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용해 본 AR 글래스 '엑스리얼 에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2024-09-15 남지율
[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SF 영화를 좋아한다면 PC의 UI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장면을 많이 봤을 것이다. 이는 AR(증강 현실)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실제 환경에 가상의 화면을 합성하여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AR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위치 정보를 활용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AR 게임인 ‘포켓몬 고’가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스마트폰 AR은 AR이 구현되는 범위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국한되는 만큼 AR 콘텐츠가 제공할 수 있는 몰입감의 한계가 크고 사용 용도도 제한적이다.
AR 글래스를 사용할 경우 이런 한계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안경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함에 따라 더욱 넓은 시야에서 AR이 구현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과거의 AR 글래스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라기보다 전문 분야에서 사용을 위해 실험적으로 등장한 제품이 주를 이뤘고 가격대도 아주 높았다.
반면, 최근에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AR 글래스도 출시되기 시작했다. 직접 사용해 본 일반 사용자용 AR 글래스는 어떤 느낌일까?
글로벌 1위 브랜드의 AR 글래스
XREAL Air
기사에서 테스트한 AR 글래스는 IDC 기준 전 세계 AR 글래스 판매량 1위 기업 엑스리얼이 출시한 ‘XREAL Air(엑스리얼 에어)’다. 글로벌 1위 브랜드의 제품이라면, 보통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엑스리얼 에어는 동급의 경쟁 제품보다 5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인 498,000원에 출시됐다.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우수한 편이나, 그렇다고 기본 구성품에 부족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AR 글래스 본체, 라이트 쉴드, 3가지 사이즈의 코 받침, 교정 렌즈프레임, 휴대용 케이스, USB Type-C to C 케이블, 그리고 안경닦이가 기본 제공된다. 자체적으로 DP ALT 출력이 가능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특별히 별도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엑스리얼 에어는 일반적인 선글래스와 큰 차이가 없는 외형을 지녔다. VR 헤드셋과 달리 평범한 선글래스를 사용하는 느낌으로 착용할 수 있어 더욱 위화감이 없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엑스리얼의 세심함도 눈길을 끌었다. 코 받침이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 안경다리의 각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최적의 착용감을 제공한다. 또한, 안경 착용자라면 안경점을 방문해 시력에 맞는 렌즈를 제작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콘택트 렌즈나 안경 착용 없이 엑스리얼 에어를 선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엑스리얼 에어는 실측 무게 기준 82g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선글래스보다는 2~3배 정도 무거운 편이나, AR 글래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가벼운 편이다. 실제로 테스트를 위해 3시간 이상 착용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엑스리얼 에어의 내부에는 OLED 패널이 위치한다. FHD(1080P) 해상도를 지원하며, sRGB 108% 색재현율과 최대 400 니트의 밝기로 사용할 수 있고 시야각은 46도다.
엑스리얼 에어의 조작부는 오른쪽 안경다리에 밀집되어 있다. 디스플레이를 끄고 켤 수 있는 버튼과 밝기 조절 버튼을 갖춰 더욱 직관적이다. 또한, 소음 제거 기능이 내장된 초선형 스피커가 내장되어 별도의 이어폰 없이도 콘텐츠의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왼쪽 안경다리에는 USB Type-C 단자가 위치한다. USB Type-C 케이블과 일체형으로 제작된 전작 ‘엑스리얼 라이트’와 달리 분리형 방식이기 때문에 휴대가 더욱 용이하고 케이블 단선 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동봉된 휴대용 케이스에도 주목하자. 단단한 하드 케이스인 만큼 출근길이나 여행 중에도 엑스리얼 에어를 안심하고 휴대할 수 있고 USB Type-C to C 케이블 수납을 위한 파티션까지 갖췄다.
최대 201인치급 스크린을 언제 어디서나
우선 엑스리얼 에어를 아이패드 프로 11의 USB Type-C 단자에 연결했다. 연결 후 별도의 설정 없이 엑스리얼 에어에 아이패드 프로 11의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미러링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 스크린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AR 콘텐츠를 즐길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아이패드 프로 11과 유선으로 연결 시 DRM이 걸린 콘텐츠(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도 제한 없이 바로 재생할 수 있었다.
화질은 어떨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엑스리얼 에어는 FHD 해상도를 지원하고 OLED 패널이 적용됐다. OLED 특유의 뛰어난 블랙 표현이 인상적이었으며, 색감이나 해상도 역시 꽤나 만족스러웠다.
가장 주목할 점은 체감되는 디스플레이 크기에 있다. 체감 디스플레이 크기는 엑스리얼 에어 앞에 있는 사물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사용하면 모니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크기이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사용하면 체감되는 크기가 더욱 커진다.
2미터 정도 공간에서는 프로젝터로 약 120인치급 스크린에 투사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화면 크기가 컸다. 프로젝터와 달리 설치, 사용이 간단한 만큼 혼자서 사용할 계획이라면 프로젝터를 대체하는 것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텍스트 가독성도 준수했다. 대부분의 VR 헤드셋과 달리 텍스트가 선명해 문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했다.
UMPC 게임기와의 궁합도 뛰어나다. UMPC 게임기의 USB Type-C 단자에 엑스리얼 에어를 연결해보니 별도의 장비 없이 외부 모니터로 인식됐으며, 더욱 큰 크기로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호환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함께라면 전용 앱을 통해 AR 글래스에 특화된 3D 인터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다양한 창을 띄워두고 작업하는 것도 지원된다.
엑스리얼 에어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줄 주변기기인 ‘엑스리얼 빔’도 출시됐다.
엑스리얼 빔은 5.8형 스마트폰과 비견될 정도로 아담한 크기를 갖춘 주변기기다. 실측 무게는 160g으로 평범한 스마트폰 수준이다.
엑스리얼 빔에는 2개의 USB Type-C 단자가 위치한다. 하나는 엑스리얼 에어와의 연결을 위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DP Alt가 지원되는 소스 기기와의 연결을 위한 용도다.
엑스리얼 빔은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기기다. 배터리와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되어 있고, 이를 통해 엑스리얼 에어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흔들림 방지 모드나 사이드뷰 모드, 그리고 DTS:X 음향 효과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OS라면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하지만, 엑스리얼 빔에는 터치스크린이 없다. 대신 물리적인 선택 버튼, 뒤로 가기 버튼, 방향 버튼 등을 품어 AR 글래스 착용 중에도 마치 리모컨을 조작하는 것처럼 직관적인 사용성을 제공한다.
엑스리얼 빔을 닌텐도 스위치와 연결해봤다. 엑스리얼 에어를 닌텐도 스위치에 직접 연결하면 화면 출력이 불가능하지만, 엑스리얼 빔을 거쳐서 연결하면 추가적인 보조배터리와 독 없이도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대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직접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빠른 응답 속도를 자랑했다.
이외에도 엑스리얼 빔은 엑스리얼 에어와 호환되지 않는 스마트폰(DP Alt 미지원 제품)과도 무선 미러링을 통한 연결이 가능하다. 아이패드 프로 11에서도 애플 에어플레이를 통한 무선 미러링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 기사가 작성되는 시점에서는 DRM이 걸리지 않은 일반 화면이나 유튜브 등을 미러링이 가능하지만, DRM 콘텐츠는 미러링이 불가능하다.
플레이스테이션 5나 엑스박스 시리즈 X 등 DP Alt가 지원되지 않는 콘솔 게임기도 엑스리얼 에어와 함께할 수 있다. 별도로 판매되는 ‘엑스리얼 에어 어댑터’를 구매하면 엑스리얼 에어를 HDMI 단자가 적용된 기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콘솔 게임을 대화면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마치며
엑스리얼 에어를 통해 AR 글래스를 살펴봤다. 엑스리얼 에어는 단순한 화면 미러링 기능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보였다. 어디서나 대화면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프로젝터를 대체할 기기를 찾고 있다면 상당한 만족감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호환되는 기기와 함께 사용한다면 기종에 따라 보조 모니터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기기로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