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변기기 디자인의 중심, 마이크로닉스 디자인센터

2023-05-04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세계적인 IT강국으로서는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체적으로 PC 제품을 개발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는 해외 업체(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중국 업체)에서 만든 제품에 로고만 붙여 파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이크로닉스는 이런 업체들과 다르다.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더 색다른 디자인의 게이밍 기어, PC케이스를 만드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마이크로닉스 디자인센터가 있다. 기자는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마이크로닉스 디자인센터를 방문해 마이크로닉스의 신제품이 어떻게 디자인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자체 디자인으로 국내·해외 시장 공략

서두에 소개했듯이, 마이크로닉스는 국내 PC 주변기기 업체로서는 드물게 제품을 직접 디자인·개발하는 기업이다. 마이크로닉스는 지난 2020년부터 'Design Itself'를 모티브로 내세우며 자체 디자인과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써 왔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닉스는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에 모프(MORPH), 워프(WARP), 메카(MECHA) 등의 다양한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PC케이스 시장에서도 EL-1 라팡, EM1-우퍼와 같이 독특한 디자인을 지닌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닉스는 해외 시장에도 자체 디자인과 설계로 만들어진 PC 주변기기, 게이밍 기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 개최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한 것이 눈에 띈다. 올해 열린 CES에서 메카 ZK-1 게이밍 키보드와 ZH-3 게이밍 헤드셋, 모프 MM-1 게이밍 마우스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 마이크로닉스측의 설명이다.
CES

새로운 디자인이 샘솟는 디자인센터

이러한 마이크로닉스의 디자인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마 이크로닉스 디 자인센터는 기 자가 방문한 가산동 디자인센터를 비롯한 본사에 위치한 김포 디자인센터, 필리핀 마닐라에 자리 잡은 필리핀 디자인센터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마이크로닉스는 올해 하반기에 분산된 국내 디자인 조직을 가산으로 통합해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가산 디자인센터 내부로 들어서니 디자이너를 비롯해 많은 인력들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었다. 마이크로닉스는 국내 PC 업체 중에서는 드물게 2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디자이너 조직을 갖추고 있다. 제품 디자인, 웹 디자이너는 물론 순수미술 전공 디자이너도 있어 조직 내 다양성도 챙겼다. 필리핀 디자인 센터의 역량도 만만치 않다. 필리핀 명문대인 산토 토마스 대학(University of Santo Tomas) 출신 디자이너를 대거 영입했으며, 하드웨어 인력도 충원해 디자인과 개발진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대규모 조직을 통해 마이크로닉스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보다 과감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가산
아이디어
깔끔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모아 하나의 완성품으로

기자가 방문한 디자인센터에는 숟가락 모양의 리모컨, 자전거 체인처럼 일견 게이밍 기어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이는 신제품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기 위함이다. 기존의 PC 제품에서 벗어나 마이크로닉스 게이밍 기어, 케이스의 콘셉트에 부합하면서 신선한 이미지를 지닌 디자인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아이디어 구상이 끝나면 이를 실제 제품으로 녹여내기 위한 과정이 이어진다. 고객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만큼 심미성뿐만 아니라 착용감, 사용 편의성 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실제로 디자인센터 내에서는 신형 게이밍 헤드셋 디자인을 놓고 어떻게 착용감을 개선시킬 것인가에 대해 열띤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오랜 논의 끝에 만들어진 디자인 시안은 3D 프린팅 작업을 통해 모델링이 정해진다.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품 설계가 완료되면 해외 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해외 시장에 공개되면서 제품 출시가 완료된다.
브랜드
멋지고
실제

선택과 집중, 세련된 디자인에 집중

마이크로닉스는 앞으로도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새로운 디자인의 주변기기를 선보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그동안 선보인 게이밍 기어 콘셉트 중 워프와 모프를 워프로 통합한다. 디자인 콘셉트가 겹치는 측면이 있었던 두 브랜드를 통합해 더 차별화된 게이밍 기어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게이밍 기어 브랜드도 론칭할 예정이다. 바로 맥시민(MAXIMIN)이다. 맥시민은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의 대세 디자인과 차별화된, 심플함과 모던함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고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유저를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손정우 마이크로닉스 수석디자이너 인터뷰

2022년 마이크로닉스에 새로 합류한 손정우 수석디자이너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IT기기를 디자인해왔다.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11년간 휴대폰 디자인에 참여한 경력이 인상적이다. 손정우 수석디자이너가 마이크로닉스 게이밍 기어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알아보기로 했다.  

Q. 마이크로닉스에 합류해 디자인 조직을 이끌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은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의 주변기기가 디자인 자유도가 넓어 재미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또한, 마이크로닉스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디자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고 품질도 준수해서 디자인만 받쳐준다면 더 유명한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닉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제품 디자인과 개발에 대한 열망은 제품 개발진의 한사람으로써 큰 지원군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마이크로닉스로 오게 되었습니다.  

Q. 현재 국내 게이밍 기어의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블랙 컬러에 RGB LED를 곁들인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나치게 조약하고 싸 보이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RGB의 경우 PC 케이스를 비롯해 현 게이밍 기어 시장의 트렌드인 만큼 절제된 감성들을 적절하게 조합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 제품인데도 중복된 디자인도 많은 것 같아 바꿔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어떤 디자인으로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을 바꾸고 싶은가?

우선 블랙 일변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적은 화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컬러를 적용하고자 합니다. 또한, 소수 게이머만 좋아할만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일 예정인 맥시민 브랜드가 이런 콘셉트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호불호의 게이밍기어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고급 PC 구성품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대중화에 힘써보고자 합니다.  

Q. 게이밍 기어를 디자인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게이밍 기어는 실제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인 만큼 단순히 심미성에만 초점을 두면 안 됩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이를 얼마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제품을 쓸 때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디자인에 나섭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디자인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기존의 모프와 메카 게이밍 기어의 경우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맥시민 브랜드로 기존 게이밍 기어 유저를 넘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계획입니다. 각 브랜드별로 테마가 잘 살아 있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마이크로닉스를 다양한 매력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