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케이크 렌즈 품은 가성비 VR 헤드셋, PICO 4 VR (피코 4 VR)
2024-03-31 남지율
[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초창기의 VR 헤드셋은 본격적인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별도의 고사양 PC 또는 콘솔 게임기가 필수였다. 하지만 모바일 AP가 발전함에 따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으로도 더욱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VR 헤드셋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별도의 외부 기기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VR 헤드셋이 시장을 빠르게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립형 VR 헤드셋의 입문장벽은 아직까지도 그리 낮다고 볼 수 없다. 독립형 VR 헤드셋의 가격이 대체로 높은 편이며, 본격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액세서리 지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PICO 4 VR(이하: 피코 4)’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주요 독립형 VR 헤드셋 중 유일하게 50만원 아래(128GB 모델 정가 기준/479,0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기본 상태에서도 추가 비용 지출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추가 지출 없이도 쾌적한 VR 헤드셋
기자가 사용해 본 VR 헤드셋들은 추가 액세서리 구입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았다. 기본 제공되는 고무 스트랩이 착용감을 크게 저하시키는 제품도 있었고 코 빛샘 커버를 별도로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헤드셋 전면에만 무게가 집중된 탓에 뒷통수에 무게감을 더해주는 액세서리가 각광받는 경우도 있다.
반면, 피코 4는 추가 액세서리 구입 없이 기본 상태로도 제법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선, 피코 4 본체와 컨트롤러 외에 코 빛샘 커버, USB Type-C to C 케이블, 컨트롤러 스트랩, 안경 스페이서가 함께 동봉된다.
피코 4의 무게는 실측 기준 584g이다. 경쟁 제품인 ‘메타 퀘스트 2(503g)’ 대비 무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체감상의 무게는 오히려 피코 4쪽이 더 쾌적하다.
메타 퀘스트 2는 헤드셋 전면부가 두껍고 무게 중심이 전면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피코 4는 전면 무게가 약 295g이며, 나머지는 스트랩과 헤드셋 후면부(배터리 내장)의 무게다. 전면과 후면의 무게 분배가 1:1에 가깝기 때문에 추가 구매 없이 기본 상태에서도 무게의 균형이 무척 뛰어난 편이다.
또한, 고무 스트랩을 손으로 늘리는 것이 아닌 후면 다이얼을 돌려서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이기에 훨씬 편리하게 착용할 수 있다.
피코 4 전면의 상단, 하단에는 발열 제어를 위한 설계도 적용됐다. 또한, 헤드셋 내부에 쿨러를 품어 장시간 사용 시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장시간 플레이에도 발열을 체감할 수 없었으며, 사용 중 쿨러가 회전하는 소리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했다.
피코 4에는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됐다. 별도로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며, 공간 오디오를 지원하기 때문에 VR 속 세계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만약, 별도의 이어폰을 사용하고 싶다면 저지연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볼륨 조절 버튼은 피코 4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다. 버튼에 양각으로 +, - 기호를 각인한 덕에 VR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피코 4는 마치 스키 고글이 연상되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고글 렌즈처럼 보이는 곳 안쪽에는 1,600만 컬러를 구현하는 RGB 카메라가 내장됐다. 이는 후술할 컬러 패스스루 기능에 활용된다. 헤드셋 전면 외곽쪽에는 컨트롤러 추적을 위한 센서들이 탑재됐다. 최대한 넓은 각도로 컨트롤러를 추적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피코 4의 컨트롤러는 어떤 모습일까? 배터리가 포함된 상태를 기준으로 실측 180g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적을 위한 링이 컨트롤러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뛰어나고 게임 플레이 중 컨트롤러끼리 부딪치는 상황을 크게 줄여준다.
버튼은 제법 깊이감 있게 눌리는 편이다.
또한, 컨트롤러 내부의 AA 건전지를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됐다. AA 건전지 분리까지 약 5초면 충분할 정도로 간편하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VR 헤드셋
피코 4에는 최신 VR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 우선 렌즈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 VR 헤드셋의 ‘프레넬 렌즈’가 아닌 ‘팬케이크 렌즈’를 택했다.
팬케이크 렌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프레넬 렌즈 대비 훨씬 얇다는 것이다. 덕분에 피코 4는 시중에 출시된 프레넬 렌즈 적용 VR 헤드셋 대비 훨씬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었다.
렌즈 안에는 2160x2160 해상도의 패널이 총 2개 적용됐다. 해상도만 놓고 봐도 국내에 출시된 단독형 VR 중 경쟁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또한, 렌즈마다 하나의 패널이 적용된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넓은 시야각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피코 4는 전작 ‘피코 3’보다 더욱 넓어진 105도 시야각을 제공한다.
주사율은 90Hz를 지원한다. 과거의 60Hz보다 최대 1.5배 부드럽게 작동하기 때문에 VR 멀미를 더욱 줄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스윗 스팟’이 넓다는 것이다. 스윗 스팟은 VR 헤드셋 착용 시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을 뜻한다. 스윗 스팟이 좁은 제품의 경우 렌즈 중앙쪽은 선명한 대신 외각이 흐릿하게 보인다. 반면, 피코 4는 팬케이크 렌즈를 적용한 덕분에 넓은 스윗 스팟을 지녔다. 렌즈 내부를 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외곽쪽의 텍스트도 프레넬 렌즈 탑재 제품보다 훨씬 선명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의성 기능도 우수하다. IPD(렌즈 위치 조절)를 OS에서 직접 조절할 수 있어 VR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간편하다.
이외에도 컬러 패스스루가 지원된다. 컬러 패스스루 사용 시 입체감이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지만, 패스스루가 작동하는 상태로 몸을 움직여도 멀미가 적었고 반려동물이나 스마트폰의 텍스트까지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다.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피코 4는 단독 사용이 가능하다. 헤드셋과 컨트롤러만 휴대하면, 게이밍 PC가 없는 다른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단독 사용 시 VR 세계에 구현된 가상의 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 우주나 대저택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어 더욱 신선한 느낌이다.
해당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PICO Store’에 접속 후 다양한 VR 콘텐츠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피코만을 위한 독점 게임들도 선택할 수 있고 ‘SUPERHOT VR’이나 ‘올인원 스포츠 VR’, ‘Real VR Fishing’와 같은 인기 VR 게임 라인업까지 탄탄히 갖췄다. 또한, ‘Into the Radius VR’과 같은 주목받는 게임도 PICO Store에 출시됐다.
피코 4는 일반 게임과 달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흥미를 유발했다. 평소 게임을 전혀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도 올인원 스포츠 VR에 쉽게 몰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코 VR 기기에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PICO Video’도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국가에 촬영된 360도 영상들이 특히 인상적인데, 피코 4의 우수한 해상도와 넓은 스윗 스팟 덕분에 더욱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외에도 피코 4 구입 시 일정 기간 3D 영화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 더욱 활용폭이 넓다.
단독 실행 게임을 즐겨보자
PICO Store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도 플레이 해봤다. 가장 먼저 플레이해본 게임은 올인원 스포츠 VR이다. 국내 개발사 앱노리가 출시한 이 게임은 VR 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합본이다. 양궁, 야구, 농구, 골프, 다트, 복싱, 핑퐁, 볼링 등 11가지 스포츠 종목을 게임 하나에 담겼다. 게임의 가격도 볼륨 대비 비싸지 않은 편이며,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손님 접대용 타이틀로도 충분히 빛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플레이해 본 게임도 앱노리가 출시한 스포츠 게임 ‘올인원 썸머 스포츠 VR’이다. 이 작품 역시 스포츠 게임 합본으로 열대 섬에서 즐길 수 있는 7가지 스포츠를 플레이할 수 있다. 비치 발리볼이나 제트스키 등 마치 휴양지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으나 제트스키 게임에 주변 시야를 흐리게 보여주는 ‘비네팅’ 옵션이 추가되면 더욱 좋을 거 같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리얼 VR 피싱’도 즐겨봤다. 이 작품도 국산 게임으로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가 개발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낚시 명소가 게임에 등장한다.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 기자 입장에서도 리얼 VR 피싱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강변에서 낚시를 해봤는데, 실사 그래픽이 적용된 덕에 몰입감이 우수했다. 또한, 국내 낚시 명소 외에 해외 낚시 명소에서도 낚시를 즐길 수 있어 낚시 마니아에게 특히 매력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플레이한 게임은 FPS 게임 ‘Alvo’다. 비네팅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멀미를 최소화할 수 있고 멀티 플레이와 좀비 모드 등을 제공한다. 인기 FPS 게임인 ‘콜 오브 듀티’가 연상되는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슈퍼핫 VR’을 플레이했다. 슈퍼핫 VR은 퍼즐과 FPS가 결합된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움직일 때만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플레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표창을 던져 적과 싸우거나 느리게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도 있다. 피코 4 단독 구동 버전의 그래픽도 충분히 우수했으며,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만큼 넓은 공간에서 플레이하면 재미가 더욱 극대화된다.
스팀 VR 게임도 매끄럽게 구동한다
스팀 VR과도 호환된다. 피코 4를 PC와 USB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Wi-Fi로 무선 연결하면 스팀 VR 게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Wi-Fi 6가 적용된 덕분에 무선 상태에서도 짧은 지연 속도로 스팀 VR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피코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어시스턴트’로도 스팀 VR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많은 VR 게이머에게 검증된 유료 스트리밍 앱 ‘버츄얼 데스크탑’도 피코 4와 호환된다.
이를 통해 단독형 VR 기기로 즐길 수 없는 ‘하프 라이프: 알릭스’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유선 연결 VR 대비 지연을 크게 체감할 수 없었고 게이밍 PC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래픽 품질도 우수했다.
다음은 인기 VR 리듬 게임인 ‘비트세이버’를 무선으로 즐겨봤다. 메타 퀘스트 2보다 컨트롤러의 진동 강도가 더욱 강하기 때문에 타격감이 인상적이었다. 비트세이버는 컨트롤러 트래킹 성능이 핵심인데, 컨트롤러 트래킹 성능이 더욱 개선된 ‘PICO OS 5.4.0’을 기준으로 메타 퀘스트 2 대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PICO OS 초기보다 컨트롤러 트래킹 성능이 상당히 좋아진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치며
피코 4는 단독형은 물론 스팀 VR로 사용해도 좋은 VR 헤드셋이다. 기사가 작성되는 시점(PICO OS 5.4.0)을 기준으로 스크린 캐스트 기능이나 스트리밍 어시스턴트의 개선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그럼에도 하드웨어 스펙 자체가 가격 대비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한, 추가 액세서리 구매 없이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VR 헤드셋을 찾고 있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