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속도, 해답은 SSD

2012-11-14     firstvm

우리나라 사람들 유독 빠른 걸 좋아한다. 빨라서 나쁠 건 뭐 있겠냐만 뭐든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후다닥 끝나야 직성이 풀린다. 이 나라 고도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고속 통신망을 탄탄히 갖출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PC도 마찬가지. 일찍부터 조립 문화가 자리잡고 오버클록이 활성화한 까닭이 여기 있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PC들의 평균 성능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PC방도 마찬가지다. 게이머가 직업으로 자리잡고 e스포츠 종주국으로 활성화된 배경에는 고성능 PC로 기반을 다진 PC방이 있다.

글 민재홍 겜툰 기자 (trapmaster@gamtoon.com)

쿼드코어 CPU와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갖추고도 왜 느릴까?
PC 성능을 끌어올리고 그래픽 환경을 화려하게 만든 데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이 자리잡고 있다. 오래 전부터 게임은 하드웨어 발전을 부채질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특히 3D 그래픽이 게임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그래픽카드 발전이 곧 PC 고성능화를 대신했다. 무어의 법칙을 깬 CPU의 고속 성장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올해 들어 등장한 샌디브리지는 인텔이 우주선을 주웠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성능 향상을 이뤘다. 샌디브리지와 지포스 5XX 시리즈 그래픽카드의 조합은 현재 고성능 PC의 대표 조합으로 꼽는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연산 처리에 있어서 그동안 PC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각종 벤치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CPU나 그래픽카드 처리능력은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고 생각할 만큼 눈에 띄게 차이 난다. 문제는 이 차이를 실제로는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느냐 다. 눈에 띄는 속도 차이일텐데 정작 이를 체감할 수 없거나 수치상 차이만큼 체감하지 못하기 일쑤다. 왜일까?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는 PC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빠른 부품이다. 이렇기 때문에 PC를 선전하면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 CPU와 그래픽카드다. PC방에서는 무슨 CPU와 어떤 그래픽카드를 쓰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 다음이 메모리 용량, 모니터 크기다. 반면 하드디스크는 어떤 걸 쓰는지 표시한 곳은 없다시피 하다. 조립PC나 완제품PC도 사정은 비슷해서 하드디스크 사양을 표기하더라도 용량만 적을 뿐 회전수를 표기한 곳은 많지 않다. 문제는 이 하드디스크가 PC를 구성하는 부품 가운데 가장 느린 부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요즘 많이 쓰는 하드디스크는 보통 5400rpm, 7200rpm 회전수를 갖추고 있다.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시스템용 하드디스크로 7200rpm 제품을 많이 이용한다. 1만 rpm짜리도 있으나 보통 특수 용도로나 쓴다.

그렇다면 7200rpm짜리 하드디스크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낼까? 순차적 읽기 속도 기준으로 대략 100MB/s 정도가 최대다. 게다가 플래터 외주, 내주 액세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최고 속도가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 특히 단편화된 데이터를 읽어들일 때는 전적으로 회전수에 의존한다. 즉 CPU나 그래픽카드가 아무리 빨라도 느린 하드디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를 하드디스크처럼 이용하는 SSD



SSD는 물리 저장장치를 대체할 메모리 드라이브다. 회전하는 플래터와 헤드 대신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쓴다. 기계적 작동 부분이 없고 메모리를 쓰기 때문에 전체적인 속도 차이가 없다. 데이터가 단편화되어 있다는 것도 해당 사항이 없을 정도다. SSD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인텔 SSD 320 시리즈를 예로 들자면 PC를 켜고 1분 안에 PC를 쓸 수 있다. 아무리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도 하드디스크를 쓴 것보다 1분 정도는 빠르게 부팅한다.

물론 부팅이 전부는 아니다. 하드디스크에 비해 용량대비 값도 높은 SSD가 부팅 후 이용하면서 체감성능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비효율적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은 하드디스크나 SSD에 담긴 프로그램을 읽어들이는 것이므로 부팅처럼 차이가 없을 수 없다. 메모리 드라이브라고 해서 혁신적인 속도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실행하면서 잠깐씩이나마 끊기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SSD다. 실제로 SSD를 써본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SSD로 교체한 후 체감 속도 차이를 못 느꼈다 할지라도, 다시 HDD로 교체한 후 느려졌음을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체감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SSD를 적용하고 있는 PC방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프렌즈 PC방은 SSD를 저장장치로 이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PC방 중 하나다. 이곳은 총 100여 대 PC 가운데 약 20대 정도 PC에 인텔 SSD를 달아 운영하고 있다. 일선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는 SSD의 성능을 두고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PC방을 찾는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프렌즈 PC방 업주 정미애씨에게 간단히 물어봤다.

"100여대로 PC를 늘린 지 3년쯤 지났습니다. 그 전 7년 정도를 PC 50대로 운영했는데 생각 외로 힘들었죠. 특히 주변에 대형 PC방이 새로 생기면서 이용자들이 많이 줄었고 힘들게 경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듯 인근에 새로운 PC방이 들어서면 우선 내부 인테리어부터 깨끗하고 쾌적할 수밖에 없다. 새로 장만한 PC는 당연히 높은 사양을 갖추고, 키보드, 마우스도 깨끗한 새 거다. 게다가 처음 열면 가게를 알리기 위해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곤 한다. PC방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새로 생긴 PC방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다. 기존 업주 입장에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차별화를 꽤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를 주기 위해 게임을 위한 공간을 여유롭게 배치하고 시스템 성능을 높일 필요가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SSD를 도입하게 된 거죠."

현재 프렌즈 PC방에서 운용하고 있는 100여대의 PC는 모두 인텔 i5 2500 CPU와 인텔 DH67BL 메인보드를 쓰고 있다. 절반은 지포스 460을, 나머지 절반은 지포스 560을 달았다. HDD 대신 SSD를 달아둔 PC는 20여대다.

"PC방 커뮤니티가 있어요. 거기서 1년쯤 전에 SSD 존재를 처음 알았죠. 빠르다곤 하는데 과연 얼마나 빨라질지 회의감도 들고, 무엇보다 개당 값이 워낙 높아 선뜻 시도해보지 못했는데, 지인 한 분이 SSD로 바꾸고 나서 매출이 15∼20% 가량 올랐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도전해봤습니다. 실제로 손님들이 확실히 속도 차이를 느낀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SSD를 설치한 PC를 선호하기도 하구요. SSD를 설치한 PC는 늘 만원입니다."

고객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무덤덤하거나 많이 빨라졌음을 얘기하는 고객으로 나뉜다고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아이온>을 즐기는 고객들은 보통 확실히 빨라졌다고 한다고.

"실제로 로딩 속도만 봐도 꽤 차이 나요. 로딩 화면에서 게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더군요. 우리 PC방은 MMORPG를 즐기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FPS를 즐기는 고객 비율도 제법 높아요. FPS 게임은 화면 이동이 잦기 때문에 로딩 속도와 프레임 저하로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 SSD가 달린 PC에서 게임하는 분들은 거의 그렇지 않더군요."

하지만 고객 반응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의 목적은 수익 상승일 터, SSD를 설치하고 매출 효과를 봤는지 물었다.

"딱히 말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지금은 SSD를 달았다고 광고하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PC 성능이 좋아지면 고객이 머무는 시간도 그만큼 늘기 때문에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입소문을 타고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만족해요."

그는 비싼 값임에도 불구하고 SSD에 대한 투자가 충분한 값어치를 갖는다고 말한다. 계획하고 있는 매장 확장에 있어서도 앞으로 전 좌석 PC에 SSD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높은 값이 단기적으로는 투자가치를 무색케 하는지라 다른 업주에게 권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오는 12월부터 출시될 예정인 고사양 게임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SSD를 쓸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지금 쓰고 있는 SSD는 용량이 80GB여서 많을 게임을 설치할 수 없어 아쉬워요. 당연한 얘기지만 SSD 값이 비싸다는 건 무시 못하죠.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한 번쯤 써볼 수 있도록 마케팅 차원에서 PC방에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제 경우도 선뜻 저지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일단 써보니 자주 바꿔야 하는 그래픽카드보다 SSD를 적용했을 때 고객 반응이 더 좋았거든요. 많은 PC방 업주들이 SSD를 접할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향후 몇 년 안에 SSD가 HDD를 대체할 것

용량과 값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몇 년 안으로 SSD가 HDD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당장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HDD의 느린 속도가 PC 성능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SSD는 그간 제약사항을 극복하는 혁신일 것이다. SSD는 HDD에 비해 빠르고 조용하며 열도 덜 나고 전력도 덜 쓴다. 당장은 값, 나아가서는 용량 문제를 극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SSD를 이용할 것이다.


디지털헨지 인텔 SSD 320 시리즈



인텔은 SSD 시장에서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다. 브랜드가 제법 많이 늘었지만 널리 알려진 브랜드를 바탕으로 5년 A/S라는 특화 및 검증 받은 안정성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40GB부터 600GB까지 용량에 따라 총 6가지로 나오며 25nm 인텔 낸드플레시 MLC를 썼다. 전송 속도는 80GB 이상 모델에서 읽기 270MB/s, 쓰기 속도는 최고 용량인 600GB 모델이 220MB/s다. 인터페이스는 SATA 3Gbps이고 1.8인치(최대 160GB)와 2.5인치 크기로 나온다. 전용 관리프로그램인 TOOLBOX, 장기간 이용에 따른 속도 저하를 막는 TRIM 기능 및 자체 최적화를 위한 Disk SMART 기능으로 타 브랜드 SSD와 차별화를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