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즐기면 재미와 감동이 두 배 - 천국과 지옥의 충돌, 그리고 악마의 부활

2013-06-10     PC사랑
'블리자드 스케일(Blizzard scale)'. '워크래프트' 를 즐겨본 게이머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장르를 넘나들며 방대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골격 삼아끊임없이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블리자드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가 2004년 첫 출시 이후 10년 가까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워크래프트' 시절 구축해 놓은 거대한 세계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2012년 최고의 기대작 '디아블로 3' 는 2000년에 출시된 '디아블로 2' 에 이어 12년만의 시리즈 신작이다. 게이머들은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 파괴의 군주 바알, 그리고 이 게임의 히로인,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를 처치하기 위해 악마 사냥꾼, 야만전사 등 5가지 직업군을 선택해 몬스터를 제압하고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특성은 퀘스트를 완료한 뒤 마을의 NPC가 “수고했네. 원래 이주얼은...” 식의 친절한 스토리텔링을 무시하기 일쑤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디아블로’ 시리즈의 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면 게임이 한 층 더 재미있어진다. 본문에서는 ‘디아블로 2’ 오리지널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환용 기자
 
 
이야기의 시초, 악마 3형제 중 진짜 악마는 ‘바알’ 뿐?
‘디아블로’의 세계관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악마 3형제’에 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누가 먼저 그들에게 ‘형제’라는 아름다운 수식어(?)를 선사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의형제’ 쯤 되는 사이다. (그래봤자 자기들끼리 서로 내가 낫네, 너는 약하네 투닥거리기 일쑤다) 악마 3형제는 게임 속에서 지옥의 최고 지배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존(?)하는 악마 계급에서는 ‘바알’만이 고대 가나안 사람들이 섬겼던 황금소에서 유래한 신화적 존재이다.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는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서 신과 내기를 해 주인공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으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유래했고, ‘디아블로’역시 유럽에서 유래하는 공포의 군주를 캐릭터화(化)한 것이다.

‘바알’은 원래 비와 우레의 신이었고 또한 다산의 신이기도 했다. 바알의 지배는 그의 대적자이자 죽음의 신 ‘못’에 의해 많은 제재를 받았고, ‘못’은 그를 초청해 지하세계에 가두고 죽이려 했다. 비바람을 동반하고 내려간 ‘바알’이 지하에 갇혀 있는 동안 지상에는 가뭄과 기근이 오게된다. ‘바알’의 여동생이자 배우자인 ‘아낫’이 지하에 내려가 ‘못’을 죽이고 ‘바알’을 다시 데려오자 가뭄은 해소되며 풍년이 왔고, 사람들은 이 사실의 진위을 모른 채 황금소 상을 만들고 ‘바알’을 숭배하게 된다. 당시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농사를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덕분인지 ‘바알’은 풍요의 신으로 군림하며 훗날 커다란 황소의 뿔을 가진 사악한 형상으로 묘사됐고, 매년 그를 기리는 축제 때는 남녀가 뒤엉켜 난교를 벌이는 탐욕과 성적 욕망의 상징이 됐다.

처음부터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이어져 온 악마에 대한 설(說)이 공통된 부분이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사실’보다 ‘믿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이 이야기를 바라보게 해준다. 악마의 실존 여부가 아니라 블리자드에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포장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의 대충돌, 세계의 탄생
‘디아블로’ 세계는 완벽한 공허 속에서 선과 악의 충돌로 인한 거대한 에너지의 폭발로 탄생했다. 선과 악, 빛과 어둠 모두를 품에 안은 모든 세계의 근원 ‘아누(Anu)’의 영혼이 완벽한 정수 속에 존재했다. ‘아누’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꿈속에서 수많은 이면(裏面)을 탐구하며 악을 물리쳤지만, 혹독한 악의 부분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분리되던 악이 결집돼 탄생한 용 ‘타차메트(Tathamet)’는 7개의 머리로 어둠과 죽음의 기운을 내뿜었다. 선과 악의 정수가 된 ‘아누’와 ‘타차메트’는 정수의 심층에서 싸우기 시작했지만, 같은 힘을 가진 두 정수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둘의 힘이 모두 소진될 즈음에 그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충돌에서 생긴 거대한 에너지는 결국 폭발했고, 여기서 세계(世界)는 태어나게 된다.(이것은 과학에서 설명하는 우주의 탄생인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와 비슷한 근간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탄생의 시초에는 거대한 폭발의 근거인 ‘판데모니엄’이 생겼고, 죽음을 받아들인 ‘아누’의 빛나는 눈동자는 세계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세계석(Worldstone)’이 됐다. 그리고 ‘아누’와 ‘타차메트’를 이루고 있던 선과 악의 모든 근원들이 세계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또한 ‘아누’의 척추는 태고의 어둠 속에서 ‘천상의 아치(Crystal Arch)’가 됐고, 이 곳에서 그의 영혼을 계승하는 천사들이 태어나게 됐다. ‘천상의 아치’에서 태어난 영혼 중 ‘아누’의 근원적 선을 이어받아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5명의 대천사들이 있었다. ‘티리얼’, ‘아우리엘’, ‘말타엘’, ‘임페리우스’, ‘이더리얼’이 그들이다. 이들은 ‘앙기라스 의회’를 구성하고 천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정의의 대천사 ‘티리엘’의 형제인 ‘이나리우스’는 의회의 조언자로서 5명의 대천사와 같은 위치에서 의회에 참여한다. 이들은 ‘세계석’을 지키며 세상을 ‘질서’로서 이끌어가려 했다. 하지만 ‘아누’와 같이 악의 상징 ‘타차메트’의 힘 역시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됐고, 이것은 그의 힘을 계승해 지옥을 운영하는 6명의 악마로 존재하게 됐다. 통칭 ‘디아블로 3형제’로 불렸던 ‘메피스토’, ‘바알’, ‘디아블로’, 그리고 이 3형제의 아래에서 그들을 보좌하는 ‘아즈모단’, ‘베리알’, ‘듀리엘’이 그들이다. 이들 6명의 악마들은 천상과 반대로 세계를 ‘혼돈’으로 다스리려고 했다. 이로 인해 천상의 세력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천상과 지옥 두 세력의 충돌, 역사의 시작 ‘대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세계석을 훔친 타락의 상징, 이나리우스
악마들은 천상을 지배하기 위해, 천사들은 천상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싸움을 계속했다. 천사들은 점점 지쳐갔고, 그 중 이나리우스가 특히 심한 회의를 느낀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메피스토의 딸 ‘릴리스’가 그에게 접근했고, 그녀에게 넘어간 이나리우스는 결국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천사와 악마들과 함께 세계석을 훔쳐 천상에서 도피해 그들만의 공간 ‘성역(Sanctuary)’을 창조했다. 그리고 성역 안에서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천상과 지옥의 힘을 모두 가진 강력한 존재 ‘네팔렘’이 태어난다. 하지만 릴리스는 역시 메피스토의 딸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네팔렘을 위해 이나리우스를 유혹한 것이었고, 이를 눈치챈 이나리우스는 릴리스와 그녀의 악마들을 해치우지만, 이미 그의 잘못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악마와 사랑에 빠진 천사에게 권능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세계석의 힘으로 네팔렘들의 힘을 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네팔렘은 ‘인간’이 됐다. 이나리우스는 ‘예언자’의 형상으로 빛의 대성당에 숨어들어 살게 됐다.
 
몰락한 영웅, 이주얼
대천사 티리얼의 부관 이주얼은 연일 승승장구하며 전과를 쌓고 있었다. 그는 티리얼에게 ‘영혼석(Soulstone)’으로 악마들을 봉인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자만에 빠지기 시작한 이주얼은 자신감에 차 티리얼이 만든 천상의 룬검 ‘하늘빛 분노(Azurewrath)’를 들고 지옥의 룬검 제작을 막기 위해 지옥의 용광로로 진격한다. 하지만 이 무모한 전투에서 패배한 그는 룬검마저 잃어버리고 악마들에게 포획되고 만다. 갖은 고문과 더불어 추악한 악마의 형체 속에 갇힌 이주얼은 점차 미쳐갔고, 결국 완전히 악의 편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는 악마 3형제에게 영혼석을 통한 부활 방법과 성역의 존재를 알려줬고, 그곳으로 가서 부활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

악마 3형제의 추방, 호라드림의 등장
이 즈음 천상과 지옥의 싸움은 이주얼의 전투에서 너무 많은 힘을 쏟은 뒤 잠정 휴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서 양 측 모두 인간의 영역인 성역에 눈독을 들인다. 천사들은 인간을 지키고 인간을 천상의 편으로 포섭하기
위해, 악마들은 인간들에게 공포와 고통, 파괴를 주기 위해 성역과 접촉한다. 두 영역 간의 전투에 인간들은 그
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된 전투로 모두가 지쳐 있을 무렵 지옥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 항상 악마 3형제의
지배 하에 있었던 베리얼과 아즈모단이 반란을 일으켰고, 많은 힘을 잃은 3형제는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추방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후 두 반란 세력이 나누어져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며 지옥은 끝없는 전쟁
터로 변모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악마 중 듀리엘과 안다리엘은 서로의 영지로 돌아갔다.

한편 지상으로 추방당한 악마 3형제는 복수를 뒤로 한 채 성역을 지배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대천사 티리엘
이 동방의 마법 단체 ‘호라드림(Horadrim)’ 을 이끌고 지상의 악마들을 하나씩 찾아 영혼석에 가두게 된다.
쿠라스트의 밀림에서 붙잡힌 메피스토는 가디언 타워에 갇히고, 아라녹 사막에서는 호라드림의 사제 ‘탈 라샤’
가 자신의 몸에 영혼석을 꽂아 바알을 봉인시킨다. 막내 디아블로 역시 제라드 케인이 이끄는 호라드림에 의
해 칸두라스에서 봉인당하고, 세 악마 모두 호라드림의 사원 깊숙한 곳에 봉인되며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악마에게 굴복한 인간의 왕 레오릭은 죽어서도 왕으로 남는다. 악마의 심복이긴 하지만.
 
 
악마의 부활, 인간에 의한 재앙
오랜 세월이 흘러 13세기 중반, 빛의 종교 ‘자카룸’의 대사제 ‘레오릭’은 왕을 자칭하며 칸두라스를 정복한다. 굳건한 신념으로 왕국을 건설한 레오릭 왕은 칸두라스 국민들의 신임을 얻어 평화로운 나라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릭 왕의 오른팔인 대주교 ‘라자루스’가 호라드림의 사원으로 이끌려와 봉인된 영혼석을 발견하고 깨트리며 디아블로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오랜 봉인으로 힘이 약해진 디아블로는 레오릭 왕을 숙주로 삼기 위해 그의 신념을 공포로 무너뜨린다. 레오릭의 끈질긴 저항으로 디아블로는 그를 포기했지만, 악마의 패악에 굴복한 레오릭은 미쳐버린다.

디아블로는 레오릭 대신 그의 아들 ‘알브레히트’ 왕자를 타겟으로 삼았고, 어린 왕자는 너무도 쉽게 악마에게 굴복하고 스스로 디아블로로 변모해 버린다. 디아블로는 라자루스를 새로운 신하로 맞아 호라드림 사원을 자신의 지옥으로 지배하고, 레오릭 왕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며 죄 없는 주민들을 반역죄로 처형하는 등 악행을 일삼는다. 이를 참지 못한 자카룸의 기사단장이 쿠데타를 일으켜 레오릭 왕을 시해하고, 디아블로는 죽은 레오릭을 ‘해골의 왕(Skeleton King)’ 으로 부활시켜 자신의 부하로 삼는다.
 
악마의 재기, 그리고 영웅의 등장
디아블로는 속속들이 모여드는 부하들과 함께 성역을 정복하고 나아가 천상을 침공할 계획을 세운다. 왕을 잃은 칸두라스 주민들은 앞다투어 트리스트럼을 빠져나갔고, 용기있는 몇몇 사람들만이 마을에 남아 디아블로를 물리칠 용기 있는 영웅들을 찾는다. 하지만 수많은 영웅들이 호라드림 사원에서 나오지 못했고, 사람들은 더욱 강하고 용기 있는 영웅을 찾게 된다. 마침내 무명의 한 용사가 호라드림의 폐허로 내려가 라자루스와 그의 부하들을 모두 물리치고 마침내 지옥이 된 사원의 가장 아래에 있는 디아블로를 처치하는 데 성공한다.

사람들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악마를 물리친 영웅은 악마를 봉인한 영혼석을 자신의 이마에 꽂아넣었고, 그가 죽을 때까지 악마와 싸워야 하는 무서운 저주를 받게 된다. 점차 디아블로의 패악에 물들던 영웅은 스스로를 ‘어둠의 방랑자(Dark Wanderer)’ 라 칭하고 동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 이후 트리스트럼은 악마들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몰락했으며, 처음 디아블로를 봉인한 제라드 케인의 아들 ‘데커드 케인’ 역시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새로운 영웅들의 등장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영원한 파괴를 꿈꾸던 방랑자의 몰락
악마와 영원히 싸워야 하는 저주를 자청한 어둠의 방랑자는 동방에서 악마를 영원히 물리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악마와 싸우던 그는 점차 스스로의 정의에 의문을 품게 됐고, 결국 디아블로의 공포에 물들어 스스로 악마가 되어갔다. 이 때 '마리우스'라는 이름의 남자가 그와 동행하게 된다. 별 생각 없이 마리우스와 동행하게 된 방랑자는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악마의 공포가 퍼지는 것을 알게 된다.

디아블로가 떠난 트리스트럼에는 자신들의 성지에 있던 듀리엘과 안다리엘이 성역으로 빠져나와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옥에서의 싸움으로 많은 힘을 잃은 그들이었지만 인간들에게는 절대적인 힘이었다. 안다리엘은 성역의 서부를 차지하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에 있는 수도원을 점령하고 그곳에 있던 '로그'들을 타락시켜 자신의 부하로 삼았다. 하지만 새로운 영웅들은 결국 안다리엘을 처치했고, 데커드 케인에게 방랑자의 이야기를 들은 영웅들은 그를 막기 위해 동방의 사막으로 향한다.

아라녹 사막의 탈 라샤, 바알의 부활
방랑자는 악마를 물리쳐야 하는 자신의 목적을 잊은 채 아라녹의 사막 어딘가에 봉인돼 있는 탈 라샤의 영혼석을 부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랑자는 자신의 형제의 봉인을 풀려 하지만 그곳을 지키고 있던 대천사티리엘이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동행했던 마리우스는 인간이었던 지라 탈 라샤, 즉 바알의 현혹에 넘어가 영혼석을 꺼내고, 그의 실수로 바알 역시 봉인에서 해제되고 만다. 두 악마는 힘을 합쳐 티리엘을 사막의 무덤에 속박시켰고 마지막 악마 메피스토를 해방시키기 위해 동쪽의 밀림 ‘트래빈컬’로 이동한다.

안다리엘에 이어 듀리얼도 처치한 영웅들은 곧 아라녹 사막에서 티리엘을 찾아 해방시켜 주고, 티리엘은 영웅들에게 두 악마를 쫓아 동쪽의 교역지‘쿠라스트’로 향할 것을 부탁한다. 쿠라스트는 메피스토의 오랜 잠식으로 타락한 자카룸의 잔혹한 절망만이 남아 있었다. 방랑자와 바알은 곧 메피스토가 봉인된 가디언 타워를 찾아 메피스토를 부활시키고, 마침내 모두 모인 악마 3형제는 지옥의 문을 여는 의식을 거행한다. 이 과정에서 방랑자는 완전한 디아블로가 되어 버리고, 온전한 육체를 얻은 세 악마들은 내전이 계속되던 지옥을 평정할 힘을 되찾게 된다.

 
악마를 봉인하는 영혼석을 파괴하라
메피스토를 처치한 영웅들은 디아블로를 잡기 위해 지옥의 문으로 들어선다. 천상의 마지막 보루인 지옥의 성채에 도달한 영웅들은 타락한 천사 이주얼과 맞서고, 영웅들은 그를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도움을 받은 이주얼은 악마를 가둔 영혼석이 사실은 인간의 육체를 이용해 악마가 성역에 강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라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게다가 영혼석의 사용법을 악마에게 알려준 것이 자기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영혼석의 비밀을 모른 채 악마들을 영혼석에 가뒀던 티리엘은, 실체를 깨닫고 영혼석을 지옥의 용광로에서 파괴해야 한다고 지시한다. 용광로의 대장장이 ‘헤파스토’를 처치한 영웅들은 그의 망치를 이용해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파괴시킨다. 그리고 혼돈의 성역에서 마침내 디아블로를 처치한 영웅들은 마침내 디아블로의 영혼석을 파괴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이 평화는 잠시 뿐이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타락한 인간, 마리우스
방랑자의 뒤를 밟아 가디언 타워에 도착한 마리우스는, 방랑자가디아블로가 되는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린다. 그는 티리엘에게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바알의 영혼석을 파괴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거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영혼석을 파괴하지 못하고 요양소로 도망치게 된다. 영웅들은 지옥의 성채에 진입한 디아블로를 처치하기 위해 지옥의 문에 들어섰지만, 마리우스는 차마 그문에 발을 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요양소를 찾아온 티리엘을 만난 마리우스는 결국 자신의 공포를 고백한다. 티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알의 영혼석을 주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고, 한시라도 빨리 영혼석을 버리고 싶었던 마리우스는 티리엘에게 영혼석을 건네준다. 그런데 티리엘은 영혼석을 건네받은 뒤 마리우스가 실패하지 않았으며, 정확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칭찬한다. 그리고 그에게 남긴 한마디는 마리우스에게 또 한 번의 절망을 안겨 준다. “나는 티리엘이 아니다.”
디아블로와 메피스토의 죽음을 알게 된 바알은 복수를 결심했지만, 자신의 영혼석이 없어 완전한 힘을 되찾지 못했다. 그러나 요양소에 숨어 있던 마리우스를 찾은 바알은 결국 영혼석을 되찾았고, 호라드림의 대사제 탈 라샤의 육체를 가지고 완전한 힘을 되찾게 된다.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