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인터넷엔 무슨 일이 있었나?
다음커뮤니케이션즈는 블로거들이 직접 적어 올리는 글을 기사화하는 ‘블로거 기자단’(//news.media.daum.net/blognews/)을 운영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버 역시 첫 화면에 ‘요즘 뜨는 이야기’를 비롯해 주요 섹션을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붐 등에서 가져온 UCC 알맹이로 채우고 있다. 이용자들이 만드는 알맹이가 재미만 주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미디어로 확장된 것이다.
UCC의 종류도 글과 그림, 소리, 동영상의 네 가지 기본적인 형식에 지도를 비롯한 새로운 형식이 추가되고 있다. 네이버의 포스트맵(//maps.naver.com/postmap/)이나 싸이월드의 이야기 지도(map.cyworld.nate.com) 등은 지도 위에 이용자들이 이야기를 담고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서비스다. UCC 열기에 힘입어 이런 새로운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다. 윙버스(www.wingbus.com)와 월드시티 같은 사이트도 지도 위에 여행 정보와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정보와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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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포스트맵이나 싸이월드의 ‘이야기 지도’는 UCC의 형식을 지도로 확장시켰다. |
이용자가 주제에 맞는 사진을 모으는 다음의 파이(pie.daum.net), 그림을 그려서 공유하는 네이버 툰(toon.naver.com), 유행 정보를 모으는 네이버 붐(boom.naver.com)과 같은 서비스를 비롯해 서평, 북마크, 뉴스, 위젯 등의 여러 형식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보면 기존의 형식이 이용자 참여로 재포장되거나 새로운 형식으로 참여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라우저 개발 경쟁과 웹접근성에 대한 인식 확산
UCC 경쟁의 시작과 함께 2006년 인터넷 분야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또 다른 분야는 브라우저 시장이다. 불여우(Firefox)의 급성장으로 인해 웹브라우저 독점 위치가 흔들리게 된 마이크로소프트는 2005년에 다시 IE(Internet Explorer) 개발팀을 꾸려 몇 년 만에 IE7 개발을 시작했고, 마침내 2006년 11월에 완성작을 발표했다. 불여우를 개발하는 모질라 진영 역시 IE7에 앞서 불여우 2.0을 발표하며 브라우저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미지 13~14> 올해는 불여우(Firefox) 2.0과 IE7의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해였다.
브라우저 논쟁이 전개되면서 함께 떠오른 주제는 웹표준과 웹접근성 문제다. IE만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발된 국내 사이트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한국의 웹사이트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고, 매킨토시나 리눅스 이용자들도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한국 행정기관의 웹 접근성이 영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정부의 정보화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고, 고려대학교 김기창 교수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김기창 교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금융결제원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제공하는 공인 인증서가 익스플로러에만 최적화되어 있어서 다른 웹 브라우저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기 때문에 정부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브라우저 논쟁은 소수 이용자를 위한 관심으로 이어져 장애인이나 노약자, 경제적 빈곤층의 웹 접근성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또 KS완성형 코드 중심의 국내 홈페이지를 UTF 코드 기반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인식도 퍼져나갔고, 사이트의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불여우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던 네이버, 싸이월드 등의 많은 사이트도 빛을 보게 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며 브라우저 호환성이 점차 높아졌다.
인수합병 열풍과 네띠앙의 몰락
산업적인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웹 2.0의 열풍을 타고 기업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진 점이다. 1월 18일에 오마이뉴스가 국내 최초 메타사이트인 블로그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블로거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3월 7일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온네트가 전문 블로그사이트 이글루스에 대한 조건부 영업양수도 계약을 맺어 블로거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신생 검색 기업으로 출발한 첫눈이 6월 29일에 350억 원에 NHN에 인수되고, 10월 19일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총 820억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엠파스와 코난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인수 합병이 많이 이루어졌다. 당장은 포털과 인터넷 기업의 판도에 변화를 주지 않지만 2007년에는 이런 인수합병의 결과가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2006년 초에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어 블로그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이글루스.
기업 인수가 활발해지면서 4월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야후코리아를 인수한다는 오보가 나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4월 6일에 일부 신문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가 야후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1위인 NHN의 네이버를 밀어내고 1위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로 인해 가장 놀란 사람은 이런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던 야후코리아 직원들이다. 인수 합병에 대한 논의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기사가 보도된 후 야후코리아를 비롯해 인터넷업계는 난리가 났다. 결국 이 기사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야후코리아의 해명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며 가장 큰 오보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인수합병 열풍의 반대편에서는 쇠락한 기업들이 사람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지기 시작했다. 2006년에 사라진 기업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기업은 네띠앙이 될 것이다. 사실상 국내 최초의 포털 사이트라 할 수 있는 네띠앙은 7월 31일부터 나흘째 접속이 중단되었으며, 직원과의 연락도 끊겼다. 이후 다시 임시로 사이트를 열면서 잠깐 운영되긴 했지만 결국 접속 두절이 되면서 한 시대를 마감했다.
악플과 사이버범죄 증가는 여전히 큰 문제
한편 악성댓글(악플)과 스팸 등의 악성정보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사회적 대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1월 초 지율스님 단식 농성 기사에 달린 악플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후에도 어린이가 사망한 기사에 패륜을 뛰어넘는 악플이 달리는 것을 비롯해 조금 화제가 된 글이면 어김없이 악플이 달렸다. 댓글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 무조건 이승엽 선수를 까 내리거나 한국인을 비하시키는 댓글을 달아 사람들을 낚는 악플러가 판을 치는 한 해가 되었다.
그러다 1월 23일에는 ‘임수경씨의 아들 사망’ 기사에 악플을 단 사람들을 임수경씨가 고소해 악플러들에게 일침을 놓은 사건이 있었다. 3월에 4명의 악플러에게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었고, 2월에는 가수 비에게 악플을 단 네티즌 4명에게 70만 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9월 초에는 탤런트 김태희씨 기사에 악플을 단 악플러 11명이 입건되는 등 악플러에 대한 고소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악플러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특히 임수경씨가 고소한 25명의 악플러들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고, 대학교수 2명을 포함해 은행원, 대기업 직원, 공무원 등의 직업을 가진 식자층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흔히 악플을 다는 사람을 가리켜 ‘초딩’이라고 놀리는데, 아이 사망 기사에 악플을 단 사람들이 초딩이 아닌 식자층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악플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도 했다. 9월에 김태희씨 고소로 입건된 11명 역시 18~34살 대학생과 일반인으로 밝혀져 악플은 다는 사람은 어린 학생들이 아니라 오히려 식자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네이버에 하루 평균 달리는 댓글은 10만여개 정도이고, 이 중에서 10%는 악성 댓글이라고 한다.
탤런트 김태희씨 등이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소하면서 악플러에게 경종을 울렸다.
악플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다. 2월에는 친일작가 김완섭이 자신의 망언에 비난 댓글을 단 네티즌 천여 명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는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망언을 한 김완섭은 네티즌 고소를 통해 자신의 책을 좀더 홍보하려고 했으나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관심 밖에서 멀어진 존재가 되었다.
악성댓글 외에도 갈수록 증가하는 사이버범죄가 점차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사기 사건 등의 피해자가 고소고발 하는 일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경찰의 다른 업무가 방해를 받을 정도다. 반면 사이버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네티즌에게 화제가 된 사건의 확대 재생산
명의도용 문제 터진 게임업계
2007년은 분산형 서비스와 익명 커뮤니티가 화두로 떠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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