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황과 혁신의 갈림길에 서다! 2022년 PC·IT 10대 뉴스

2022-12-01     이철호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코로나19(COVID-19) 위기를 넘어 이제는 그 다음 페이즈를 준비하던 2022년이 끝나간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 속에서 성장했던 PC·IT기기 시장은 올해 들어 급속도로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꺾인 실적 속에 내년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그래픽카드 시장의 재편,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대중화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던 한 해이기도 하다. 올해 PC와 IT 시장을 관통한 주요 뉴스를 살펴보자.

잔치는 끝났다…침체기 접어든 PC 시장

코로나 특수가 끝나가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물가 상성, 공급망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 PC 시장은 찬바람을 맨몸으로 맞아야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작년 동기간 대비 13.5%나 감소했다. 특히 교육용으로 많이 쓰이던 크롬북과 태블릿PC의 감소세가 컸다. 국내 PC 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PC 시장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 감소했다. 공공 · 교육 · 기업 등 커머셜 시장은 전년 대비 성장세였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특기할 점으로는 노트북을 중심으로 브랜드별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크게 흔들리는 추세다. 반면, ASUS가 2분기에 2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등 외산 브랜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다시 펼쳐진 CPU 대전, 이번에는 인텔 승리?

올해 하반기 들어 인텔은 13세대 랩터레이크 프로세서를, AMD는 라이젠 7000 시리즈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인텔의 승리로 보인다. 조립PC 업계에 따르면,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찾는 유저가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보다 많은 상황이다.
올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모두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분명히 성능이 향상됐다. 하지만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아직 DDR4 메모리를 지원하며, 소켓 변화도 없다. 반면, AMD의 경우 새 프로세서 때문에 AM5 소켓 메인보드와 DDR5 메모리가 강제된다. AMD에서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카드는 있을까? 업계에서는 CES 2023에서 라이젠 7000 시리즈 3D V-캐시 모델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에 출시된 5800X3D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게이밍 CPU 중 하나로 거론되는 만큼, 라이젠 7000 시리즈 3D V-캐시 모델은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카드 시장, ‘일단은’ 3강 구도로 재편

하반기를 맞아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4090/4080 그래픽카드를 선보였다. 그 성능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엄청난 전력 소모와 가격 정책 때문에 말이 많은 상황이다. 새롭게 채택한 12VHPWR 커넥터가 녹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공식 입장은 ‘커넥터가 그래픽카드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엔비디아
그렇다면 AMD 라데온이 엔비디아에 한 방 먹일 수 있을까? AMD 라데온 RX 7900 XTX/7900 XT는 세계 최초 칩렛 설계 GPU가 적용되었으며 전성비가 대폭 강화되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착하게 나왔다. 물론 실성능이 얼마일지, 게임을 돌릴 때 드라이버 때문에 이상한 오류를 겪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아는 일이다. 그 와중에 인텔도 스리슬쩍 ARC A770과 A750 그래픽카드를 출시했다. 당장의 성능만 본다면 여러모로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꾸준히 시장에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면 장기적으로 그래픽카드 시장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DP 2.1에서 ATX 3.0까지…신규 규격 대거 발표

2022년에는 PC 부품을 위한 새로운 규격도 발표됐다. 먼저 DP 2.1의 경우 최대 80Gbps에 달하는 속도로 고해상도 그래픽에 적합하다. 단, 이 속도는 USB 4.0 호환 신규 커넥터에서 가능하며, 길이 제한도 1m다. 기존 DP 포트와 동일한 커넥터의 경우 최대 40Gbps 속도를 지원하며 길이 제한은 2m다. 차세대 그래픽카드를 위한 파워서플라이 규격인 ATX 3.0도 발표됐다. ATX 3.0 파워는 새로운 12VHPWR 커넥터를 기본 지원하며, 이전 세대보다 뛰어난 전력효율을 지니고 있어 고사양 그래픽카드에 적합하다. ATX 3.0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가 아직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지만 말이다.
차세대
최대 80G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USB 4 v2도 발표됐다. 또한, USB 4 v2에서는 120Gbps 비대칭 모드도 지원하여 웬만한 외장 기기에서 쾌적한 속도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영상 전송을 위해 최대 120Gbps 대역을 지원하는 차세대 썬더볼트 규격도 공개됐다.

환희 대신 나락…GOS에 무너진 삼성 갤럭시

올해 3월 출시된 갤럭시 S22 시리즈는 나름대로 여러 장점이 있었다. 다소 난잡했던 디자인이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디스플레이도 대폭 개선되었다. 특히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혼을 이은 갤럭시 S22 울트라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올해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원활한 모바일 게이밍을 위해 탑재되었다던 GOS가 오히려 게임에 방해를 준 것이다. 심지어는 벤치마크 앱에서 GOS가 꺼져 높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세팅되는 문제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초기 대응은 문제를 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키우기에 이르렀다. 결국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인지도가 높은 모바일 벤치마크인 Geekbench에서 퇴출당하는 굴욕을 겪고 만다. 뒤늦게 GOS를 끌 수 있는 업데이트가 이뤄졌지만 누적된 신뢰도 하락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을 넘어 노트북까지…1020세대 사로잡은 애플

예전에는 10대에게 아이폰은 허세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인싸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투자회사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에 따르면, 2022년 가을 기준으로 미국 내 10대 중 87%가 아이폰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0년 전의 2배 수준이다.
10대와
국내에서도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아이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으로 18~29세 응답자의 52%가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답해 삼성 갤럭시(44%)를 앞질렀다. 향후 구입 의향 스마트폰 브랜드에서도 1020세대의 경우 아이폰(53%)을 갤럭시(42%)보다 더 선호했다. 심지어는 노트북에서도 10대를 중심으로 맥북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10대는 노트북을 새로 구매할 경우 고려하는 브랜드 1순위로 애플(48.3%)을 꼽았다. 삼성전자(23%), LG전자(20%)의 2배 수준이다.

더 이상은 참지 않아…직접 행동 나서는 게임 유저

오늘날의 게이머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단순한 ‘꼬접’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불만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게임사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6월에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케이스가 있다. 일본 서버와 비교해 각종 공지와 소통 부족에 시달리던 국내 우마무스메 유저는 판교에 ‘마차시위’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한동안 유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4.2% 하락하는 출혈을 겪게 된다.
블루
‘블루 아카이브’ 유저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항의도 대표적인 사례다. 처음에는 등급분류 체제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50억원 사업비 횡령 의혹, 바다신2 전체이용가 판정 논란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블루 아카이브 유저를 비롯한 게이머들은 국회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게임, PC 넘어 디스플레이의 핫한 트렌드가 되다

이제 게임은 PC 입그레이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모니터, TV 등의 디스플레이에도 게임에 적합한 화질과 기능을 갖춘 제품이 속속 출시되어 많은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
먼저 20~30인치를 넘어 40인치 이상의 대화면 게이밍 디스플레이가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는 138.7cm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게임 관련 기능을 담은 ‘오디세이 아크’를 출시했고, LG전자는 평면부터 곡면 900R까지 화면을 자유롭게 휘었다 펼 수 있는 벤더블 게이밍 TV ‘LG 올레드 Flex’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TV에서도 게임 기능을 강조한 게이밍 TV 제품이 늘어났다. 이런 제품은 대기업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HDMI 2.1, 120Hz 주사율 등을 지원해 최신 콘솔 게임기와 함께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엔데믹 시대, IT·게임 전시회가 돌아왔다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에서 하나둘 벗어나면서 각종 IT 전시회도 정상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2가 관람객들과 함께 성대하게 치러진 데 이어, 9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IFA 2022가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게임스컴, 도쿄 게임쇼 등의 주요 게임쇼도 오랜만에 관람객들과 함께 진행됐다.
사회적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주요 IT전시회가 오프라인으로 정상 개최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전자전시회인 KES 2022가 관람객들과 함께 진행되었으며, 지스타 2022, 플레이엑스포 2022도 수많은 게이머와 함께 풍성한 전시회로 거듭났다. 내년에도 풍성한 IT전시회가 유저들을 기다릴 예정이다. 특히 대만의 코로나 방역 조치가 크게 완화되면서 컴퓨텍스 2023을 직접 관람할 기회가 국내 유저에게 주어질 것이다. 물론 아직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IT전시회 관람이 쉽지 않을 것이다.

루나에서 FTX까지…가상화폐 시장 ‘와장창’

올해 1월경 비트코인은 한때 7,000만원을 넘봤지만, 이제는 11월 21일 기준으로 2,16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른 가상화폐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더리움은 작년 대비 70% 가까이 시세가 하락했으며, 리플도 전년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올해 대표적인 가상화폐 사건으로는 루나/테라 코인의 대폭락과 상장폐지가 있다. 본디 루나와 테라는 달러와 1:1 교환을 보장하며 가치가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코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빠른 시간에 거액이 빠져나가며 가치가 급락했고, 다수의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당했다. 루나를 만든 권도형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한때
11월에 벌어진 FTX 사태는 가상화폐 시장에 치명타를 안겨줬다.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폐쇄로 국내에서도 피해자가 상당한 수준이다. 그 와중에 회사 자금을 직원들 주택과 개인용품 구매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비리도 알려지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