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의 거의 모든 역사] 노트북

2022-11-24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은 창간 26주년을 맞아 새 코너를 신설했다. 바로 'IT기기의 거의 모든 역사'다. 이번 코너에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IT 기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살펴볼 IT 기기는 노트북 컴퓨터(이하 노트북)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코로나 시대 속에서 노트북은 학생과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다. 이 노트북은 언제 처음 등장한 걸까? 지금처럼 가볍고 성능 좋은 노트북이 등장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이동할 수 있는 컴퓨터의 등장

1946년 미국에서 태어난 에니악(ENIAC)은 개발 당시 무게가 무려 30톤에 달했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컴퓨터를 더 작게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현대적인 노트북의 개념은 앨런 케이(Alan Kay)의 '다이나북(Dynabook)'에서 처음 제시됐다. 다이나북은 대학생 노트만한 크기에 키보드와 모니터를 갖추고 있었고 계산 작업은 물론 영상, 음향도 재생할 수 있는 기기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념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앨런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휴대용 컴퓨터는 1975년에 등장했다. IBM 5100 포터블 컴퓨터(Portable Computer)는 1.9MHz CPU와 5인치 CRT 모니터를 탑재했다. 비록 무게가 25kg이나 되어서 오늘날의 기준으로 휴대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혁명적이었다.
IBM
1년 뒤에는 제록스에서 '제록스 노트테이커(Xerox NoteTaker)'라는 휴대용 컴퓨터를 공개했다. 이 PC는 5MHz 인텔 8086 CPU를 비롯해 256KB RAM, 빌트인 모노크롬 모니터,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프로토타입 10대만 제작되었지만 훗날 노트북 컴퓨터의 디자인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 80년대에 등장

80년대부터는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밖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첫 모델은 앱손의 'HX-20'이다. 이 컴퓨터는 A4 사이즈만한 크기에 키보드와 내장 배터리, 614kHz 히타치 6301 CPU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1.6kg에 불과했다. 자체적으로 문서 출력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후 미국에서 출시된 '컴팩 포터블(Compaq Portable)'은 범용성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보여줬다. 이 컴퓨터는 당시 PC의 표준 규격으로 자리 잡고 있던 IBM PC와 같은 기본 구조에 MS-DOS를 OS로 탑재해 호환성이 좋았다. 9인치 CRT 모니터와 인텔 8088 CPU, CGA 그래픽카드 등도 탑재했다. 1985년에 출시된 '도시바 T1100'은 오늘날 노트북 컴퓨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컴퓨터는 지금의 노트북처럼 화면을 접어 보관할 수 있었기에 휴대성이 아주 뛰어났다. 인텔 80C88 CPU와 256KB 메모리, 모노크롬 LCD에 내장 배터리도 탑재해 야외에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오늘날

애플, IBM도 노트북 시장에 참여

들고 다니면서 데스크톱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노트북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당대 PC 업계의 강자였던 애플과 IBM도 노트북 시장에 참전한다. 애플의 첫 번째 노트북은 1989년 9월에 출시된 '매킨토시 포터블(Macintosh Portable)'이다. 최초로 내장 배터리를 탑재한 매킨토시 PC로, 평론가의 반응은 좋았지만, 판매는 저조했다. 그래도 오늘날 맥북의 조상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1989년에는
IBM은 1992년 '씽크패드(ThinkPad)'를 출시했다. 씽크패드 노트북은 내장 카메라 탑재, 탈착식 드라이브 베이, 키보드 백릿 등을 채택해 비즈니스 노트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후 IBM의 PC 부문이 레노버에 매각되면서, 씽크패드는 오늘날 레노버 노트북의 대표 브랜드로 살아남아 있다.  

'장난감'에서 최첨단 PC로 진화

초기에 출시된 노트북 컴퓨터가 늘 좋은 반응을 얻은 건 아니었다. 특히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는 혹평이 자자했다. 1986년 PC 매거진(PC Magazine)은 "(노트북에 쓰이는) LCD 스크린은 마치 장난감이나 낡은 칠판과 같다"며 "디스플레이가 개선되지 않는 한 랩톱은 주류와는 거리가 먼 틈새 상품에 머물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노트북과 관련된 기술은 꾸준히 진화를 거듭했다. 먼저 TFT LCD가 도입돼 이전보다 더 얇은 두께를 구현하면서 흑백 화면에서 벗어나 다양한 컬러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모바일 CPU가 발전하면서 성능과 전력효율이 향상되었다. 초기 노트북 컴퓨터에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만 있었지만, 신뢰성과 내구성이 높고 전력 소모가 적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가 도입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게 됐다. 플래시 RAM이 채택되면서 부팅 속도도 더 빨라졌다. 배터리가 더 가볍고 효율적인 제품으로 교체됨에 따라 휴대성도 개선되었다.  

저렴한 노트북, 넷북 열풍

윈도우 OS 시대에 접어든 뒤에도 노트북은 한동안 만만치 않은 가격대를 자랑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저렴한 초소형 노트북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넷북'이다. 넷북은 인텔의 저전력 CPU인 아톰 프로세서를 사용했으며, 11인치 이하의 작은 사이즈에 무게는 1kg대에 불과해서 휴대성이 뛰어났다. 물론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데스크톱과의 성능 격차가 심해서 간단한 문서 작업이나 웹서핑 이외에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훗날 등장하는 초경량 노트북과의 승부에서 패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넷북은 노트북 시장에 '가성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는 의미가 있다.
넷북은

게임에서 전문 작업까지… 노트북이 할 일이 많아졌다

오늘날 노트북은 14~15인치 사이즈에 무난한 성능과 휴대성을 지닌 '표준형 노트북'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얇은 두께에 무게도 kg로 아주 가벼운 '초경량 노트북'이 있다. 노트북의 경량화 열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 LG 그램은 17인치 화면을 채택했지만 무게는 약 1.35kg에 불과하다.
강력한
고사양 게임 플레이에 적합한 '게이밍 노트북'도 있다. 게이밍 노트북은 일반 노트북보다 강력한 CPU를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고성능 GPU도 사용해 그래픽 성능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게이밍 모니터급 디스플레이에 키보드와 사운드에도 차별화를 둔 제품이 많다. 이외에 노트북으로 그래픽 디자인이나 동영상 편집, CAD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모바일 워크스테이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노트북에 태블릿PC의 장점을 결합한 '컨버터블 노트북'도 유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