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이 없는 AR 글래스, 레노버 리전 글래스
2025-02-05 남지율
[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X86 기반의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기에는 작은 규모의 중국 제조사들이 출시한 제품들만 있었으나, 벨브의 ‘스팀 덱’이나 ASUS ‘ROG Ally’ 등 메이저 브랜드 역시 X86 기반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참전했다. 최근에는 MSI의 제품까지 공개되며, 2024년의 X86 기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레노버도 자사의 게이밍 브랜드인 ‘리전’에 속하는 X86 기반 휴대용 게임기 ‘리전 고’를 출시한 바 있다. 리전 고는 닌텐도 스위치처럼 게임패드의 좌우가 분리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또한, 함께 공개된 AR 글래스인 ‘리전 글래스’도 주목 받았다. 게이밍 브랜드로 출시된 AR 글래스인 만큼 게임에 특화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특히, 국내에 현재 판매 중인 일반 소비자용 AR 글래스 브랜드가 엑스리얼과 TCL로만 국한된 상황이었던 만큼, 리전 글래스는 오랜만에 등장하는 신규 AR 글래스 브랜드이기도 했다.
리전 글래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투박한 느낌이 강하다
리전 글래스의 구성품부터 살펴보자. AR 글래스 본체 외에 교체 가능한 다른 사이즈의 코 받침, 교정 렌즈프레임, 휴대용 케이스, 안경닦이 매뉴얼이 기본 제공된다.
무게는 실측 기준 102g이다. 스펙상의 무게는 96g이며, 케이블로 인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레노버는 리전 글래스의 무게를 가볍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96g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무거운 무게는 아니다. 하지만 리전 글래스는 국내에 출시된 유일한 AR 글래스가 아니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일반 소비자용 AR 글래스의 무게는 각각 79g(엑스리얼 에어), 72g(엑스리얼 에어 2), 75g(엑스리얼 에어 2 프로), 76g(TCL RayNeo Air2), 82g(TCL NXTWEAR S), 87g(TCL NXTWEAR S+)이다. 90g 대이고 사실상 100g에 가까운 리전 글래스가 유일하다.
심지어 리전 글래스는 두 번째로 무거운 AR 글래스보다 10% 이상 무거운 셈이다. 몇 g차이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안경처럼 착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70g대 AR 글래스를 길게 사용해 온 기자의 입장에서도 리전 글래스는 분명 무겁게 느껴졌으며, 장시간 착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렌즈의 디자인도 국내 판매 중인 AR 글래스 중 유일하게 두꺼운 렌즈가 그대로 돌출된 형태라 투박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에 출시된 AR 글래스들은 에어포켓 코받침을 적용해 착용감을 개선한 경우가 많은데, 리전 글래스는 기존 세대 제품과 동일해 출시 시기를 고려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기자를 당황하게 한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리전 글래스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일반 소비자용 AR 글래스 중 유일하게 USB Type-C 케이블이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마그네틱 케이블이 적용된 AR 글래스나 USB Type-C 단자를 품은 AR 글래스의 경우 케이블이 단선되면 사용자가 쉽게 교체할 수 있지만, 이 제품은 그렇지 않다. 케이블과 본체가 일체형이라 단선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이를 직접 해결하기 어렵다. 하다못해 적용된 케이블이 파라코드 재질처럼 특별히 튼튼한 재질로 제작된 것도 아니다.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그나마 외형적인 부분에서 만족할 점은 안경다리에 물리 버튼 4개를 품어 볼륨과 밝기를 직관적으로 조절하기 유리하다는 것 정도다. 사실 안경다리도 엄밀히 따지면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게, 다른 국내 출시 제품들 상당수에는 안경다리의 각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탑재됐지만 리전 글래스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실제 사용에서는 어떨까?
실제 사용에서는 어떨까? 리전 글래스를 리전 고에 연결해봤다. 다른 AR 글래스들을 사용해 본 입장에서 리전 글래스는 초점을 잡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얼굴 형태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겠지만, 안경다리 각도 조절 기능이 없어 만족스러운 화질로 시청을 하려면 리전 글래스 본체를 손으로 잡고 있어야만 했다.
내부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모서리쪽이 흐려지는 현상이 다른 AR 글래스보다 심하게 느껴졌다.
더욱 심한 건 이름만 게이밍 브랜드라는 것이다. 게이밍 브랜드에 속한 AR 글래스임에도 리전 글래스는 60Hz까지만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AR 글래스가 60Hz만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를 넘어갈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현재 판매 중인 대부분의 AR 글래스가 120Hz를 지원하며, 120Hz 미지원 제품은 리전 글래스를 포함한 2종에 불과하다.
AR 글래스 제품군의 내장 스피커들은 대체로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점차 발전하고 있으며, 최신 제품에서는 사운드 퀄리티가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리전 글래스의 음질은 2023년 말에 출시된 제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먹먹했다.
레노버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리전 글래스를 판매 중인데, 리뷰 점수가 5점 만점에 평균 2.5점에 불과할 정도로 좋지 않은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제품의 절대적인 성능이나 편의성이 부족하더라도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이라도 좋다면, 가성비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리전 글래스는 가성비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제품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지만, 리전 글래스는 성능이 좋은 타사 제품보다 대략 10% 정도 저렴한 수준이기에 차라리 추가금을 내고 AR 글래스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기업의 제품을 택하는 것이 낫다.
마치며
리전 글래스에 대해 살펴봤다. 리전 글래스는 국내에 출시된 다른 AR 글래스와 비교해 10% 정도 저렴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경쟁력을 찾기 어려운 제품이었다. 특히, 레노버의 게이밍 브랜드 리전에 속함에도 120Hz를 지원하지 못하는 점을 납득할 수 없었다.
사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에도 자세히 보면 함정이 숨어있다. 타사 제품 대비 신제품과 중고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큰 편이기에 리전 글래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처분하게 되면 더 큰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