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 그 휴대폰] 팬택 베가 레이서

2023-05-25     이철호 기자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지금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로 고착화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수많은 브랜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팬택 베가도 그 중 하나였다. 팬택 스마트폰은 한때 LG보다 판매량이 많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입지가 있었다. 팬택 스마트폰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제품으로는 베가 레이서(모델명: IM-A760S/IM-A770K /IM-A775C/IMA780L)가 있다. 베가 레이서는 팬택이 출시한 제품 중에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이 스마트폰을 자세히 살펴보자.  

워크아웃 위기 속에서 찾은 희망

1991년 설립된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며 팬택&큐리텔로 이름을 바꾸고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2005년에는 스카이(SKY)로 유명했던 SK텔레텍을 인수하며 국내 휴대폰 시장 3위를 넘어 2위 자리를 넘보고자 했다. 하지만 무리한 SK텔레텍 인수로 인해 부채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팬택은 2006년 12월 1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 워크아웃 기간 동안 팬택은 전체 인력의 35%, 임원의 60%를 감원하는 아픔을 겪었다. 또한, 많은 스카이 휴대폰이 '버스폰'으로 풀리면서 스카이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훼손되고 만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팬택은 희망의 불씨를 찾기 시작했다. 2010년, 팬택은 시리우스를 시작으로 이자르, 베가, 미라크 등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 이 중에서 베가가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면서, 팬택은 베가를 플래그십 모델 시리즈로 푸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출시된 3세대 베가가 바로 베가 레이서다.  

듀얼코어 프로세서, 스마트 LCD 등 탑재

그동안 팬택은 싱글코어 AP를 사용한 스마트폰만을 출시해 왔다. 이와 달리 베가 레이서는 듀얼코어 AP를 사용했다. 이 스마트폰에는 팬택의 대주주였던 퀄컴 스냅드래곤 S3 MSM8X60 AP가 탑재됐으며, 1GB DDR2 RAM과 16GB 내장메모리도 채택됐다.
베가
디스플레이는 4.3인치 WVGA LCD를 사용했다. 특히 옆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화면의 내용이 잘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시크릿뷰 기능으로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했다. 전면에는 듀얼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 스피커와 자이로 센서를 통한 체감형 앱인 SKY Fitness로 집에서 쉽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스마트폰
이외에 Easy UX에서는 EasyKeypad 2.0으로 텍스트 입력 중 기호나 이모티콘을 쉽게 입력할 수 있게 했으며, 홀드 상태에서 뮤직 플레이어를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했다. 출시 당시 안드로이드 OS 버전은 2.3 진저브레드였다.  

일단은 흥행 성공?!

베가 레이서 출시에 맞춰 팬택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먼저 베가 레이서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면 정답자 중 한 명에게 당시 3~4억원을 호가하던 페라리 캘리포니아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한, 배우 이병헌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출시 당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 최대 500만대 판매를 이뤄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500만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베가 레이서는 흥행에 성공했다. 2011년 9월 말 80만대 판매를 기록한 데 이어 2012년 말까지는 180만 판매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팬택은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2인자에 올랐으며, 2011년 12월에는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했다.
팬택은

알고 보면 문제투성이

하지만 베가 레이서는 이런저런 문제가 많은 제품이었다. 소비자에게 있어 가장 심각했던 부분은 배터리 문제였다. 당시로서는 충분히 넉넉한 수준이던 1,620mAh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었던 것이다. AP로 쓰였던 퀄컴 스냅드래곤 S3의 배터리 소모가 심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경쟁작이었던 삼성 갤럭시 S II나 아이폰 4S에 비해 최적화가 좋지 않았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통신사 모델별로 벤치마크 스코어가 다른가 하면 터치감이 좋지 않거나 화면이 깨져 나오는 등의 문제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팬택 브랜드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만다.  

후속작 베가 레이서 2의 실패

베가 레이서의 흥행에 고무된 팬택은 2012년 5월, 후속작인 베가 레이서 2(모델명: IM-A830/S/K/L)를 출시했다. 이 스마트폰에는 국내 최초로 퀄컴 스냅드래곤 S4 Plus MSM8960 AP를 탑재했으며, 4.8인치 HD IPS TFT-LCD 디스플레이와 한국어 음성 인식 기능인 스마트보이스 등도 적용되었다. 하지만 전작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버그와 최적화 문제는 반복됐다. 게다가 RAM 용량이 1GB에 불과한 것도 논란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LG 옵티머스 II LTE가 2GB RAM을 내세운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결국 베가 레이서 2는 순식간에 버스폰으로 전략하면서 할부원금 1,000원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후속작

마지막 베가 레이서, 베가 R3

2012년 9월에 출시된 베가 R3(모델명: IM-A850/S/K/L)는 팬택이 스마트폰 브랜드명을 스카이에서 베가로 바꾼 뒤 선보인 첫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 S4 Pro APQ8064 AP를 사용했으며, RAM 용량을 2GB로 업그레이드하고, 5.3인치 샤프 IPS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제법 준수한 화질을 보여줬다. 베가 R3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버스폰으로 풀리면서 가격은 저렴한데 성능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LG보다 기초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판매장려금을 투입하다 보니 팬택의 재정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가
결국 팬택은 2014년 2차 워크아웃 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인수대상자를 찾기에 나섰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팬택이 2015년 8월 26일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베가 스마트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제가 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 대단할 뿐이다. 그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