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않는” 편집 덕에 통쾌한 방송 <나는 꼼수다> PD 김용민

2012-12-14     낄낄

지난 9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의 구성원 인기투표를 진행했다. 김용민 PD는 에어컨과 하위권을 다투는 굴욕(?)을 겪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에게 표를 몰아주고 싶다. 김용민PD가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팟캐스트에 올린 덕분에 우리가 김어준 총수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기자의 화려한 입담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깔끔한 편집과 로고송, 광고 제작도 다 그의 솜씨다. 방송에서 늘 강조한 “쫄지 말자”는 자세를 편집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해 딱딱한 정치담론도 마냥 즐겁다. SNS 날개를 달아 <나는 꼼수다 >열풍을 몰고 온 일등공신이라는 칭찬도 빼놓을 수 없다. 연출가 본분을 지키느라 방송에서는 못다한 이야기, <PC사랑>이 담았다.

나꼼수는 음모? 진실?   
 
약속 시간이 조금 미뤄져 ‘목사아들 돼지’ 이미지에 맞춰 준비한 피자가 식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맛있게 먹었다.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끊임없는 스케줄에 밥도 챙겨먹지 못한 탓이다. 새벽 방송부터 강연, 인터뷰 등 그야말로 ‘정치권 아이돌’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바쁜 일과였다. 그의 시계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방송 이후부터 더 부지런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꼼수는 실제로는 현 정부 뒷담화 방송이지만 겉으로는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며 추켜세우는 ‘가카 헌정방송’이다. 무엇보다 “진실을 토대로 한 방송”이기 때문에 거친 표현이나 치부를 건드려도 당당하다. 28회 방송 중 가장 알찼던 건 ‘BBK 총정리’를 담은 3회였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기억나는 게 많지만 편집자다 보니 대부분 방송에 아쉬움이 남는다.  “‘파리의 나비부인’편과 ‘장자연을 농락한 사람들’ 방송이 가장 아쉽다. 현 정권뿐 아니라 종교계 가카, 언론계 가카 등 사회 전체적으로 권위체제가 곤고해서 흔들기 힘든 권력을 다뤄야 했기 때문이다.”
나꼼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편집자만큼 청취자도 조마조마하다. 추방 권한 간소화 법이 BBK 주가 조작 혐의자 김경준을 염두에 둔 것이고, 4대강 사업이 대통령 측근을 위한 재테크 사업이라는 등 믿기 힘들 정도로 위험한 속내를 파헤치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기득권층에서 압박이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랑 대응하고 싸우면 본전도 못 찾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애써 무시하는 ‘척’하는 것 같다. 그나마 지금은 주목도가 높아지다 보니 무시할 수 없는 없고, 대응하기는 여전히 자존심 상하고 몇 가지 경고성 행동을 하기는 하는데… 아직까지 큰 위협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자존심이 상해서 ‘고소’ 대신 ‘고발’을 하나 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경원 후보 관계자가 나꼼수 방송이 ‘나경원이 1억 원짜리 피부숍에 다닌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며 전원 고발했다. 중요한 건 방송을 들어보면 김용민은 관련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 
“물론 편집자가 그런 내용을 솎아내지 않은 것을 잘못으로 몬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실을 왜 편집하나. 그리고 오히려 같이 고발당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같이 방송했는데 나만 빠지면 창피하지 않겠냐. 또 우리는 유치하게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맞대응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님만 입증하면 이는 다 해결 될 문제다. 우린 절대 거짓말은 안한다. 음모론이 나오다가도 대부분 사실로 판명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별 탈이 없는 거다.”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는 확신에 앞으로 방송이 더욱 기대 된다. 소재가 무궁무진 하다는 말에 맛배기로 몇 개만 흘려 달라 부탁했다.
“일단 내년 3월, 드디어 천안함 이야기를 공개한다. 천안함은 현 정부의 꼼수 가운데 최고로 꼽는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개그맨과 성우를 초대해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각색해 꾸며 볼 생각이다. 말한대로 소재는 많이 준비되어있다. 하지만 순서는 없다. 우리를 옥죄려는 사람 관련이야기부터 순서대로 터트릴 계획이다.”  
웃으면서 말하지만 사실은 목숨 걸고 방송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내일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차마 책에 싣지 못하는 많은 내용을 독자들도 다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나꼼수 열풍은 SNS를 타고  
나꼼수 인기 요인 중 SNS를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부터 방송을 구상한 김용민 PD는 나꼼수를 어떻게 전달할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라디오키즈였던 그는 보는 것 보다 듣는 방법을 택했다. 2천만 명이 넘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팟캐스트를 선택했다. 나꼼수가 등장하기 전 팟캐스트는 <손선희의 시선집중>이나 <컬투쇼> 등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데 그쳤지만 지금은 새로운 대안 미디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혼자 듣는 걸로 그치지 않고 SNS를 이용해 널리 퍼뜨리는 고마운 홍보 도우미이며, 업데이트 여부는 물론 방송내용에 대한 공감, 비판 의견을 나누는 장이기도 하다.
“나꼼수를 동영상으로 만들거나 하나의 CD로 묶어 저서에 붙이자는 제안이 많았다. 그러면 권한이 출판사에 넘어가면서 같이 볼 수 있는 미디어가 된다. 그건 개인 맞춤 방송에 반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골방에서 4명이서 마음껏 떠들고 우리 서버에 업데이트 하는 방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꼼수 견제 움직임인지까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같은 찰나에 국회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SNS 접속을 차단하는 법을 만들려고 했으니, 그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변함없는 방송 약속에 청취자는 즐겁지만 수익이 없으면 제작비는 다 어떻게 감당할까. 늘어나는 팬 덕분에 서버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유료 광고를 할 생각은 없다. 어디선가 돈을 받기 시작하면 우리가 할 말을 다 못할 수도 있다. 수익은 티셔츠를 팔거나 공연 입장료, 책을 통해 충당한다.”
각종 광고와 로고송 등의 음원을 공개하는 것도 좋은 수입원이 될 것 같다. 로고송 이야기가 나오자 스스로 노가바의 달인이라 말하는 김용민은 “파란 나라를 보았니? 보았쥐”와 ‘간 때문이야’를 패러디한 ‘쥐 때문이야’ 등을 직접 불러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도 음원 공개를 생각 했었다. 다만 것은 아니지만 1차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단계가 많다. 전권을 딴지일보 쪽에 넘겼는데 아직 진척이 없다고 한다. 어찌됐든 이래저래 돈을 받지 않으니 편집할 때 눈치 볼 일은 없겠다.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처음 방송할 때는 편집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냥 중복되는 말 쳐내는 정도가 전부였다. 지금은 슬쩍 던지는 한마디도 신경쓴다. 인기 좀 얻었다고 건방져 보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눈치보다 청취자를 신경쓰는 게 진정한 국민방송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화였다.   


 
울분의 30대, 새로운 매체를 꿈꾸다
나꼼수를 들으며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중간중간 들어가는 적절한 표현이다. 하루 이틀 전에 일어난 이야기도 아닌 것들을 어떻게 다 찾아서 넣을까.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대권 경선 때 외쳤던 ‘모두 거짓말입니다’라는 양념처럼 쓰이며 방송에 재미를 더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면을 즐겨봤다. 역사적인 순간을 다 기억하고 왔다. 누군가 TV에 나와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순간 머릿속 정보들이 관련 내용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수십 년 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이트에서 오디오 소리를 가져오는 것이다. 평소에도 하루 종일 뉴스만 본다. 내용을 알고 있으면 써 먹는 게 어렵지 않다. 모르는 내용은 일일이 찾아봐야하니 엮는 게 어려운거다.”
그 알찬 정치 지식과 소신 때문에 여러 직장을 잃기도 했다. 그런 그의 능력을 다시 빛나게 해준 나꼼수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인기까지 예상 했을까.   
“나꼼수가 삶에 가져온 변화를 몇 글자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시작 할 때 호응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꼼수 평가 중 기절한 민중을 웃음으로 깨웠다는 내용이 너무 와 닿았다. 방송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는 말보다 함께 울분을 토하고 통쾌했다는 말이 더 기쁘다. 아무리 정부가 압박해도 국민들이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탄압해도 계속 웃으면 이를 누를 수 있는 권력은 없다. 그래야 국민들이 무서운 걸 안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 운동이다. 우리가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웃음으로 승화시켜줬는데 표창장을 줘야 하지 않나? 다음 정권에는 나꼼수 같은 방송이 없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는 일이 없어야 좋은 나라다.”
그는 정치가가 아닌 그저 좋은 나라를 꿈꾸는 국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꿈 역시 이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픈 의지가 담겨있었다.
“특정 직장에 들어가거나 따로 진지를 만들어 새로운 매체를 만들고 싶다. 충분한 연구와 고민을 하겠지만 지방대를 나와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 등 억울한 사람들에게 꿈을 열어주고 싶다.”



번외편-나는 꼼수다 뒷담화
인터뷰 중간중간 다른 진행자 이야기, 방송 뒷이야기, 개인적 질문 등 나꼼수 팬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을 양념처럼 던졌다. 인터뷰에는 싣지 못했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맛깔스러운 답변을 추렸다.        

나는 꼼수다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나?  
김어준 총수의 작품이다. 1분 전까지 ‘나는 가카다’ ‘명박허전’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나꼼수로 결정이 났다. 그는 ‘깔때기’ ‘목사아들 돼지’ 등의 맞춤 별명을 붙이는 작명의 달인이다. 우리의 모태가 된 한겨레 하니TV의 <뉴욕타임스> 역시 그의 작품이다. ‘새로운 욕’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해석은 ‘오바’고 이유는 ‘그냥 멋있어서’다. 
 
방송에서 보면 주진우 기자와 정봉주 전 의원이 늘 티격태격이다. 실제로도 그런가?          두 사람의 방송모습은 120% 설정이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모습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실제로는 무척 친하다. 참고로 사석에서도 정봉주 전 의원이 가장 웃기다.

나꼼수 4명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 중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굳이 꼽자면 김어준 역할이다. 정봉주 전 의원과 주진우 기자도 모두 고급 정보를 이야기 하지만, 김어준은 그 사실을 풀어내는 물리적 전개과정이 너무 멋있다.

<조국 현상을 말하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 등 올해 들어 책을 많이 냈다. 혹시 나꼼수 인기에 묻어가려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조국 현상을 말하다>나 <보수를 팝니다>같은 책은 나꼼수와 상관없이 미리 써놓은 책으로 출간이 예정되어 있던 도서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 뒷담화>는 제목만 봐도 알다시피 대놓고 제작비를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모두 프로그램 제작에 쓸 예정이다. 올해도 바로 출간할 수 있는 책이 2권이나 있지만 미룰 생각이다. 책은 지식 상품이라 많이 내도 상관없지만 정봉주나 주진우 책도 나올 텐데 그 사람들 책도 팔려야하지 않겠나. (웃음)

최근 안철수, 김용옥, 여당 대표 홍준표까지 ‘미친’ 섭외력을 발휘중이다. 꼭 한번 모시고픈 사람이 있다면? (가카 빼고) 
누구나 상관없다면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꼭 한번 모시고 싶다. 어려운 시절에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던 분이었다. ‘결국 믿을 것은 국민 뿐’이라는 이야기가 무척 와 닿았다. 실제 인물 중에는 김태영 국방 장관을 섭외하고 싶다. 현 정권 인사청문회에서 유일하게 도덕적으로 걸린게 없는 깨끗한 사람이다. 천안함 사건 때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좀 했지만…. 어쨌든 이 분 모셔서 천안함과 연평도 관련 문제를 짚어봤으면 좋겠다. 

최근 모 일간지가 김어준 총수의 집 면적과 자가용, 휴대전화 등 재산을 공개했다. 이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저 어이없을 뿐. 김어준은 그 집에 살고 싶어서 은행에서 6억을 빌렸고, 아직 5천 만원 정도 밖에 못갚았다. 그나마 대출 이야기는 기사에 보이지도 않았다. 원하는 집에서 살고 싶은게 잘못인가?

방송 시작은 지난 4.27 재보선 다음 날이었고, 마지막은 2012년 2월이다. 방송 기간은 어떻게 정한 것인가?
4월 재보선 선거가 다음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레임덕 현상도 시작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다음 날 바로 방송을 시작했다. 끝나는 날은 가카의 임기가 끝나는 날이다. 그 때는 우리가 하지 않아도 많은 언론이 ‘가카헌정방송’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