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CPU 시장의 판을 바꾼 AMD 라이젠
2022-01-14 이철호 기자
AMD의 리즈시절 그리고 추락
라이젠 이전에도 AMD가 CPU 시장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은 있었다. 1999년 발표한 애슬론(Athlon) K7을 통해 AMD는 인텔을 제치고 최초로 1GHz CPU 시대를 열었다. 또한, 2003년에는 64bit 명령어를 도입한 애슬론 64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2004년에는 듀얼코어 프로세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를바탕으로 AMD는 한때 인텔과 거의 동등한 점유율을 기록하기에 이른다.새 CEO와 함께 반전 성공
2014년, 반도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던 리사 수(Lisa Su) 박사가 AMD CEO에 취임하면서부터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한다. 새로운 CEO 아래 AMD는 PC, 모바일, 서버, 인공지능(AI) 등 모든 컴퓨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 CPU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계속되는 아키텍처 발전
라이젠 1000 시리즈에 적용된 젠 아키텍처는 기존의 CMT 방식 대신 원점에서 아키텍처를 다시 설계했고 기존의 28nm 공정에서 벗어나 14nm 공정을 채택했다. 그 결과 전 세대에 비해 클럭당 명령어 처리 횟수(IPC)가 40% 향상되었고, 단일 스레드 성능은 52%나 향상되어 목표치를 넘어섰다. 이후 2018년에는 젠+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2000 시리즈가 출시된다. 12nm 공정을 사용한 젠+ 아키텍처는 이전 대비 더 높은 클럭과 더 낮은 전력 소모를 달성했으며, 코어 이용률 및 CPU 온도에 따른 코어 당 클럭킹 기능 개선도 지원했다. 2019년에 등장한 젠 2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3000 시리즈에서는 TSMC의 7nm 공정을 통해 전력효율을 대폭 개선했다. 또한, 클럭당 성능이 15% 강해졌고, 실 성능은 10~20% 증가했으며, PCIe 4.0 인터페이스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젠 3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5000 시리즈가 출격했다. 젠 3 아키텍처에서는 그동안 2개로 나뉘어져 있던 CCX를 하나로 통합해 CCC당 L3 캐시 메모리가 2배로 늘어났다. 또한, 이전 세대 대비 전성비가 20% 향상되었고, IPC는 평균 19% 상승했다.더 많은 코어로 승부한다
라이젠 이전에도 AMD는 인텔 동급 프로세서에 비해 코어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키텍처의 후진성, 다중 코어 지원 앱의 부족 때문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라이젠 프로세서부터는 아키텍처 개선을 통해 다중 코어의 포텐셜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AMD는 10코어 이상의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일반 컨슈머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일반 데스크톱 CPU 중 최초로 16코어 32스레드로 구성된 라이젠 9 3950X를 발표한 데 이어, 2020년에도 16코어 32스레드 프로세서인 라이젠 9 5950X를 선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텔 코어 익스트림 라인업에 대응하는 라이젠 스레드리퍼(Ryzen Threadripper)는 3000 시리즈 기준으로 최대 64코어 128스레드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디자인, 설계, 애니메이션 작업 등에서 워크로드 효율을 대폭 높여준다.가성비 게이밍 CPU가 된 라이젠 APU
라이젠 프로세서 이전 AMD를 먹여 살렸던 제품군은 APU였다. APU는 AMD의 그래픽 통합형 CPU로, 내장 그래픽 성능이 인텔보다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CPU 차이 때문에 빛을 보기 힘들었는데, 라이젠 APU에서는 개선된 아키텍처가 적용되면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래픽카드 가격이 금값이 된 시대 속에서 라이젠 5000 시리즈 APU는 가성비 게이밍 CPU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젠 CPU의 우수한 성능에 내장 그래픽 퍼포먼스도 아직 인텔 내장 그래픽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버티기 위한 수단으로도, 적절한 성능의 미니 게이밍 PC를 만들기에도 좋은 것이다.노트북도 라이젠 시대
AMD는 라이젠 프로세서로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노트북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세대 레이븐릿지를 시작으로 2세대 피카소, 3세대 르누아르를 넘어 2022년 1월 현재는 4세대 세잔 APU를 탑재한 노트북이 출시되고 있으며, 르누아르를 리프레시한 루시엔 APU를 탑재한 노트북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는 보급형 노트북에만 채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더 많은 코어를 통한 멀티태스킹 능력, 우수한 전성비 등이 부각되면서 플래그십 모델에도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가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2022년에도 라이젠 열풍은 계속된다
올해에도 AMD는 새로운 라이젠 프로세서를 앞세워 CPU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계획이다. 먼저 데스크톱 부문에서는 AMD 라이젠 7 5800X3D 프로세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프로세서는 AMD 3D V-캐시 기술을 적용해 이전보다 쾌적한 게이밍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