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내 길을 걷겠소 - 캐논 PowerShot G12

2012-09-04     PC사랑
 

카메라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서다
캐논 PowerShot G12(이하 G12)는 ‘하이엔드 디카’라는 위치에 꼭 맞게 만든 카메라다. 화질은 좋지만 크고 무거운 DSLR과 가볍고 편하지만 상대적으로 화질은 떨어지는 콤팩트 디카 사이에서 자칫하면 흔들릴 수 있는 중심을 잡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느낌이다. 조만간 ‘캐논표 미러리스 카메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는 이도 많지만 어쨌든 현재 캐논 DSLR과 콤팩트 사이에는 하이엔드 디카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상황. 그중에서도 최상급 모델이 바로 이 G12다.



커맨드 다이얼로 사용 편의성 Up!

여전히 묵직하다. 앞서 언급했듯 G12는 기존 G 시리즈의 외모를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다만 앞면에는 이전 모델에서 볼 수 없던 커맨드 다이얼이 생겼다. 카메라를 오른손으로 쥐었을 때 검지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게 되는 위치다. 촬영 값 지정부터 셔터 버튼을 누르는 일까지 한 손으로 할 수 있으니, 왼손은 잠시 쉬어도 좋을 정도다. 직접 써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위치에 달린 커맨드 다이얼은 촬영 기동성을 한층 높여준다. 또 뒷면 엄지손가락 위치에는 고무 패드를 부착해 그립감을 높였다. G11부터 다시 탑재해 호평받은 회전형 액정 모니터는 G12에도 채용됐다. 앞뒤로 돌아가는 액정은 ‘셀프 카메라’ 촬영은 물론 하이 앵글, 로우 앵글 촬영 시에도 편리하다. 윗면 ISO 다이얼에도 변화가 생겨, ISO 감도를 1/3 스탑 단위로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액정 모니터를 보면서 ISO 다이얼을 돌리면 미세하게 달라지는 밝기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HS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IS로 고화질 구현
아주 약간의 외모 변화를 제외하면 G12의 진화는 오로지 기능면에만 치중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영상 엔진 DIGIC4와 고감도 센서가 결합된 ‘HS(High Sensitivity)시스템’. HS 시스템은 어두운 곳에서도 노이즈가 적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으로, 최신 하이엔드 기종인 SX230 HS나 SX220 HS 등에도 탑재됐다. 손떨림 보정 장치인 ‘하이브리드 IS’도 빼놓을 수 없다. 카메라가 수평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시프트 떨림까지 효과적으로 잡아주며, 셔터 속도 환산 시 최대 4스탑까지 보정이 가능해 어둡거나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화질을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최단 거리 1cm접사 촬영을 할 때도 또렷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간단히 말해 이 두 가지 기능은 G12의 존재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비슷한 외모를 가진 G11과 G12 사이에는 커다란 실력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이다

G12를 들고 촬영을 나가면 콤팩트 디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묵직한 안정감과 만족스런 화질을 맛볼 수 있다. 카메라가 너무 무거워도 문제지만, 너무 가벼워도 사진이 쉽게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G12는 최근 잇따라 출시되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슷한 약 350g의 무게 덕에 오히려 안정적인 촬영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HS 시스템과 하이브리드 IS가 더해져 흐린 날 삼각대 없이도 대체로 흔들리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액정 모니터 하단에 표시되는 전자 수평계 역시 삼각대 없이 촬영할때 유용하다. 하이엔드 디카의 역할과 위치를 고려하면 삼각대까지 챙겨들고 작품 활동을 하는 이보다는 평소 스냅용으로 쓰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보조 장치 없이도 제법 안정적인 화질을 구현해내는 G12의 실력은 꽤나 듬직하게 느껴진다.

더욱 다양해진 장면 모드도 재미있다. 이제는 없으면 아쉬운 아트필터 기능에 뒤질세라 G12에는 [스마트 셔터], [강한 채도], [미니어처 효과], [포스터 효과] 등 약 19가지 장면 모드가 탑재됐다. 이 중 [스마트 셔터]는 일반적인 얼굴 인식 기능인 [스마일] 인식 외에 [윙크 셀프타이머], [얼굴 셀프타이머] 등 총 3가지 얼굴 인식 모드를 지원한다. G 시리즈 최초로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진 점도 매력이다. 동영상 촬영모드가 없는 DSLR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서브 기종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단, 동영상 촬영 중 광학 줌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이 밖에도 피사체를 기억해서 초점을 잡아주는 추적 AF나 풍부한 계조 표현을 돕는 다이내믹 레인지 보정 기능 등을 갖췄다.



앞으로의 진화가 더욱 기대된다

DSLR과 하이엔드, 콤팩트, 미러리스, 심지어 유닛 교환형 카메라까지, 카메라는 점점 세분화 되고 있다. 나날이 까다로움을 더해가는 ‘고객님 입맛’ 덕에 또렷한 콘셉트 없이는 살아남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현재 카메라들이 처한 위기다. 화질, 무게와 크기, 가격이나 외관까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없는 중간자 하이엔드 디카의 고민은 특히 더 깊을 듯하다. 하지만 G12는 카메라 본연의 임무인 ‘화질’에 집중함으로써 균형 잡기에 일단 성공한 모습이다. 하이엔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캐논 G 시리즈의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다.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G 시리즈’의 차기 모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