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PC 시장은 왜 살아나지 못하나?

2024-10-13     임병선 기자

[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2023년 smartPC사랑에서 신년 기획 기사로 PC 시장 불황에 대해 다뤘다. 당시에도 PC 시장이 2022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PC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컨슈머 시장의 심리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시장별로는 국내 컨슈머(가정) 시장이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심리 감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으며 전년 대비 가장 많이 감소했다. 반면, 국내 커머셜(공공/교육/기업) 시장은 교육청의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 경찰청과 군부대 등 공공 부문의 대규모 입찰, 기업의 사무실 복귀 인력을 위한 노후화된 PC 교체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글로벌 추세로는 컨슈머 시장과 커머셜 시장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상황이 반전되지 않고 있다. 2023년 절반을 지난 상반기 PC 시장의 현재 상황은 어떻고 2023년 하반기인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인 2024년의 상황은 어떠한지 짚어보자.

   

7분기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

전 세계 PC 출하량은 7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5,965만대를 기록했다. PC 출하량은 7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하락세지만, 직전 분기 대비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래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말에는 PC 재고가 정상화되고 2024년부터는 PC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 7월, ‘2023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트너 미카코 키타가와(Mikako Kitagawa)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PC 시장의 감소율 둔화로 출하량이 최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년 이상 문제가 됐던 PC 재고량이 기업용 PC 수요의 점진적인 증가에 힘입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가트너 조사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시장의 상위 공급업체 순위 변동은 없었다. 레노버가 24%의 시장 점유율로 출하량 1위를 유지했다. 2분기 레노버의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전 분기에 비해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노버는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와 아태지역에서 PC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라틴 아메리카 및 북미 지역에서는 비교적 선방했다.

HP의 PC 출하량은 2분기에 소폭 감소했다. HP는 미국 노트북 시장에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HP의 노트북 출하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데스크톱 출하량은 감소했다. 델은 대부분 주요 지역에서 PC 출하량이 감소해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아태지역에서 PC 출하량이 평균보다 빠르게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데스크톱 시장에서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1위를 유지했다.

키타가와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PC 부품 가격과 입고량이 크게 개선돼 재고 소진을 위한 가격 압박에도 공급업체의 수익성 안정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PC 시장이 회복되고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 PC 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던 메모리 및 SSD 저장장치에 대한 유리한 가격 조건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지역별 PC 출하량의 경우,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시장의 경우 올해 2분기에 8.6% 감소했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미국 경제 상황 덕분에 중소기업 구매자들의 우려가 완화돼 PC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교육 기관의 크롬북 수요와 정부 구매자의 노트북 수요 역시 늘어났다. 그러나 소비자 PC 수요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의 PC 시장은 전년 대비 14.6% 감소해 6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트너 측은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금리 인상이 PC 수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아태지역 PC 시장 역시 전년 대비 26.9% 감소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낮은 소비자 수요로 특히 중국 PC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지역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3년 하반기부터 살아나나?

여러 시장조사업체는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PC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IDC는 세계 PC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 추세라고 전하면서 내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오고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연간 평균 3.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JPR(Jon Peddie Research)는 2023년 2분기 인텔의 총 CPU 출하량이 이전 분기에 비해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JP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클라이언트 CPU 출하량은 5,360만개에 달했다. 이는 1분기에 출하된 4,600만개보다 약 16.5% 높은 출하량이다.

물론, 데스크톱 CPU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노트북 CPU 출하량은 22% 감소해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서서히 CPU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PC 시장이 반등을 준비 중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트렌드포스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세대 변화로 내년부터 데스크톱을 중심으로 PC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오는 2025년 10월 14일에 윈도우 10에 대한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음 세대 운영체제인 윈도우 11로 전환기를 맞아 데스크톱 교체가 필요하다. 윈도우 11 사양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기들, 특히 2017년 이전에 출시된 PC들은 교체가 필요하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전망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실적이 개선되는 환경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7월, 인텔의 매출은 139억 달러로, 전문가 평균 예상치인 133억 달러보다 더 높았다. 겔싱어 CEO는 “PC 시장이 회복되는 데 2년 6개월이 걸렸다”며 “3분기 매출이 PC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I 붐에 힘입어 엔비디아가 훌륭한 실적을 내고 있고 인텔도 빠른 시일 내에 반도체 칩 매출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밍 PC, 교체 수요 있어야

트렌드포스는 윈도우 10의 지원이 종료됨에 따라 PC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윈도우 10을 그대로 사용 중인 구형 PC에 한정된 부분이다. 일단 윈도우 10을 사용 중이라도 PC 성능만 받쳐주면 무료로 윈도우 11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윈도우 11이 아니더라도 PC를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PC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하이엔드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게이밍 PC 수요가 상당히 커졌는데 이 게이밍 PC 교체 수요는 PC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정도로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AAA급 게임이 출시되어야 한다. 특히 그래픽카드 성능 변화를 기점으로 두드러진다.

특히 ‘사이버펑크 2077’이 지포스 RTX 30 시리즈 판매를 견인했지만, 지포스 RTX 40 시리즈 판매를 견인할 게임은 없었다. 더구나 ‘사이버펑크 2077’도 막상 출시되었을 당시 완성도가 엉망이라 더 이상 게이머들이 이러한 AAA급 게임에 미리 하드웨어를 투자하지 않게 되었다.

‘디아블로 4’가 지포스 RTX 40 시리즈 판매를 견인할 AAA급 게임으로도 점쳐졌지만, 비교적 낮은 성능에서도 원활하게 구동되었기 때문에 큰 화제가 못 되었다. 게다가 ‘디아블로 4’가 초반 흥행과 달리 운영 미숙으로 인해 게이머가 크게 떨어져 나가면서 롱런하지도 못해 게이밍 PC 교체 수요는 더더욱 줄었다. 어느 때보다 PC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게끔 만드는 강력한 AAA급 게임의 등장이 절실한 순간이다.

 
   

기존 게임 인기 고착화

기존의 게임을 계속 즐기기 때문에 굳이 PC 성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것도 PC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나라의 게임 순위가 글로벌 시장보다 더 고착화되어있지만, 크게 다를 바 없다.

게임트릭스의 9월 둘째 주 PC방 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1~10위 사이에 가장 최신 게임이 2020년에 출시한 ‘발로란트’다. 순위에 있는 게임 대부분이 내장 그래픽 또는 지포스 GTX 10 시리즈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다. 글로벌 순위를 엿볼 수 있는 Steam의 순위도 크게 다르진 않다. 9월 20일 최다 동시 접속자 수 기준으로 최신 게임은 ‘발더스 게이트 3’와 ‘Starfield’ 정도다. 나머지는 낮은 성능으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게임이다.

실제 Steam에 접속하는 게이머 대부분이 그다지 높지 않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사용 중이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1650으로 점유율이 5.11%에 달한다. 이어 지포스 RTX 3060이 4.87%, 지포스 GTX 1060이 4.31%를 기록했다.

최신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40 시리즈는 그나마 지포스 RTX 4060 랩톱이 제일 높았으며, 점유율은 1.63% 정도다. 나름 높은 성능을 지닌 그래픽카드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은 지포스 RTX 3080으로 점유율은 2.25%다. 현재 하이엔드로 꼽히는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4090과 지포스 RTX 4070 Ti는 각각 0.78%와 0.83%에 그쳤다. AAA급 게임을 플레이하는 Steam 플랫폼 게이머라도 하이엔드 게이밍 PC를 사용하는 비율은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게임 플랫폼 이동

게이밍 PC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또 다른 이유로는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게임을 즐기려면 PC가 필요했고 집에 게임을 즐기기 위한 고성능 PC가 없는 게이머는 으레 PC방을 찾곤 했다. PC방 측도 이러한 고성능 PC를 찾는 게이머의 입맛에 맞춰 PC를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러한 PC방의 업그레이드 수요로 인해 PC 시장이 잘 굴러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게임이 PC 플랫폼이 아닌 스마트폰 플랫폼 위주로 출시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이후 출생인 알파 세대는 PC 플랫폼보다 스마트폰 플랫폼이 더 익숙하다. 따라서 알파 세대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플랫폼이 PC 플랫폼이 아니라 스마트폰 플랫폼인 경우가 더 많고 PC로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거나 어렵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을 PC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 세대)는 스마트폰이 이상의 필수품으로 느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청소년 통계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청소년일 때인 2011년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하지만 Z세대가 청소년 시기였던 2019년에는 30.2%, 알파 세대가 청소년기에 진입한 2022년에는 40.1%까지 상승했다.

최근 PC방의 사례를 들어보자. 예전에는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 초글링(초등학생 + 저글링의 합성어) 러시라고 할 정도로 PC방에 초등학생이 붐볐다. 왜냐하면 PC방에서 ‘메이플 스토리’ 같은 초등학생이 즐길만한 게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이 ‘메이플 스토리’도 출시 20주년이 넘은 고전 게임이 되었다. 알파 세대인 현재 초등학생에게는 오래된 게임이라 플레이 장벽이 높기만 하다.

이렇게 PC방을 가도 할 게임이 없다 보니 요즘 초등학생에게 PC방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형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인식이 더 크다. 알파 세대는 스마트폰 자체가 익숙하고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게 당연하다 보니 ‘탕탕특공대’나 ‘로블록스’, ‘포켓몬고’ 등 모두 스마트폰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로블록스’ 같은 경우는 PC로도 즐길 수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PC로 할 이유를 못 느끼는 듯하다.

 
 
 
   

신규 게이머 유입하려는 노력 필요

최근 국내 게임업체들은 게임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것을 다시 PC 플랫폼으로 끌어오고자 노력 중이다.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올드 게이머를 위한 일환도 있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접하기 힘든 게임 경험을 PC에서 구현하고자 함이다.

먼저 스마트폰의 화면은 작다. 게임 자체를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화면이 작은 만큼 게임 UI 등 화면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매우 적다. 자막 같은 경우도 글씨를 아주 작게 넣어야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고 이런저런 게임 정보를 넣기엔 스마트폰의 화면이 너무 작다. 그나마 과거보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긴 했지만, 그래도 6~7인치 화면에 고퀄리티 게임 정보를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업체는 자체적인 PC 플랫폼 런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PC 플랫폼 런처를 통해 자사의 모바일 게임을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20인치 이상 크기의 모니터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당연히 화면이 큰 만큼 게임 UI도 스마트폰에서 봤을 때처럼 가독성이 낮지 않고 보기 쉽다.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폰에서 맛보지 못하는 고퀄리티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스마트폰의 성능이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고성능 게이밍 PC의 성능을 따라오기엔 역부족이다. 넥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워헤이븐’이나 ‘퍼스트 디센던트’ 같은 PC 게임은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게임을 많이 즐기는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지만, PC여야만 가능한 게임이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PC 플랫폼 이동 노력은 대부분 올드 게이머를 위한 것이다. 아예 게임을 처음 접하는 신규 게이머를 위한 노력은 비교적 낮다. 물론, 스마트폰 조작이 더 직관적이고 가볍고 간단하게 게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저연령층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알파 세대를 PC 플랫폼으로 유입하지 못한다면 PC 게임을 즐기는 연령층은 30대, 40대로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게임을 즐기는 게이밍 PC도 이들만의 점유율이 될 것이고 그만큼 PC 시장도 위축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PC 시장의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