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스케이프, 꿈을 띄우다 - 무인항공기, 항공촬영의 새 지평을 연다

2012-11-23     PC사랑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희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에서는 다양한 형상을 한 비행체를 찾아볼 수 있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에 추락하고 말았다는 이카루스 신화, 아라비안 나이트 속에서 등장하는 나는 양탄자 등, 1903년 라이트형제가 키티호크에서 지상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까지 하늘을 나는 것은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꿈이었다.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이 있은 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은 다양한 비행체를 통해 하늘로, 심지어 우주까지 날아가고 있지만 생활의 터전은 여전히 발을 붙이고 있는 땅이다. 누구나 돈만 내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를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멀리 있는 땅, 혹은 다른 땅으로 빨리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지난 20세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의 시각과 터전은 여전히 땅 위에 머무르고 있다.

사람들은 꿈을 꾼다. 그 꿈은 현실에 늘 앞서나간다. 그리고 직접 겪을 수 없는 일들을 다른 수단을 통해 대리만족하며 살아간다. 누군가 다녀왔을 다른 땅, 바다 등을 영상을 통해 만나고 내가 직접 날아오를 수는 없지만 다양한 모형항공기를 통해 색다른 짜릿함을 만끽한다.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만화영화, SF 영화 혹은 환타지 영화가 아니더라도 방대한 스케일을 가진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문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한다. 최근 영화 기술은 더욱 발전해 입체감을 살려 현실감을 더하는가 하면 마치 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한 효과를 집어넣기도 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이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찍는 주체도 사람이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다. 높은 곳에서 찍고자 한들 지미집이든 여타 크레인이든 이용할 수 있는 높이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대형 장비를 이용한 운용 반경에도 한계가 따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 촬영을 이용하고 있지만, 유인 헬리콥터가 움직일 수 있는 고도의 한계, 속도 제어의 한계가 있다보니 영상 표현에 있어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어느 정도 고도를 넘어서면 사물은 모두 평면으로 보인다.

무인항공기를 만들기 시작하다
무인 헬리콥터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일찍부터 있었다. 유인 항공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소음 및 진동을 줄일 수 있어 헬리콥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비교적 쉽게 적용시킬 수 있다. 다만 이런 특징으로 인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RC 항공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에어로스케이프가 무인항공기 제작에 나선 것은 4년 전부터다. 산이 많고 굴곡이 심한 국내 지형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무인항공기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국내 환경에 실용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어야 했고 크기도 작아야 했다. 이런 제약 속에서 실용성을 갖기 위한 페이로드를 갖춰야 한다는 모순이 따랐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ACON-E8은 항공촬영에 특화시킨 무인항공기로, 앞서 조건을 모두 갖추는 동시에 소음, 진동이 적어야 했다. 특히 진동은 줄이는 수준을 넘어 아예 없는 수준까지 갖춰야만 하는 난제였다.

항공 촬영을 위해 특수한 항공기를 고안
에어로스케이프는 ACON-E8의 기본 형상을 8축 로터를 가진 방사형으로 정했다. 각 축에 2엽 로터를 적용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로터를 쓰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 또 다축 로터의 특성상 외기에 의한 영향에도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아 외부 요인에 의한 진동도 줄일 수 있다. 8축이 방사형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기본 크기가 커질 수 있으나 길게 뻗은 축 끝단에서 로터가 회전하므로 양력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더 작은 크기로 항공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동력원으로는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모터를 썼다. 엔진을 이용한 항공기에 비해 같은 부피에서 뽑아내는 힘은 약하지만, 피스톤엔진 특유의 진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데다가 소음도 적기 때문에 항공촬영용으로는 최선의 선택이다.
ACON-E8은 여기에 동력부와 짐벌을 분리한 설계를 취하고, 연결부에 2단계 내진 처리를 거쳐 짐벌에 설치한 카메라로 진동이 전달되는 것을 극소화시켰다. 이 항공기의 최대 페이로드는 5kg이며, 여기에는 동력으로 쓰기 위한 배터리 무게가 포함되므로, 견인할 수 있는 장비 무게는 최대 약 3kg 정도다. 이 정도면 영상 촬영에서 각광받고 있는 캐논 EOS 5D Mark II나 소형 캠코더를 얹고 날아오를 수 있다. 체공시간은 리튬폴리머 20A 기준으로 약 30분 가량, 비행 거리는 약 1km 이내, 최대 상승 고도 약 1000m 이내, 최대 속도는 50km/h에 이른다. 비행 거리와 고도는 확장할 수 있다.

다루기 쉬워야 할 것!
난제는 또 있다. 사람이 흔히 움직이는 공간을 크게 보면 평면이나 다름없다. 하늘을 나는 항공기는 여기에 수직 요소가 들어간다. 입체다. 한 차원 늘어나는 셈인데, 가만히 있으면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은 채 균형을 이루는 평면과 달리 들어간  수직 요소에는 중력이라는 요소가 늘 붙어 다닌다. 즉, 이 항공기를 공중에 가만히 멈추게 하는 것부터 정교한 조종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어디 지탱할 곳 없는 공중이어서 바람 등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조종하기가 까다로운 게 항공기다.
에어로스케이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동 비행 기능을 더했다. 절대기압에 기초를 두는 공압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고도를 유지하게끔 고안했고, GPS 좌표 입력을 통해 자동 비행, 포인트 촬영 등 다양한 자동 기능을 제공하도록 했다.
또 촬영 등 작업이 끝나면 최초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원터치 자동 복귀 기능까지 더해 조종하는 사람의 편의를 더했다. 자동 비행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제어 반경은 250m 이내다.

ACON-E8은 당장 상용화해도 충분히 상품성을 가질 만큼 다듬어졌다. 하지만 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무인항공기로 극복해야 할 요소가 아직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가벼운 무게가 오히려 독이다. 무게가 가벼워 더 낮은 출력으로 체공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외부 요소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교하게 촬영하는 것이 까다롭다. 덩치를 키우고 무게를 늘리면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그러면 더 높은 출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출력과 동력원을 늘리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출력을 높이면 진동이 부산물로 따라온다. 영상 촬영에 있어 진동은 심각한 적이다.

카메라 무브먼트를 어떻게 매끄럽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도 해결 과제다. 카메라를 얹는 짐벌의 서보 모멘트가 너무 커도 매끄럽지 못하고 너무 작아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확히 무게 중심으로부터 필요한 수준만큼 맞춰야 하는데, 카메라마다 전용 짐벌을 설계하지 않는 이상 이를 완벽히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에어로스케이프는 지금 ACON-E8을 EBS 영상 촬영에 적용하는 것을 테스트 중에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이 꿈꿔온 결과가 아름답고 웅장한 영상으로 실현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