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PC, 현명한 선택은? 대기업 PC vs 조립 PC
조립 PC가 나은지 완제품 PC가 나은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떡밥이다. 특히 대기업 완제품 PC는 브랜드 인지도와 더불어 A/S에 대한 믿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한편 조립 PC는 대기업 PC보다 낮은 값에 더 나은 제원으로 꾸밀 수 있어 실속 있다고 주장한다. 조립과 안정성 문제도 조립 PC 시장에서 완전히 만들어 공급하는 ‘조립 완제 PC’ 형태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 아니라는 이유다. 과연 대기업 PC가 인지도만큼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조립 PC가 내구성이나 안정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까? <PC사랑>에서 값과 제원의 절충안을 잡고 대기업 PC와 조립 PC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다.
완제품 PC의 오해와 진실
왜 대기업 완제품 PC를 사는가? 이 질문의 대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대기업이니까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모아진다. 대기업인 만큼 성능에 품질까지 빼놓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는 전국망을 갖춘 A/S도 빠지지 않는다. 이것이 정말 대기업 완제품 PC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완제품 PC는 대기업만 파는 제품이 아니며 용산 업체들도 저마다 다양한 완제품 PC를 꾸준히 팔고 있다. 관건은 이른바 용산표 완제품 PC가 대기업과 견줄만한 신뢰를 줄 수 있는가 다.
대기업 완제품 PC는 전국 곳곳에 서비스 센터가 있지만 이런 수준 높은 서비스는 무상 A/S 보장 기간 동안만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기간이 지나면 유상 A/S 처리되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용산 완제품 PC는 대기업만큼 전국적인 서비스 망이 없다. 하지만 용산 완제품이 A/S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용산 업체 중 하나인 컴퓨존을 예로 들자면 자체 브랜드 완제품 PC를 구입할 때 2만원을 추가 지불하면 서울지역 1년간 출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지역 한정이지만 이 정도면 대기업 부럽지 않다. 별도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면 비용이 들지만 이 점은 대기업 유상 A/S와 별 차이 아니다.
A/S는 대기업 완제품 PC의 자랑이지만 무료 기간은 보통 1년으로 그친다.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안정성이나 호환 정도의 기본 테스트는 대기업 용산 따질 것 없이 모든 완제품 PC가 거치는 기본 과정이다. 남은 건 윈도우 설치다. 윈도우 설치만 다시 할 줄 알아도 어지간한 소프트웨어 문제는 다 해결하지만 그걸 못해 대기업 PC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윈도우 설치는 대기업 PC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용산 완제품 PC도 윈도우를 같이 구입하고 설치 서비스를 요청하면 드라이버 설정까지 해준다. 완제품으로 PC를 사면 조립비나 윈도우 설치비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배송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훨씬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게 아닌 이상 택배를 받아 직접 설치해야 하는 건 같다.
120만 원대 완제품 PC 비교
같은 값이면 제원이 더 높은 쪽이 좋은 컴퓨터일 것이다. 같은 제원이면 값이 더 싼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이번 비교는 값을 비슷하게 맞추어 비교했다. 비교 대상은 120만 원대 값으로 살 수 있는 삼성전자 DM300T2A-A52와 컴퓨존 자체 브랜드 PC 아이웍스 익스트림PC No.06다. 값은 거의 비슷하지만 제원은 상당 부분 다르다.
삼성 DM300T2A-A52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는 주요 제원인 CPU는 두 제품의 성능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CPU만 우수하다고 컴퓨터의 성능이 높아지진 않는다.
컴퓨존 아이웍스 익스트림PC No.06
H61 칩셋보다 H67 칩셋의 제원이 더 좋지만 부가 기능의 차이 뿐 성능은 같다. 메인보드는 둘 다 마이크로 ATX 폼펙터라 확장성도 비슷하다.
삼성 완제품 PC는 카드 리더기가 기본으로 달려 있지만 컴퓨존 완제품 PC는 추가 옵션에서 리더기를 고를 수 없었다. 다만 카드 리더기는 1만 원이면 하나 산다.
삼성 DM300T2A-A52 내부 사진
케이스나 전원공급장치는 확장성에서 차이가 난다. 삼성 완제품 PC는 지금 당장 사용엔 문제가 없지만 이 이상 부품을 더 달거나 업그레이드하긴 어렵다. 하드디스크 한 개 정도가 고작이다.
컴퓨존 아이웍스 익스트림PC No.06 내부 사진
그래픽카드는 제일 크게 차이 나는 부품이다. 대기업 완제품 PC는 하나같이 그래픽카드가 취약하다. 그래픽카드를 좋은 것으로 달지 않아도 컴퓨터 활용에 지장이 없지만 최신 3D 게임을 즐길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두 제품 다 1TB 하드디스크와 DVD 멀티 드라이브를 달았다. 여기에 컴퓨존 완제품 PC는 60GB SSD를 더 달았다. SSD와 하드디스크 조합은 상대적으로 싼 값에 성능과 용량을 모두 높이는 선택이다.
대기업 PC의 장점으로 복구 소프트웨어 제공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윈도우 재설치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산 완제품 PC에 네트워크 백업과 복원 기능을 제공하는 윈도우 7 프로페셔널 버전을 골랐다. XP 모드 기능이 있어 XP와 호환성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 완제품 PC에는 대부분 완제품 PC에 제일 많이 쓰는 윈도우 7 홈 프리미엄을 설치해 공급한다. 운영체제까지 더한 값을 비교하면 대기업 완제품 PC가 정품 운영체제를 포함한 것 치고 싼 편이란 주장도 틀렸음을 알 수 있다.
- CPU 성능 비교 벤치마크
제원만 봐도 두 완제품 PC 간에 어떤 성능에서 차이가 날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CPU 클록 차이는 연산 성능에 영향을 준다. SSD의 유무는 디스크 성능은 물론 전체 속도와 효율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픽카드는 체급이 아예 다르다. 같은 게임을 같은 설정으로 실행하면 프레임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슈퍼 파이는 정해진 자릿수의 파이 연산을 끝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연산 성능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CPU 아키텍처와 동작 클록에 절대적으로 영향 받는다. 테스트 결과는 클록이 200MHz 더 빠른 코어 i5-2500을 단 컴퓨존 아이웍스 익스트림PC No.06이 당연히 앞섰다. 연산량이 적을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것이 누적되면 격차가 꽤 벌어진다.
- 디스크 성능 비교 벤치마크
SSD와 일반 하드디스크를 비교하면 반칙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크게 차이난다. SSD와 하드디스크의 성능 차이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재밌는 건 하드디스크 성능 비교다. 둘 다 똑같은 제원의 하드디스크를 달았지만 성능 차이가 약간씩 있다.
컴퓨존 아이웍스 익스트림PC 쪽은 윈도우를 SSD에 설치하면서 완전히 빈 상태의 하드디스크를 테스트했다. 반면 삼성 완제품 PC는 단일 하드디스크에 윈도우를 설치하고 테스트했기 때문에 최적의 성능을 내지 못했다. 하드디스크 하나만의 성능을 비교한다면 이것 역시 공평한 테스트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는 특정 부품의 성능 측정이 아니라 완제품 PC 전체의 성능을 알아보는 것이다. 실제 이용 환경과 똑같은 조건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완제품 PC의 특징이자 성능이라 봐야 맞다.
‘SSD를 쓰면 환영받지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SSD의 속도가 워낙 빨라 윈도우 7이 시작할 때 뜨는 ‘환영합니다’가 나오기 전 부팅이 끝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성 완제품 PC는 기본 설치된 번들 소프트웨어 수가 많아 부팅 속도에서 불리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역시 SSD 때문이다.
PC 마크 7 설치에 걸리는 시간도 측정했다. 프로그램 본체의 용량이 크지 않지만 닷넷 프레임워크 4 클라이언트와 비주얼 C++ 2010 재분배 버전까지 같이 설치하면서 디스크 성능을 제법 요구한다. 설치 파일은 외장 하드디스크에 따로 저장해둬 디스크 쓰기 성능만 측정한 셈인데 여기서도 차이가 크다.
-PC마크 7 종합 성능 테스트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고루 측정하는 PC 마크 7이야말로 컴퓨터를 비교하는 이번 테스트에 제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25종의 세부 테스트를 조합해 용도에 따른 시스템 성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두 시스템의 CPU가 거의 비슷하고 메모리 종류와 구성, 용량이 똑같았지만 대부분 항목에서 2배 정도 차이 났다. 이유는 SSD 때문이다. 시스템 저장장치는 물론 생산성과 창조성 테스트 모두 저장장치 성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엔터테인먼트 부분은 저장장치 성능을 측정하지 않는 대신 그래픽카드의 3D 성능에 의존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났다. 다만 동영상 변환과 압축, 이미지 처리를 포함하는 계산 성능은 CPU 성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어서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았다.
- 3D 성능 테스트
대표적인 3D 성능 테스트 프로그램인 3D마크 11은 컴퓨존 아이웍스 익스트림PC No.06에서 문제없이 테스트를 마칠 수 있었으나 삼성 DM300T2A-A52에서는 첫 번째 테스트조차 실행할 수 없었다. 기본 설치되어 있는 프로그램과 간섭을 피하기 위해 윈도우를 새로 설치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래픽카드를 지포스 GTX560으로 교체해도 증상이 해결되지 않아 결국 3D마크 11은 테스트에서 제외했다.
삼성 DM300T2A-A52는 다른 그래픽카드를 달 수는 있지만 중급 이상 그래픽카드를 달아 쓸 수 없다. 그래픽카드용 6핀 보조 단자가 하나도 없고 변환 케이블을 연결할 4핀 단자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를 교체하며 다른 전원공급장치를 임시로 달아 테스트했지만 3D 마크 11은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3D마크 11 테스트 대신 확장성 테스트를 한 셈이 됐다.
10만 원대 중반이면 대기업 풀 HD 모니터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모니터 값이 낮아진 현실에 따라 게임 테스트 환경은 1920×1200에 그래픽 옵션을 고급으로 맞췄다. 테스트에 쓴 게임은 그래픽과 최적화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결과가 꽤 크게 차이 났다. 삼성 완제품 PC의 지포스 GT530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를 제외한 다른 게임들이 30프레임도 나오지 않았다. 3D 게임을 쾌적하게 하려면 해상도나 화질 옵션을 대폭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 지포스 GTX560은 테스트한 모든 게임에서 30프레임 이상을 기록했다.
지포스 GT530은 다이렉트 X 11을 쓸 수 있지만 기본 성능이 받쳐주지 않는다. 다이렉트 X 11과 테셀레이션을 테스트하는 유니진 헤븐 벤치마크 2.5에서 지포스 GTX560은 풀 HD 해상도와 다이렉트 X 11 특유의 테셀레이션 기능까지 모두 적용해 평균 31.6 프레임으로 테스트를 마쳤다. 같은 조건에서 지포스 GT530은 7.4 프레임을 기록했다. 끊기지 않는 화면을 보려면 1024×768 해상도에 다이렉트 X 9 모드로 그래픽 효과를 대폭 줄여야 했다.
지포스 GT530에서 평균 30프레임 정도의 성능을 내려면 해상도부터 테셀레이션까지 화질 옵션을 희생해야 한다.
지포스 GTX560에서는 풀 HD 해상도와 다이렉트 X 11의 테셀레이션 기능을 모두 활용하면서 평균 30프레임을 낼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
대기업 완제품 PC의 성능이 항상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값으로 살 수 있는 다른 완제품 PC와 비교해도 CPU나 메모리 성능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 용도가 3D 게임이라면 대기업 완제품 PC는 답이 아니다. 최신 3D 게임을 문제없이 즐길 수 있는 대기업 완제품 PC는 아직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며 제한적인 확장성 때문에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도 어렵다.
물론 대기업 완제품 PC가 못쓸 제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3D 게임 등을 비롯해 전통적으로 PC를 혹사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성능이 떨어져 불편을 겪을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속을 차리고자 할 때 과연 대기업 완제품 PC가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가를 두고선 얘기가 다르다. 이번에는 같은 값 수준에 맞춰 성능 차이를 비교했지만 120만 원짜리 대기업 완제품 PC의 성능으로도 차고 남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만한 제원으로 훨씬 싸게 조립 PC를 장만할 수 있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하는 A/S 관련 논쟁도 앞서 밝혔듯 뻔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품고 있다. 결과론으로는 내가 활동하는 범위 내에서 A/S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조립 PC를 구하면 대기업 A/S와 다르지 않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해당하는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대기업 PC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PC사랑>에서 이처럼 균형이 안 맞는 비교를 기획한 까닭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임에도 대기업 PC와 조립 PC를 비교하는 시각이 꾸준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어서다. ‘대기업 PC를 사는 사람은 호구’와 ‘평생 A/S 기사로 불려다닐래’가 맞서는 논쟁에서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를 각자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자 함에서 마련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