼리티에 중점을 뒀다면, 이 게임은 만화 같은 느낌으로 차별을 뒀다. 또 제원이 나쁜 PC에서도 충분히 돌아가는 것도 매력이다.
우선 낚시 시스템을 편의에 맞춰 단순화 시켰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섞어서 조작하거나 마우스만 이용해 낚는 방법을 골라 쓴다. 마우스로만 하면 물고기를 낚으려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부터 낚아채는 과정까지 모두 한 손으로 할 수 있다. 덕분에 낚시를 전혀 모르는 게이머들도 <피싱온>을 통해 낚시 게임에 입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게임은 국내외 다른 낚시 게임과 마찬가지로 낚시터 분위기를 내는 맵부터 연못, 섬 등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의자에 앉아 낚시를 하는 방식이라 다른 낚시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적인 느낌이다. 그렇다고 아주 간단히 만들지도 않았다. 같은 낚시터라도 낮에 낚이는 물고기와 밤에 낚는 물고기가 다르다. 때문에 어군에 맞게 미끼를 바꿔야 하며, 야간 낚시를 위해 캐미라는 야광봉을 갖춰야 한다. 낚시를 통해 잡은 물고기는 수조에 보관하거나 도감에 기록하기, 혹은 요리로 만들 수도 있다.
세 가지 게임 모두 성격, 방식, 콘셉트 모두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즐기면서 게이머 스스로 적절한 완급 조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낚시도 그렇지만, 낚시 게임에서 물고기를 낚으려면 때로는 낚싯줄을 팽팽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유지하면서 꾸준히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버튼을 연타하며 힘을 쏟아 부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때로는 비가 너무 내려서, 때로는 너무 더워서 견디기 어려운 여름. 낚시 게임이 선물하는 적절함은 게이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다.
두 번째 대책,잔혹동화 읽기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읽는 동화는 교육적이며 서정적이다. 어른들은 이를 역이용해서 ‘알고 보면 무서운 동화’ 따위로 바꿔 성인용 책으로 내놓기도 한다. 이른바 동화의 외전 격으로, 상대적으로 문화 개방도가 높은 나라에서 한때 유행했더랬다. 이런 성인용 동화에서 착안해, 이미 창조한 동화나 만화에 디스토피아적 현실의 잔혹함을 더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환상을 깨면서 공포와 두려움을 심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잔혹동화’다.
10년 만에 돌아온 잔혹 동화의 주인공, 앨리스 리델
I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 I
여름 호러 시장을 노리고 나온 공포 액션 게임인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가 그런 잔혹동화 사례 중 하나다. 예쁜 드레스를 차려입은 앨리스라는 소녀가 등장하는 이 게임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 그러나 게임에서 등장한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갖은 곤경을 겪으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은 명랑한 소녀가 아니다. 오히려 식칼과 총 같은 험악한 무기를 휘두르고, 자신이 죽인 적들의 피로 칠갑을 하는 섬뜩한 소녀다.
‘리턴즈’라는 이름처럼 10년 전에 나온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후속 게임이다. 전작에서 11년이 흐른 뒤, 잔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 앨리스 리델은 여전히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심리치료사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소녀는 화재로 가족을 모두 잃었고, 이상한 나라에서 겪었던 기억을 떨치지 못해 정신세계와 외모 모두 어둡게 변했다. 예쁘게 자랐지만 여전히 앨리스의 현실은 매우 나빴다.
이상한 나라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싸우는 앨리스. 소녀가 움켜 쥔 무기는 11년 전부터 썼던 식칼 모양의 ‘보팔 블레이드’와 새로운 원거리 무기인 ‘페퍼 그라인드’다. 어릴 때 쓰던 트럼프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몬스터를 처치하다 보면 흰 토끼처럼 생긴 시한폭탄 같은 유용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어떤 무기를 쓰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시한폭탄과 우산을 제외한 무기 대부분이 전투를 하거나 맵에서 얻는 이빨을 모아 돈 대신 지불하고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
전작보다 더 험란한 모함을 헤쳐 나가는 앨리스에게 전투나 시나리오 진행 도중 위기를 맞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일시적으로 나비로 변하는 능력이 추가됐다. 이를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어 게임 진행이 수월하다. 또 체력이 간당간당할 때는 히스테리아 모드로 돌입해 짧은 시간 동안 무적 상태로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다만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앨리스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머리가 쭈뼛쭈뼛 뻗치며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한다.
게임 도중 얻는 케이크라는 무기(?)도 제법 효과가 좋다. 케이크를 먹은 앨리스가 마치 슈퍼마리오가 버섯을 먹고 커지듯 수십 미터 크기로 자란다. 그러면 자신을 위협하는 트럼프 병사 같은 일반 몬스터쯤은 한 무더기씩 모아 밟아 없애거나, 건물들을 싹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비슷한 아이템으로 보라색 액체를 마시면 몸이 작아져 평상시에 통과하지 못하는 작은 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숨은 아이템이나 시나리오 진행에 필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공중에서 연속 점프나 점프 연타로 활강하는 등 액션으로 재미를 더했다. 앨리스가 모험을 거듭할수록 처음에는 구분이 되던 현실과 이상한 나라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암울해진다. 6개 시나리오를 모두 깨면 전작에서 밝히지 못했던 앨리스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 앨리스가 당한 불행한 사건의 근원이나 앨리스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원인에 대한 힌트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앨리스에게 닥친 여러 불행을 선사한 악의 근원과 대면한다. 아마도 게임을 끝내면 악의 근원이라는 정체가 큰 충격을 받거나 허무함을 느낄 것이다.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를 액션게임 범주에 넣긴 했지만, 이 게임을 굳이 어떤 장르에 국한해서 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리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 퍼즐이나 길을 찾으며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은 어드벤처 게임 같다. 또 몬스터와 싸우거나 점프 액션 장면은 액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며, 총과 칼 등 다양한 무기를 이용한 전투 방식을 보면 3인칭 슈팅(TPS) 게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단지 전작에 비해 액션이 매우 강화되었고, 그 액션이 게임 진행 도중 열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액션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을 뿐이다.
어쨌거나 장르가 무엇이든 간에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는 분명히 잔혹한 이야기다. 어떤 측면으로 생각하든 더위쯤은 싹 가실 정도로 잔혹하다. 그렇기에 덥고 짜증나는 여름날에 현실보다 더욱 어둡고 잔혹한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를 하면, 아마 게이머들도 현실이 훨씬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게이머들이 다 그러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앨리스를 괴롭혔던 트럼프 병사들에게 잔인한 복수를 해 주자
세 번째 대책,좀비와 함께 보내기
흔히 게임 속 좀비라고 하면 MMORPG 쯤에나 나오는 느려터진 경험치용 몬스터를 떠올린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공포 게임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정도? 허지만 요새 좀비는 다르다. 최근 국내 FPS 게임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좀비 출연이 잦다. 이는 몇 년 전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에서 선보인 좀비 모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다른 FPS 게임들이 경쟁적으로 차용했다. 이제는 웬만큼 이름 있는 FPS 게임들에서는 모두 좀비가 대표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온라인 FPS 게임이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게 유행이었는데, 요새는 사람과 좀비가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요새 같은 여름에 특수를 보려고 좀비와 관련한 콘텐츠를 보강해 새로운 긴장감을 불러온 게임사도 있다. 어떤 장르는 아예 좀비를 소재로 신작 게임도 나오니 그야말로 좀비 세상이다.
FPS 게임에서 좀비 모드는 게임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은 좀비 모드라고 그대로 부른다. <스페셜포스>는 호러 모드라 부르고, <서든어택>은 뱀파이어 모드, <아바>는 감염 모드라고 부른다. 어차피 등장하는 괴물이 좀비냐 흡혈귀냐 감염된 인간이냐의 차이일 뿐, 큰 틀에서는 모두 똑같다.
국내 온라인 FPS 게임들에서 내놓은 좀비 모드 규칙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이런 특징은 좀비 모드가 처음 나왔을 때 기존 FPS와 색달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 요인은 좀비 모드가 보통 FPS 게임에 비해 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신과 같은 공격 방식을 가진 상대와 전투를 벌이는 FPS 게임과 달리,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공격해 오는 상대를, 그것도 총으로 쉽게 죽이지 못하는 상황은 색다른 재미다. 때문에 일반 FPS 게임처럼 똑같은 전술로 부딪히면 팀원들이 순식간에 좀비로 변해 패배한다. 마치 <하우스 오브 더 데드>를 처음 오락실에 했을 때, 한 번에 죽지 않는 좀비에 당황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 대면하면 무더위쯤은 단번에 잊을 만큼 초긴장 상태에 놓인다. 하지만 좀비 모드의 색다른 점은 공포로 인한 긴장 상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좀비에게 당해 죽어도, 좀비로 살아나 인간들을 감염시키라는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긴다. 또 기존 FPS 게임과 달리, 죽었다고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더불어 FPS에 익숙하지 않아도 좀비 모드로 공격하는 방식은 흔한 RPG 같아서 적응도 쉽다.
게이머들이 즐기는 동안 개발자들은 머리를 싸맨다. 밸런스가 조금만 달라도 전투 양상이 급격히 변하니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좀비 모드가 유행하자 너도나도 차용했지만, 초기에는 이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 재미를 반감시켜 빈축을 산 곳도 있었다.
식상함도 문제다. 공포영화 속 귀신이 처음에는 무섭지만, 나중에는 만성이 생기듯이 좀비 모드 역시 금새 식상해지기 일쑤다. 때문에 전체적인 게임 발전 측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어떻게 변수를 만들 것인지 머리를 쥐어짜느라 더위를 잊는다.
좀비 모드 원조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도 처음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조금씩 식상해지면서 전체적인 게임 인기도 시들해지는 현상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려 업데이트를 해 왔는데, 이번 여름에는 3차 업데이트에 해당하는 ‘좀비3 오리진’을 두 번에 걸쳐 계획 중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새로운 좀비와 좀비에 대항하는 인간 캐릭터, 그리고 인간과 좀비 모두 서로의 근거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좀비 모드 전용 맵 등을 담고 있다.
좀비를 트렌드로 만들어 버린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시작 후 얼마 뒤에 팀 구분 없이 방 안의 게임 캐릭터 한 명 이상이 좀비로 변한다.
*인간이 좀비에게 공격받고 죽으면 좀비가 되어 다시 살아난다. 다만 게임에 따라 어떻게 죽든 무조건 좀비가 되기도 한다.
*좀비는 인간이었을 때 쓰던 장비나 능력은 사용하지 못한다. 대신 고유 기술이 생기고, 일반적으로 체력이 월등히 늘어난다.
*인간 진영 승리 요건은 제한 시간까지 살아남거나 좀비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좀비 진영 승리 요건은 반대로 제한 시간 내에 인간을 모두 좀비로 감염시켜야 한다.
지속적인 콘텐츠를 추가해 주는 것이 관건이다. 사진은 <A.V.A>의 감염 모드.
좀비 온라인, 좀비 런어웨이…
FPS 장르에서 좀비처럼 퍼진 좀비들은 이제 다른 장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좀비가 주인공인 온라인 게임까지 등장했을 정도.
<좀비 온라인>이나 <좀비 런어웨이>는 이름부터 좀비가 주인공임을 암시한다. <좀비 온라인>은 좀비가 나온 이후 인구 90%가 죽거나 좀비가 된 영국이 배경이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유전자 조작을 옹호하는 제도권 진영 ‘제바’, 그리고 유전자 조작을 반대하는 ‘블러드워커’로 나뉘어 대립한다. 두 진영 사이에는 세계 전체에 퍼진 좀비들이 있고, 두 진영은 좀비를 물리치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이 게임은 전투 과정에서 좀비를 심하게 파괴할 정도, 즉 ‘피와 살이 튀기는’ 타격이 자랑이지만 2D 캐릭터라서 실제로 폭력성은 덜한 편이다. 게임 중에 좀비에게 물리거나 공격당하는 등 좀비 감염도가 높아지면, 캐릭터는 웜으로 변한다. 웜 상태에서 다른 좀비에 기생해 좀비 상태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이색적이다. 이렇게 게이머와 몬스터 처지가 뒤바뀌는 시스템은 캐릭터가 몬스터로 변이하는 <바스티안> 등의 몇몇 게임과 일맥상통해서 크게 낯설지는 않다. 또 좀비여도 다른 게이머들과 상대할 수 있는 점도 비슷하다.
<좀비 런어웨이>에서 좀비는 인간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I 좀비 런어웨이 I
스마트폰 속에서도 좀비가 화제다. <좀비 런어웨이>는 아예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좀비가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도망 다닌다는 설정이다. 통상적으로 인간이 좀비를 피하는 것과는 다른 설정이라 이색적이다.
이 게임은 인간에게 도망치면서 장애물을 피하거나 부수며 질주하는 식이다. 일반 모드에서는 좀비 체력을 모두 소진하거나 가시장벽 같은 장애물에 부딪히면 끝이다. 블리츠 모드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 점수에 도달하는 식이라 박진감이 넘친다. 인간에게 쫓기는 좀비를 보면 무섭기보다 측은함에 눈물이 날정도. 스마트폰으로 속도감을 만끽하면서 시간 죽이기에 매우 좋은 게임이다.
네 번째 대책,스포츠와 보내기
축축 처지는 날씨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늘어지기 마련이다. 날이 선선해지면 늘어졌던 몸도 다시 탄력 있어야 하는데, 내 배와 허벅지, 팔뚝에 달린 군살은 그대로다. 모니터나 TV 앞에서 죽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량이 부족하고, 또 식사도 불규칙해지고 폭식하고…. 게임하면서 잃는 게 시간만이 아니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운동을 위해 치밀하게 만든 게임, <위핏>
I 위핏 I
닌텐도가 내놓은 동작 인식 게임기인 Wii(위)로 즐기는 피트니스 스포츠 게임이 바로 <위핏>이다. 앉아서 손만 까딱거리는 게임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땀 흘리는 식이다. 이런 체감 게임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례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 이후 사실상 처음에 가깝다. 그만큼 운동용 게임은 한물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위핏>은 2007년 12월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1000만 개 이상을 팔아치웠다.
새삼스레 <위핏>을 소개하는 것은 남우세스럽지만, 아직도 일부 게이머들은 피트니스나 스포츠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말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알려진 대로 <위핏> 운동 효과는 무시할 정도가 아니다. 게이머 체중과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하고, 특정 수치를 목표로 운동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운동에서 중요한 밸런스를 측정해 신체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살펴주고, 가족 정보를 기록해서 관리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하다.
피트니스 게임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약 50여 개 운동 프로그램을 담았다. 처음에는 일부 트레이닝만 할 수 있고, 점차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식이다. 프로그램은 특징에 따라 요가, 근력, 유산소, 밸런스 등으로 구분한다.
요가는 TV를 통해 제시하는 동작을 따라하는 식이지만, 처음부터 어려운 자세를 하기보다는 적당히 쉬운 것부터 도전하자. 근력 운동은 여러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쉬워 보여도 제법 근육을 많이 써야 하므로 충분히 휴식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숙련이 필요한 요가나 근력 운동에 비해, 유산소나 밸런스 프로그램은 부담이 덜하다. <위핏>을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고, 동작에 따라 Wii 전용 리모컨을 호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들고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동작 같은 걸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하게 된다. 그러다 게임에서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바른 동작을 터득하고, 횟수를 늘려 가면 그만큼 더 효율적인 운동 효과를 경험할 것이다.
물론 <위핏>으로 몸짱이 될 거라는 생각은 조금 과한 생각이다. 열심히만 한다면, 솔직히 그 정도 근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핏>이 아니어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나친 욕심으로 자칫 부상이라도 입으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운동은 바른 자세와 휴식, 절제도 의욕만큼 중요하다.
무엇보다 식생활 개선과 성실함 없이 체중 관리를 한다는 것은 손으로 노를 젓는 것과 같다. 사흘 쯤 하다가 내팽개치거나, <위핏>만 했다 뿐이지 먹고 마시는 것을 전혀 조절하지 않으면 도리어 군살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위핏>으로 50kg을 감량해 화제가 되고, 어떤 사람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게 아니라, 스스로 몸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다는 말이다. 스스로 만든 변수가 체중 조절 실패 요인이 아닌지 되살펴 볼 일이다.
<위핏>에는 스포츠나 레저 게임 형태의 운동 프로그램도 들어가 있다.
I DOA I
군살쯤 조금 늘어나도 여름에는 그저 시원한 곳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 맛이라는 사람을 위해 고른 게임은 바로 <DOAX>다. 이 게임은 격투 게임 시리즈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모아 만든 레포츠 게임이다. 비치발리볼과 수상스포츠를 주로 다루는데, 인기가 좋아 XBOX 킬러 콘텐츠로 오랜 시간 명성을 쌓았다. 올해 초에는 PSP 플랫폼으로 <DOA : 파라다이스>가 나온 바 있다.
혹자는 이 게임을 두고 ‘그냥 여자들 수영복 감상하는 게임’이라고 폄하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에 드러난 부분만 본 탓이다. 이 게임은 국내에 나온 게임들 중 거의 유일한 여름 스포츠 모음집이다. <DOAX> 시리즈는 여름 해변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들이 거의 모두 존재한다. 메인 메뉴에 해당하는 비치발리볼과 카지노 등 이국적인 유흥지라면 있을법한 유흥거리가 있고, 줄다리기, 밀어내기, 제트스키 같은 레크리에이션도 미니게임으로 들어가 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설정도 있는데,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섬이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에서 존재감 희박한 ‘잭’이라는 남자 소유라는 사실이다.
여성 캐릭터의 매력에 가려져 잘 부각되지는 않지만, <DOAX>의 비치발리볼 게임은 몰입도도 높고 게임성도 괜찮은 편이다. 방향키와 버튼을 활용한 조작법 자체는 단순해 동료가 어느 방향에 위치하는지를 계산하고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공격과 방어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2인 플레이인 비치발리볼 게임에서는 파트너가 되는 다른 캐릭터와 호감도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호감도가 낮은 캐릭터끼리 짝을 지으면 경기 중 서로 티격태격하는 일도 발생한다.
주의할 점은 게임을 즐기지 않고 캐릭터에 반하면 자칫 “내가 좋아하는 건 게임 속의 여자들뿐이야!”라고 외치는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해 적당히들 즐기시길.
PSP 버전 <DOA Paradise>로도 <DOAX>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 대책,악몽과 함께 보내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드벤처 게임들은 비록 가장 주목 받는 장르의 위치에서는 밀려났을지 몰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소녀 게임이나 공포 게임이라는 형태로 어드벤처 게임이 살아있는 일본에서도 간혹 틀을 깬 게임이 나와 주목과 호평도 받는다. PS3과 XBOX 360용으로 나온 콘솔 어드벤처 게임 <캐서린>은 어쩌면 악몽보다 더 피하고 싶은 현실을 소재로 삼아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한 훌륭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몇몇 뜬금없는 부분이나 처음부터 복선을 알아서 깔아주며 ‘이런 전개가 될 것’이라고 밝히는 요소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주야장천 귀신만 나오는 식상한 공포영화보다 시나리오도 매우 치밀하고, 리얼리티도 높다. 그래서 <캐서린>은 당연히 여름에 즐길 만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단, 만 19세 이상의 성인들에게 한해서. 종이 한 장 차이로 청소년용과 성인용 게임이 갈리는 요즘의 게임 세상이라지만, <캐서린>은 분명히 성인들을 위한 게임이다. 그것도 최소한 서른은 넘어선 성인들을 위한 게임이다.
흑/백 로고만 봐도 게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I 캐서린 I
보통 게이머들은 성인 게임이라고 하면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묘사 등 한정된 요소에 대한 망상에 빠지기 쉽지만, <캐서린>에서 시각적인 욕구 충족을 기대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이 게임은 일본에서는 ‘CERO C’ 등급, 즉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성인들을 위한 게임인 이유는 게임의 시나리오를 진행해 나가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이야기들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주인공이 오래 사귄 애인의 결혼 요구를 두고 겪는 여러 해프닝과 뒤틀린 상황, 갈등, 그리고 이것이 실체화된 악몽에서 탈출하고 현실에서 자신의 마음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캐서린>의 전반적인 소재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 중에는 연애와 결혼이 별개라는 생각을 가진 인물도 있고, 결혼에 대한 환상을 아직도 품고 있는 인물도 있기 때문에 주인공과 그들이 털어놓는 적당히 현실에 찌든 일상 대화가 게임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깊게 깔려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정서를 20대 중반 이하의 게이머들이 머리로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공감하는 것은 어려운 편이다. 아무리 어떤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한들,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보았던 간접 경험으로 공감하는 것과 자신의 직접적 경험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서린>은 성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은 게임이다. 다만 그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로망이나 이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된 점이 색다를 뿐이다.
<캐서린>의 주인공은 낮에는 애인의 결혼 요구를 비롯한 현실적 문제에 부딪치고 밤에는 악몽 속에서 모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몽은 현실 속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고민들이 형상화된 것이며, 그 악몽에서 탈출하려면 갖가지 모양의 돌을 움직여 높이 올라가 악몽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퍼즐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돌들은 밀어내고, 당기고, 올라설 수 있지만 어떤 돌은 몇 번 이상 밟으면 부서지고, 어떤 돌은 미끄러지며, 어떤 돌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빨려 들어가면 게임 오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클리어 자체에 목적을 두게 되지만 악몽의 추격을 뿌리치고 탈출하는 데에 성공하였을 때 나타나는 ‘You Survived!!’라는 메시지에 희열을 느끼게 되면, 나중에는 더 빠른 게임 진행을 위해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탈출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궁리하게 된다.
시나리오 진행 도중 주인공에게는 선택지가 계속 주어지는데 이 선택지에 따라 책임감 있는 쪽과 무절제한 쪽으로 성향이 변하며(판타지 세계에서 준법적 개념과 무질서 개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것에 따라 분기가 일어나 다른 엔딩을 맞는다.
대부분의 질문은 게이머의 연애관 혹은 결혼관과 관련된 부분이며, 답변을 하게 되면 다른 이들의 설문 결과가 나와 자신의 선택한 결과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단지 엔딩을 선택하는 분기점 개념에서 그치지 않고 게이머들이 게임에 녹아들 수 있는 장치로 자리 잡는다.
정식 출시한 <캐서린>은 일본어 음성에 한글 자막을 씌우는 방식으로 한글화가 되어 있으며 게임 중의 대사도 요즘의 트렌드에 맞는 단어와 주인공의 연령대와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 등을 적절히 사용한 의역을 통해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다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요즘 게임답지 않게 퍼즐 시스템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처음부터 노멀 이상의 난이도를 선택해 진행하게 되면 어드벤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은 게임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악몽을 맛보게 될 것이다.
퍼즐 난이도가 상당하다 보니 초보자들뿐만 아니라 어드벤처 게임을 어느 정도 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조차 이 게임의 난이도에 항의할 정도였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는 이지 모드보다 난이도가 더 낮은 슈퍼 이지 모드를 포함한 개정판이 정식 출시되었으므로 처음 이 게임을 원판으로 접한 게이머들보다는 수월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슈퍼 이지 모드는 어디까지나 다른 난이도에 비해 ‘슈퍼 이지’일 뿐이니 가장 낮은 난이도부터 게임을 시작한다 해도 어느 정도의 각오는 필요하다.
악몽을 탈출하기 위해 잠들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악몽 자체와 맞서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처럼 <캐서린>의 세계에서 게이머들은 주인공 빈센트가 되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여러 갈림길이 있는 현실을 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현실이 아닌 선택지를 골라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해도 된다. 이렇다 보니 이 게임은 주목하는 부분이 어디냐에 따라 ‘매우 현실적인 스릴러 어드벤처 게임’이 될 수도 있고, ‘퍼즐 어드벤처를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로 잘 포장한 게임’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재미가 있는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아마도 <캐서린>을 즐기게 되면 잠든 여러분에게 금발 머리의 매력적인 여성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게이머들이 반드시 생길 것이다.
또 다른 ‘캐서린’의 유혹에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
악몽을 극복한 주인공이 어떤 엔딩을 맞게 될지는 게이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여섯 번째 대책,매니지먼트 게임과 보내기
앞서 잠시 게임 트렌드 이야기를 하면서 좀비 이야기를 했지만, 요즘 들어 좀비 외에 게임 세상에서 또 하나의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바로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 매니지먼트 게임이 유명세를 떨친 것은 그렇게 최근 일은 아니다. 이른바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리는 <풋볼 매니저> 시리즈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특유의 몰입도와 재미로 매우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매니지먼트 게임이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며 대중화가 된 것은 <프로야구 매니저>의 성공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야구 시즌과 연계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프로야구 매니저>.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이들을 위한
<프로야구 매니저>의 성공 이후 이제는 정식 서비스 중인 매니지먼트 게임만 네다섯 개에 이르고 있고, 이제 성장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 시장을 노리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거나 비공개 테스트 중인 게임은 그보다 더 많다.
어떤 매니지먼트 게임을 고르든 게이머들은 여느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라기보다 ‘관리자’ 입장이 되므로 다른 장르의 게임에 비해 버튼을 많이 연타하거나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을 상대적으로 덜하다. 따라서 조금만 움직이거나 신경을 써도 피로하기 쉬운 여름날에 매니지먼트 게임은 쓸데없는 체력 소모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대신 같은 매니지먼트 게임이라 해도, 소재와 성격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조금씩 다르다.
매니지먼트 게임의 선두주자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로야구 매니저>의 경우 주된 게임 목적은 재정을 유지해 선수를 영입하고 재계약해 팀을 유지하는 구단주의 역할 수행이다. 게이머는 라인업 변경, 스킬, 서포트 카드, 작전 카드, 코치 계약 등의 기능을 이용해 제한된 감독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능력치와 코스트가 좋은 선수들을 확보하여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하는 것이 최고의 팀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게임의 획일화를 막기 위해 팀, 연도, 출신 지역 등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보너스 능력치를 주는 방식 등으로 게임성에 변화를 추구한 이후 반드시 높은 코스트의 선수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했다.
물론 일부 게이머들 중에는 이런 시스템 변화로 자신이 원하는 팀을 완벽하게 만들고자 무작정 선수 카드를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정신건강에 그리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용 선수 내에서 팀을 관리, 유지하며 선수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진득하게 즐기는 것이 적절하다. <프로야구 매니저>의 경우 최근에는 길드 개념의 이사회 시스템을 도입하고 팀별, 랭크별 토너먼트를 매 주마다 개최하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올스타전 등의 실제 야구와 관련된 절기 행사를 계속 진행하는 식으로 게이머들에게 지속적인 변화를 부여하면서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I 야구 9단 I
<프로야구 매니저>가 관리에 최적화되어 야구 팀 구단주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면, 후발 주자이자 경쟁 게임에 해당하는 <야구 9단>은 순간적인 변수와 육성에 역점을 두어 구단주보다는 감독 역할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 난입하는 방식으로 직접 작전 지시를 내려 공수 양면에서 더 유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되는데, 이런 시스템은 자동으로 치러져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 속 경기의 답답함을 게이머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조금 능동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야구 9단>의 선수들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능력치의 변화가 생기고 결국 은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선수의 연령대를 이용한 트레이드나 방출, 육성 등에 있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만큼 세밀하고 꼼꼼한 관리를 할 수 있는 게이머들에게 유리하다. 다만 게임의 중요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특정 SNS 서비스의 가입과 활동을 강요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의 목적과 동떨어진 일부 시스템은 흠으로 지적된다.
레이싱 팀을 소재로 한 매니지먼트 게임 <레이싱 매니저>
I 레이싱 매니저 I
<레이싱매니저>는 대한민국에서 다소 저변이 적은 편인 레이싱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야구를 소재로 한 매니지먼트 게임이 게임성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완성된 선수에 약간의 변수를 가미하는 제한된 육성만이 가능한 것과는 달리, <레이싱매니저>는 레이싱 팀 감독으로서 게이머가 레이서를 훈련시키고 차량을 정비, 업그레이드하는 등 관리와 육성 모두를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게이머들 중에 레이싱 모델 팬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 실제 레이싱 모델을 게임 속에 등장시킨 것도 이색적이다. <레이싱매니저>에서 등장하는 레이싱 모델은 단순한 눈요기 감이 아니라 팀의 육성과 연구 등에 다양한 도움을 주는 다재다능한 재주꾼이다. 게임 초반에 주어지는 금액으로 시작부터 고용하면 좀 더 효율적인 레이싱 팀 관리가 가능하다.
<MLB 매니저 온라인>으로 대한민국 매니지먼트 게임 시장에 직접 도전하는 세가(SEGA)
I FC 매니저 I
온라인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으로서 대한민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FC 매니저>는 그 소재 때문에 <풋볼 매니저>와 많이 비교되고 있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좀 더 친숙하고 가볍다. 축구 경기장이나 선수 묘사의 많은 부분을 간략화한 대신 축구의 규칙 등을 잘 몰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축구 게임에 참여하고 선수의 능력치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단순화시켰다.
<FC 매니저>는 전략, 전술이나 인공지능 등에서 실제 축구에서 느낄 수 있는 리얼리티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축구 구단을 이끌고 있는 감독과 구단주의 입장을 체험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은 재미가 자랑이다.
이렇게 소재와 관계없이 매니지먼트 게임이 인기를 얻다 보니 요즘의 대한민국 게임계에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라는 트렌드의 주인이 되기 위해 난리다. 국내 게임사는 물론, <MLB 매니저 온라인> 등을 앞세운 세가 등의 해외 게임사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소재와 국경을 초월한 경쟁이 한창이다. 그러다 보니 <웹야구매니저>와 같은 일부 게임은 경쟁에 밀려 서비스 일시 중단을 선언하고 리뉴얼을 도모하기도 할 정도이며, 매니지먼트 게임 간의 경쟁은 날로 뜨거워져 가는 여름 태양처럼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어느 매니지먼트 게임이든 처음 접하면 시작할 때에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많은 다른 게임과는 달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더운 여름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불이 날 정도로 두들길 필요도 없고, 이미 즐기는 다른 게임과 시간이 잘 겹치지도 않을뿐더러 필수적으로 들여야 하는 시간도 많은 편이 아니다. 그렇기에 덥고 귀찮은 여름에 가장 적합한 게임 장르의 하나로 매니지먼트 게임을 꼽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매니지먼트 게임의 장점이자 두려운 점이다.
구단주로서, 사장으로서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더 발전해 가는 자신의 팀에 애착을 갖다 보면 돈이든 시간이든 아낌없이 들이게 되는 것이 매니지먼트 게임의 속성이다. 즐기기에 따라서는 시간이 가고 날이 가서 여름을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어느 새 달이 가고 계절이 지나 가을을 넘어 겨울옷을 입어야 할 시기에 다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여름을 확실하게 보내는(!) 방법으로는 매니지먼트 게임이 제격이지만, 너무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