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문화성지의 숨겨진 성장비밀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

2012-12-14     낄낄

디시인사이드는 참 솔직하다. 못생긴 아이사진을 보며 ‘착하게 생겼다’ ‘건강하게 보인다’고 돌려 말하지 않고 ‘낳기 싫으면 낳지 말라’고 콕 집어 이야기한다. 디시인사이드를 굳게 지키고 있는 김유식 대표는 ‘대장’답게 더 솔직하다. 겨드랑이 갤러리를 반대하는 까닭과 디시인사이드를 시작한 진짜 이유, 구치소 독방 금지론 등 13년 동안 묵혀왔던 뒷이야기는 ‘코갤’(코미디프로그램 갤러리)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디시는 청소년 권장 사이트가 아니다
2005년 황우석의 줄기세포 조작을 지적한 일, 2006년 ‘의정부 고딩’과 ‘껌팔이’가 강남역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 현피 사건 등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에서 벌어진 일이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김유식 대표가 가장 기억나는 사건으로 꼽은 악플러 자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디시에서 손꼽히는 악플러였던 ‘대세는 전략’을 고발했는데 몇 달 뒤 경찰에서 그 사람이 자살해 공소권이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사실 디시하고 큰 상관이 없는데 모일간지가 ‘악플러 고소당하자 자살’이라는 못된 제목을 뽑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이 문제가 크게 알려지면서 디시는 악플의 근원지라는 비난에 더 시달려야했다. 김유식 대표역시 악플에는 민감했다. 회원들에게도 ‘솔직’한 표현은 권하되 악플은 자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는 악플러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법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신경써서 잡을 생각은 안하고, 엄한 제한적 실명제 같은 걸 도입했다고 툴툴 거렸다.    
“실명제가 효과 없다는 건 이미 PC통신 시절부터 알았다. 제한적 실명제를 도입해도 악플은 줄어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름은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IP만 알면 웬만해서 다 잡을 수 있다. 유투브는 건들지도 못하면서 국내 사이트만 못살게 군다.”
악플러를 완벽하게 막지 못함이 모두 디시의 잘못만은 아님은 인정한다. 하지만 악플 때문에 디시가 손가락질 받는 건 아니다. 다양한 누리꾼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은꼴사’ ‘디디알’ 등 선정적 갤러리를 버젓이 만들어 저속한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저런 갤러리가 없었을 때는 새벽 2시만 되면 사이트에 음란물이 올라왔다. 매일 막아봐야 소용도 없고 차라리 다른 갤러리 물까지 흐리지 말고 너네끼리 놀라고 ‘은꼴사’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랬더니 좋다고 그 곳에서만 논다. 더불어 다른 갤러리도 깨끗해졌다. 디시가 성인 전용 사이트는 아니지만 청소년 권장사이트가 될 생각도 없다. 참고로 디시 입장객은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으로 미성년자는 거의 없다. 성인도 ‘닥치고 눈팅 3개월’ 해야 분위기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뉴욕의 할렘가 수준이라 학생들은 와도 적응을 못한다.”
웬만한 성인 자료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어느 정도는 열어두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더불어 디시는 그런 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도 내비친 셈이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본인 활동 사이트 욕하면 발끈해서 우르르 몰려가서 공격하는 커뮤니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디시만이 가진 솔직한 표현과 문화를 이용해 계속 화제를 계속 만들고 싶다. 순 방문자 250만 명 정도면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지금처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보면 쓸 데 없는 ‘개드립’이라도 재밌는 답을 얻을 수 있는 B급 포털 사이트로 키울 예정이다. 그 쯤 되면 디시 메일계정을 써도 여자친구가 떠나지 않지 않을까.”



디카 시장 선구자는 부끄럽고요 
디시가 디지털카메라 중고매매와 리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기를 얻으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몸집이 커졌다. 여기저기서 김유식 대표가 국내 디카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며 추켜세웠다. 사실 여기에는 숨겨진 비화가 있었다.  
“1997년에 후배와 영국에 갔다가 이상형을 발견했다. 하지만 후배가 너무 적극적이라 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후배를 떼어놓으려고 일본 노트북을 수입해 한국에서 팔면 돈이 된다는 사업 아이템을 던졌다. 긴가민가한 정보였는데 그게 정말 대박이 났다. 나도 한국으로 돌아와 비슷한 사업을 시작했다. 단순한 판매 정보 외에 사이트에 노트북 리뷰까지 올렸더니 반응이 더 좋았다. 그 리뷰를 보고 웹진에 올리자는 제안을 받았다. 노트북 후기만으로는 너무 심심해 보여 그나마 관심있던 디카 소식을 더해 디시인사이드를 만든 것이다. 사실 선구자니 혜안이 있네 하는 말은 좀 민망하다.”
정보를 흘린 것은 사실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이후 디시는 콘텐트 공유 사이트에서 커뮤니티로 발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더 열심히 해보려는 생각에 코스닥 상장 회사 몇 군데 인수했는데 상황이 뜻하지 않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월 다른 회사에 팔렸다. 경영권은 그대로라던데,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지난해부터 회사가 어려워져서 돈 꾸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를 한 디시 ‘페인’이 투자자를 소개해줬다. 빛을 다 갚아주고 경영권도 간섭치 않을 테니 디시질을 계속 할 수 있게 잘 운영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덕분에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다. 참고로 직분을 자꾸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 짚고 넘어가겠다. 지분이 줄고 월급을 받지만 직함은 사장 맞다. 하나 더, 투자회사는 작은 기업이라 홈페이지가 따로 없고 나서는 걸 싫어해서 조용할 뿐. 몇몇이 의심하는(?) 유령 회사는 아니다.”  
김유식 대표는 회사 자금 때문에 한동안 속을 태웠지만 디시 활동은 여전히 활발했다. 특히 갤러리 요청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갤러리 통과 기준은 활성화 여부로 간단하게 결정한다. 기준이 애매하면 동의 댓글을 받아 결정하며 대부분 만들어줬다. 대신 ‘겨드랑이 갤러리’는 자체 심의를 거쳐 거절했다. 그걸 허락하는 순간 19세 표시를 붙여야 하는 여러 단어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물밑들 들어올 것 같아서다. B급 문화를 지키는 그의 자존심 경계선이다.

 

횡수동에서 기본기를 갖춘 글 솜씨
벌써 8권, 웬만한 기성작가 못지않은 출판 경력이다. 김유식 대표의 글 솜씨는 PC통신 때부터 정평이 나있었다. 처음에 김현국이라는 유머 고수를 이겨보겠다고 싸우듯이 글을 썼다. 결국 그 사람을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글 솜씨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이어 유명 동호회 횡설수설동아리를 만들어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이번에 구치소를 다녀와 낸 <개드립 파라다이스>에도 김유식표 유머와 표현이 담겨있다. 새로운 공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좋은데 수감기를 너무 즐겁게 담아 놓은 게 아닌가. 
“아직까지 ‘구속생활이 가장 쉬웠어요’ 같은 구치소 길라잡이가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물론 갈일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재미다. 유명인은 대부분 독방에서 생활해 내부 생활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들을 수가 없다. 나는 첫 방에서 건달, 이종격투기 선수 등을 만나고 본방으로 옮겨가 거짓말쟁이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좀 재밌게 쓰긴 했지만 사실 그 안은 무척 답답하다. 이런 글이라고 쓰면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혹시 책을 보고 감옥 가볼만 하구나 하는 생각할까봐 걱정도 되지만, 죄를 지으면 갑갑한 곳에 갇혀야 하니 죄를 짓지 말자가 주제라는 걸 꼭 알아주길 바란다. 더불어 만에 하나 갈일 이 생겨도 독방은 가지마라, 정말 힘들다.(웃음)”
악플과 비난은 물론 구치소 생활까지 정말 다양한 고초를 겪었다. 이제는 디시 대장답게 의연하게 대처한다. 단, 지난 6월 10년 만에 비로소 디시의 승리로 끝난 인텔과의 특허 전쟁만 빼고 말이다. 이렇게 오래 끌고 온 이유가 무엇인가?
“‘인사이드’란 이름이 자기네 소유라고 우기는 게 말이 되나. 사실 변호사나 변리사도 우리가 이길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작은 업체들은 변호사 변리사 비용을 대지 못해 에라 모르겠다하고 이름을 바꾸는 곳이 많았다. 본인들 홍보는 물론 작은 업체를 죽이는 횡포이기도 하다. 그래 본때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계속 끌고왔다. 결국 이겼지만 이 일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좀 아쉽다.”
대장이 앞장서서 디시 본진을 수호하니, 백성들이 마음 편히 ‘디시질’을 즐기나보다. 요즘 잦은 손님 접대와 싸움으로 지쳐 간 회복제를 영양제처럼 먹는다니 이제 만두보다 우루사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