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다시금 전 세계가 긴장 상태에 접어드는 2021년 12월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열린 언택트 시대 속에서 PC와 IT 제품에 대한 수요는 2021년에도 꺾이지 않았다. 이에 맞춰 업계에서도 다양한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쇼 크를 가장 세게 맞은 분야가 PC·IT 업계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에 글로벌 물류 대란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웃돈을 주고도 물건을 구하지 못하고, 상점에서는 제품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어 고통 받는 날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집콕 열풍 속에서 게임과 동영상 시청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올 한 해 국내 PC·IT 시장을 휩쓴 뉴스를 살펴보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활발했던 PC 수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PC 제품 수요는 줄지 않았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국내 PC 시장은 135만대 출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4% 성장세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시장은 전년 대비 1.4% 역성장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했지만, 노트북 시장은 26.1%나 성장했다. 특히 휴대성이 뛰어난 15~18mm 울트라슬림 노트북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컨버터블 노트북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으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이 일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으로도 확대되면서 기업용 노트북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정에서도 온라인 수업, 홈 엔터테인먼트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10%대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노트북의 사이즈가 다양해지는 한편, 저가 제품에서 외장그래픽을 장착한 게이밍 노트북,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이 컸다.
전 세계 휩쓰는 공급 대란…PC·IT 시장 발목 잡아
이렇게 높은 수요 속에서도 많은 소비자와 업체들은 웃지 못했다. 원하는 완제품이나 부품을 제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코로나19, 트럼프의 SMIC 제재 등으로 인해 발생한 반도체 대란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IT 제품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국에서 공장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하반기를 강타한 글로벌 물류대란도 PC·IT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속에서 운임이 치솟고, 주문한 물건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 상황이 잦아졌다. 이 때문에 해외 제품을 수입하기도, 국내에서 생산한 IT 제품을 수출하기도 대단히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 A는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가 생산된 제품을 국내까지 운송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재고가 금세 동나고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GPU에서 CPU까지…채굴장으로 끌려간 PC부품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덕분에 일론 머스크는 돈 좀 만졌을 것이다. 하지만 PC 유저 중에는 가상화폐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많았다. 수많은 GPU가 채굴장으로 끌려가면서 일반 유저 시장에 그래픽카드가 부족해진 것이다. 가격 상승은 물론 시장에 일반 유저를 위한 재고가 아예 증발하는 사태도 벌어지면서 게이머들은 구형 그래픽카드와 함께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했다.
비단 GPU만이 아니었다. GPU 대신 스토리지로 채굴하는 치아코인이 주목을 받으면서 대용량 HDD, SSD 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는 CPU의 내장그래픽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러한 채굴 대란 속에서 일반 소비자는 높아진 부품 가격으로 고통 받았고, 조립PC 업체들은 부품을 구하지 못해 조립PC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OS, 윈도우 11 등장…최소 사양 때문에 논란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윈도우 OS, 윈도우 11을 발표했다. 새롭게 출시되는 PC는 앞으로 윈도우 11을 탑재하게 되며, 하드웨어 최소 사양을 만족하는 윈도우 10 PC 역시 무료 업그레이드로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다.
윈도우 11에서는 시작 메뉴가 중앙으로 옮겨지고, 작업표시줄에 협업 플랫폼 '팀즈'를 기본 배치하는 등 UX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또한, 스냅 레이아웃, 스냅 그룹 등의 신기능으로 멀티태스킹이 강화되었으며, 자동 HDR, 다이렉트스토리지 등을 통해 게임 관련 기능도 추가됐다.
한편, 윈도우 11은 다소 까다로운 하드웨어 사양 때문에 PC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상당수의 구형 PC에서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 OS와 함께 PC 교체를 유도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PU에서도, SSD에서도…계속되는 신제품과 신기술 발표
CPU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경쟁은 이어졌다. 인텔은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데스크톱 시장에서 반격에 나섰으며, AMD는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APU로 노트북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GPU에서도 신제품 출시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3080 Ti, 3070 Ti 등을 시장에 선보였고, AMD는 라데온 RX 6700 XT, 6600 XT 등을 선보였다. 인텔도 새로운 고성능 그래픽카드 브랜드 '아크'를 발표했다.
RAM에서는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발표에 맞춰 더 넓은 대역폭을 자랑하는 DDR5 메모리가 데스크톱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SSD 쪽에서는 기존보다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닌 PCIe 4.0 SSD가 하드코어 게이머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PS5에서 PCIe 4.0 SSD를 추가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유저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삼성과 LG의 엇갈린 스마트폰 사업
한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물론 샤오미, 오포 등의 중국 브랜드에도 위협받던 삼성전자는 하반기 폴더블폰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특히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MZ세대에 어필할만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갤럭시 Z 플립3가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트렌드를 이끌면서 화웨이, 샤오미, 애플 등도 연이어 폴더블폰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LG전자는 7월부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한때는 피쳐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제때 적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는 뼈아팠다. 아이러니하게도 휴대폰 사업에서 벗어난 LG전자는 2분기 들어 12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전자가 떠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파이는 삼성전자가 대부분 가져가는 가운데, 샤오미, 모토로라 등이 호시탐탐 자리를 넘보고 있다.
게임, 단순한 놀이 넘어 문화로 자리 잡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시대 속에서 게임은 단순한 취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HP가 진행한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 조사에 따르면, 친구 및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60%에 달했다. 게임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거부하는 마인드도 확산되고 있다. '게임은 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는 응답이 64%에 이르렀고, '게임은 젊은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는 응답도 64%나 되었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보다 다양한 연령, 성별의 게이머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 나섰다. 특히 모바일 RPG를 중심으로 보다 넓은 이용자층을 겨냥하는 게임이 꾸준한 인기를 얻기에 이르렀다. 한편, '디아블로2: 레저렉션'과 같은 추억의 게임이 리마스터되어 3040 게이머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이밍 노트북을 비롯해 다양한 게이밍 기어가 인기를 얻었다.
게임업계 횡포에 트럭으로 맞선 유저들
지난 1월 초,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캠페인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분노한 유저들은 커뮤니티를 가리지 않고 힘을 합했으며, 대규모 트럭 시위에 나섰다. 결국 넷마블은 유저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를 기점으로 게이머들은 트럭 시위로 게임사의 횡포에 맞서기 시작했다. 마비노기 유저들은 아이템 강화 확률 공개를 요구하며 접속중단, 트럭 시위 등에 나섰고,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가챠 아이템 확률 조작에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한편 로스트아크를 비롯한 타 게임으로의 이주를 시작했다.
유저들의 분노가 가져온 여파는 컸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1년 만에 시가총액 규모가 총 28조원이나 감소했다. 게임업계는 뒤늦게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번 실망한 유저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세상 속의 딴 세상, 메타버스 시대 개막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펼쳐지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는 2021년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가속화된 가운데, 메타버스는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여러 업체에서 메타버스 트렌드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시장 주도에 나섰고, 애플, 삼성전자도 VR·AR 시장 확대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론칭하며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실제 잠재력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 B는 "그동안 실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일부 IT 업체에서 메타버스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띄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전의 VR·AR 사용 시 발생했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고 밝혔다.
가전 시장 이끈 나만의 디자인 가전
코로나19 때문에 좋든 싫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가전에 사람들의 눈길이 가기 시작하면서 가전 시장이 활기를 띄었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올해 세계 가전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인 3,078억 유로(약 412조원)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대형 TV, IoT 가전 등을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단순히 우수한 기능을 갖춘 것을 넘어 멋진 디자인으로 인테리어를 살려주는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취향에 맞는 컬러와 소재로 나만의 가전을 만들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LG전자에서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컬러로 만들어진 오브제 컬렉션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IDEA 디자인상을 대거 수상한 무선 프라이빗 스크린, LG 스탠바이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