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폰 재상륙, 카카오톡에 발목잡히다. 노키아 루미아710
요즘이야 ‘스마트폰’하면 으레 애플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떠올리지만 몇 년 전만해도 윈도우 모바일 천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리셋 하고 자주 먹통 되는 불안정함 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랬던 윈도우 모바일이 돌아왔다. 역시 재기를 노리는 ‘과거의 영광’ 노키아를 등에 업고 ‘윈도우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동상삼몽’, 대체 왜 안 되는 걸까?
노키아 루미아710은 한국MS와 노키아에게 큰 의미를 지닌 제품이다. 삼성 옴니아2 이후로 국내에서 맥없이 사라진 윈도우 모바일, 아니 ‘윈도우폰’의 재진출을 알리는 제품인 동시에 노키아가 처음 선보이는 윈도우폰이기도 해서다. 여기에 이 스마트폰을 들여온 KT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이외에 스마트폰 포트폴리오를 하나 더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동상이몽, 아니 동상삼몽(三夢)이다. 그런데 시장 반응이 냉담하다. 하드웨어 제원이 심하게 뒤떨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퀄컴 1.4GHz 싱글코어 프로세서에 512MB 메모리, 480×800 해상도 화면을 갖췄으니 어지간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큼은 하는 셈이다. H.264 720P 동영상도 재인코딩 없이 돌아가니 이 정도면 준수하다.
운영체제인 윈도우폰 7.5(망고)가 못미더운가? 이도 아니다. 타일처럼 생긴 ‘메트로 인터페이스’가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하루 정도 만져 보면 금새 익숙해진다. 타일이 큼직한 데다 글자로 구성된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패션지에서 자주 쓰는 말을 빌리자면 ‘엘레강스’ 내지는 ‘시크’ 하다고 할까. 글자도 큼직해서 알아보기도 쉽고 남들 잘 안 쓰는 물건이라 색다른 맛도 있다.
첫술에 배 부르기는 힘들지만…
그런데도 루미아710에 대한 평가는 너무나 박하다. 심지어 한국MS가 엑스박스360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할인행사를 하는데도 ‘입질’이 없다. 주위 사람에게 쥐어주니 답이 나온다. “카카오톡 돼요?” 올 상반기 안에는 윈도우폰용 카카오톡 앱이 나온다지만 그때까지 벙어리로 기다리는 것도 못할 일이다. 남들 다 쓴다는 ‘카톡’ 덕에 몸값 떨어진 셈이다.
실망을 잠시 접어둔다면 장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윈도우폰 7.5가 유기적으로 엮여서 친구들의 일상을 한 번에 모두 훔쳐볼 수 있다. 윈도우 모바일 6.5와 달리 다국어 지원도 적극적이다. 외국어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소식이다. MS 오피스 문서를 열어볼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담았다.
그러나 음악·동영상을 준 소프트웨어로 ‘동기화’ 해야 하고 저장 공간이 8GB 밖에 안 된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첫 술에 배부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할부원금이 ‘폭풍하락’하면서 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니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스마트폰
크기 119×62.4×12.5mm
무게 125.5g (배터리 포함)
네트워크 GSM/WCDMA/HSPA, 802.11n, 블루투스 2.1+EDR
화면 3.7형 디스플레이 (480×800)
운영체제 MS 윈도우폰 7.5 (망고)
카메라 후면 500만 화소 (CMOS, LED 플래시)
배터리 BP-3L 리튬이온 배터리(1,300mAh)
CPU 퀄컴 스냅드래곤 1.4GHz (싱글코어)
메모리 8GB (확장 못함)
입력방식 정전식 멀티터치
값 3∼20만 원 (2012년 2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