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컴퓨터 부품 검색조건 간단하게! 나만의 견적서 만들기

2013-07-25     PC사랑
완제품 컴퓨터의 낮은 가격대비 성능 때문에 직접 견적을 뽑으려고 했다가 복잡한 검색조건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컴퓨터 사양 중 몇가지를 최대한 단순하게 풀어봤다.
-우재용 기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컴퓨터 게시판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게시물이 뭘까? 바로 ‘견적 좀 뽑아주세요’다. 이러한 곳에는 으레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 한 두 명이 상주하면서 용도와 가격에 맞는 견적을 뽑아준다. 하지만 아무리 프로페셔널이라고 해도 내 마음에 딱 맞는 컴퓨터를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법. 나중에는 DIY 정신으로 무장하고, 직접 컴퓨터 판매 사이트를 뒤져가며 부품을 하나하나 찾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남아돈다고 해도 모든 부품들을 전부 다 훑어보는 건 불가능하다. 다행히 원하는 사양의 부품만을 찾아주는 검색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살펴볼 게 너무 많다. GHz나 GB처럼 숫자로 나타나는 것들은 높을수록 좋다(제조 공정 등의 예외도 있다)고 하는데 폼팩터, 그레이 등 아리송한 말들이 등장하면서 포기를 종용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분명히 사람 쓰라고 만들어 놓은 용어일 텐데 뭐가 이렇게 어려울까.


CPU 패키지 형태
컴퓨터의 핵심부품이면서 구입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품이 바로 CPU다. 같은 성능이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특히 동일한 제품이라고 해도 패키지 형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면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정품은 CPU 제조사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수입업체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인텔의 경우 피씨디렉트, 코잇, 인텍앤컴퍼니가 여기에 해당되며 AMD는 제이씨현시스템, SAMT, 대원CTS가 공인 대리점을 운영한다. 박스에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며 이 박스에는 정품인증 스티커가 붙어있다. 시리얼코드가 포함되어 있어 CPU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고, 제조사의 공식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무상보증기간이 무려 3년이다. 가장 일반적이면서 안심할 수 있는 표준판매 형태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그리고 고장 날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벌크 제품 구매를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벌크는 원래 ‘대량화물’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CPU의 경우, 제조사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수입업체에서 일반 소비자가 아닌 판매점이나 OEM 제조사, 조립 PC업체 등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상품을 벌크라고 부른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넘기기 때문에 개별 박스포장 대신 비닐 등에 포장돼 있으며, 정품인증서가 따로 없다. 쿨러는 판매업체에 따라 포함이 된 제품과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 있다. 물론 가격차가 발생한다. 고성능 사제 쿨러를 사용할 거라면(오버클럭 등의 이유로) 쿨러가 없는 제품을 사는 것도 좋다. AS는 CPU 제조사가 아닌 판매업체에서 받아야 하며 무상보증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가격은 확실히 정품보다 싸지만 판매업체의 AS정책과 신뢰도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
어둠의 경로(?)에 가까운 그레이 박스형태도 있다. 국내 공식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입된 물품은 그레이 박스, 또는 병행수입 박스 제품이라고 불린다. 관세나 환율 등의 차원에서 더욱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이점.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예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도 안 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CPU 제조사의 AS를 절대로 받을 수가 없다. 판매업체의 AS정책이 시원찮아 보인다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메인보드 폼팩터
메인보드를 구매할 때 주로 살펴보는 것이 아마 각 부품과의 호환성일 것이다. CPU 칩셋과 소켓, PCI 슬롯, 메모리 종류 등 여러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면 케이스와의 호환성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케이스는 메인보드‘에’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메인보드‘를’ 장착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드의 ‘크기’다. 케이스는 슬림형인데 메인보드가 일반형이라면 애초에 집어넣을 수도 없다. 또한 마운팅 포인트(나사 구멍)의 위치가 맞지 않는 것도 낭패다. 그래서 전문 제조사들이 ‘폼팩터’라는 표준규격을 정해놓았다.
ATX는 ‘Advanced Technology eXtended’의 약자로, 1995년 인텔이 과거의 AT 폼팩터를 한 단계 발전시킨 규격이다. 크기는 305×244mm이며, 검색조건에서도 제일 앞에 나와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사이즈다. 참고로 AT는 본체의 전원 스위치가 파워 서플라이에 직접 연결되어 운영체제(OS)가 직접 컴퓨터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 옛날 윈도우를 종료하면 ‘이제 컴퓨터를 끄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뜬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ATX에 와서는 고급전원관리모드(ACPI)가 지원되어 시스템이 종료되면 컴퓨터의 전원도 내려간다.
ATX의 하위 호환규격으로 만들어진 마이크로 ATX(M-ATX)도 있다. 규격은 244×244mm 혹은 171.45×171.45mm로, 나사 구멍과 입출력 포트, 파워서플라이는 ATX와 호환이 가능하다. 제품에 따라 칩셋까지 동일한 경우도 있으나 보드 자체의 크기가 작아 확장 슬롯이 많아야 4개 정도다. 또한 확장슬롯에 들어가는 사운드, 그래픽, 랜 카드를 모두 장착하자면 공간의 압박이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내장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ATX 중에도 내장으로 해결한다.
2001년 대만의 VIA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폼팩터인 미니 ITX는 마이크로 ATX보다 조금 더 작은 170×170mm 사이즈다. 아키텍처의 전력 소모가 적기 때문에 발열도 작다는 장점이 있다. 미니 ITX는 주로 홈시어터PC에 사용되는데, 적은 발열 덕에 쿨링팬의 소음도 스피커의 사운드에 묻힐 정도로 작다. 성능보다 크기가 더 중요한 산업용 등에도 사용된다. 또한 독특한 모양의 케이스 튜닝을 즐기는 매니아들 역시 미니 ITX와 같은 소형 폼팩터를 선호한다. 확장 슬롯은 한 개밖에 없지만 나사 구멍과 확장슬롯의 위치가 ATX나 마이크로 ATX와 같기 때문에 호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
반대로 사이즈를 더 키운 대형 폼팩터도 있다. E-ATX(Extended ATX)는 305×330mm의 크기를 지녔으며, 넓어진 사이즈만큼 확장성이 높다. 메모리는 8개에서 12개까지 지원하며, 제품에 따라 듀얼 CPU를 장착할 수도 있어 하이엔드 유저나 서버를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는 폼팩터다. 다만 미들타워 케이스에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빅타워 케이스가 필수다.


파워 서플라이 규격
앞서 이야기한 폼팩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품이 파워 서플라이다. 일단 규격부터 ATX, M-ATX 등으로 메인보드 폼팩터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한다. 그리고 파워 서플라이 역시 케이스와의 사이즈 상성(?)이 중요하다. 공급하는 전력량도 체크해야 한다. ATX 메인보드에 더 작은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한다면 CPU나 그래픽카드에서 필요로하는 전력을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해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PFC(Power Factor Correction) 회로의 방식도 고려해둘만한 선택사항이다. 액티브와 패시브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더 널리 쓰이는 방식은 패시브 PFC다. 회로가 비교적 단순해 부품 원가와 판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액티브 PFC는 전력효율이 높아 에너지 절약에 더욱 적합하며, 발열은 낮고 내구성은 높다.
컴퓨터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정전이 됐을 경우, 지난 몇 시간 동안 공들여 작업한 결과물이 한 순간에 공중분해되는 낭패를 겪게 된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라는 파워 서플라이 관련제품도 있다. UPS는 정전 등으로 전원공급이 끊겼을 때 내장된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해 준다. 지속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작업 중인 내용을 저장하고 비상절전 모드로 들어가거나 시스템을 종료할 시간을 벌어준다. 안정적인 운용이 생명인 서버에는 필수 장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