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나 디스플레이와 LTE - 애플 뉴 아이패드
2013-05-01 PC사랑
뉴 아이패드의 제일 큰 변화다. 1024×768에서 2048×1536으로 가로 세로 각각 2배, 면적은 총 4배 늘어나면서 264PPI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해상도가 더 커졌다고 글자나 아이콘 표시 크기가 작아졌단 이야기는 아니다. 표시하는 크기는 아이패드2와 같지만 이를 훨씬 세밀하게 표시해 더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높아진 해상도는 아이북스 2의 전자 교과서나 이북에서 특히 두드러진 효과를 보여준다.
이렇게 높은 해상도를 표시하는 액정 패널은 삼성이 만들었다. 지금 당장 애플이 필요로 하는 해상도와 전력 이용량, 밝기를 맞출 수 있는 회사가 삼성밖에 없다는 소문인데, 4월부터는 LG 디스플레이와 샤프도 생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 디스플레이는 영업 수익 중 2%를 애플에 의존하는 회사니 뉴 아이패드의 액정 패널 공급에서 물러설 리 없다.
하지만 2048×1536이란 해상도가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왜 하필이면 2048×1536일까? 지금까지 나왔던 아이패드용 앱은 1024×768 해상도로 만들었다. 풀 HD라 부르는 1920×1080이나 모니터에서 많이 썼던 1920×1200으로 해상도를 높인다면 1024×768 해상도에 맞춰 만든 앱을 표시하기가 애매해진다. 확대해 표시해도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 기존 앱 이용에 영향을 주지않으면서 해상도를 높이려면 가로와 세로를 똑같이 2배씩 높인 2048×1536 해상도밖에 답이 없다.
물론 뉴 아이패드에 맞춰 해상도를 높인앱도 만드는 중이다. 뉴아이패드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앱은 전부 뉴 아이패드의 해상도에 맞춰 만들었다. 하지만 해상도가 늘어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키노트는 115MB에서 327MB, 넘버스는 109MB에서 283MB, 페이지는 95MB에서 269MB, 아이무비는 70MB에서 404MB, 개러지밴드는 670MB에서 1.1GB가 되버렸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썼던 16GB 모델은 뉴 아이패드에서 용량 부족을 호소할지도 모른다.
애플 A5X 프로세서: A6이 아닌 A5의 업그레이드
뉴 아이패드의 두뇌는 A5X 프로세서다. CPU 부분은 ARMv7 명령어 세트 기반 Cortex-A9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클록은 1GHz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폰 4S의 A5와 똑같다. 프로세서 이름을 A5에서 A5X로 바꾼 이유는 PowerVR SGX543MP4 쿼드코어 GPU에 있다. 여기서 일부 기능을 확장한 SGX543MP4+를 소니 PS 비타가 쓴다. 뉴 아이패드의 그래픽 성능이 PS 비타에 견줄 만하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휴대용 게임기와 같은 수준으로 강화한 GPU 제원은 애플이 왜 뉴아이패드를 2012년 3월 8일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센터에서 발표했는지 알려준다. 3월 8일은 예바 부에나 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모스콘 센터에선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가 열리고 있던 시기다. 게임 개발자들에게 뉴 아이패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전략이라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1년 전 아이패드 2를 발표했던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맞춰 발표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 해도 뉴 아이패드발표 현장 앞을 지나갔던 수많은 GDC 참가자들에게 뉴 아이패드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CPU를 그대로 두면서 램 용량을 512MB에서 1GB로 늘리고 GPU코어 수를 2배 늘린 건 역시 늘어난 해상도 때문이다. 해상도가 커지면서 화면에 보여줄 내용이 늘었으니 그만큼 저장 공간과 처리 성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제조 공정이다. 애플 A5X 프로세서의 제조 공정은 A4 시절부터 줄곧 써왔던 45나노미터 공정에 머물러 있다. 제조 공정이 똑같은데 새 기능을 자꾸 넣으니 칩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애플 A5와 비교하면 크기가 36.5% 더커진 162.94㎟가 됐다. 32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듀얼코어 샌디브리지가 149㎟고 40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엔비디아 테그라 3가 80㎟니까 엄청난 크기다. 더 이상의 크기는 기판 크기나 전력이용량, 생산 수율에서 큰 부담이 되니 다음에 나올 애플 A6 쯤에선 제조 공정 업그레이드가 필수다.
LTE, 시리, 배터리, 케이스: 문제는 없는가?
LTE는 뉴 아이패드의 또 다른 특징이다. 뉴 아이패드는 700MHz와 2100MHz 주파수의 LTE 네트워크를 쓸 수 있다. LTE 빠르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문제는 이걸 한국에서 쓸 수 있느냐다. 국내 통신사의 경우 SKT와 LG U+는 800MHz를, KT는 1800MHz 주파수 대역을 써서 LTE를 서비스한다. SKT와 LG U+는 앞으로 2100MHz 대역을 써서 LTE를 서비스할 계획이지만, 뉴아이패드의 2100MHz는 AWS 대역이라 국내 통신사에서 쓸 수 없다. 사실상 뉴 아이패드의 LTE는 국내에서 쓸 수 없다는 소리다.
카메라는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했다. 뒷면 카메라는 옴니비전의 2세대 이면조사 CMOS 센서인 OV5650를 써서 5백만 화소 영상을 찍을 수 있다. 5장의 렌즈와 f/2.4 대구경 조리개로 화질도 개선했다. 전면 카메라는 옴니비전의 OV297AA 30만 화소 센서를 썼다. 아이폰 4S와 똑같은 카메라다. 그렇다고 해서 뉴 아이패드가 아이폰 4S의 모든 기능을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비록 한국어버전은 언제 나올진 몰라도 최근 일본어까지 추가하면서 이용 범위를 넓혀나가는 시리를 뉴 아이패드는 쓰지 못한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이크 위치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을 쓸 수 없어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뉴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2보다 무거워지고 두꺼워졌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추구하는 시대 흐름과 반대다. 범인은 배터리다. 아이패드 2는 배터리 용량이 25Wh지만 뉴 아이패드는 42.5Wh로 늘었다. 배터리 용량이 늘었으니 이용 시간도 따라 늘어야겠지만 공식적으로 밝힌 이용 시간은 똑같이 10시간이다. LTE나 A5X도 분명 영향을 줬겠으나 제일 큰 건 2048×1536 해상도를 유지하는 전력이다. 전력 이용량 때문에 뉴아이패드의 온도가 아이패드 2보다 5~7도 더 높다는 테스트 결과도 나왔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작은 두께 차이 때문에 기존 아이패드 2용 케이스를 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심지어 애플 공식 제품인 스마트 커버조차도 자석 극성 배열이 바뀌면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뉴 아이패드: 앞으로 전망은?
애플은 뉴 아이패드를 내놓은 지 3일 만에 300만 대를 팔았다. 워낙 잘 팔려서 그런지 평소 안하던 배당까지 했다. 국내엔 아직 정식 출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구입해 쓰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기존 제품은 당연히 몸값이 떨어졌다. 아이패드 2는 값을 14~15만원까지 낮췄고 아이패드 1는 와이브로 결합약정일 경우 할부 원금 20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태블릿 PC의 보급이란 점에선 새 제품의 등장은 언제나처럼 환영이다.
뉴 아이패드의 변화가 지금까지 애플 제품이 그랬던 것처럼‘ 혁신’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 업그레이드’에 불과한지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애플이 아이패드 3도 아이패드 HD도 아닌 뉴 아이패드란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뒤에 복잡한 영어나 숫자를 붙일 것 없이 아이패드 이름 하나에 모든 것을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아이패드는 더 이상 아이폰의 화면 크기를 키운 장난감이거나, 흔한 태블릿 PC 중 하나가 아니다. 아이패드 그 자체다. 그만큼 일상생활 속으로 가까이 들어왔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