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천만의 말씀! 완제품 PC와 조립 PC의 한판 승부

2013-09-05     PC사랑
 
[PC사랑] 개인 PC를 구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요청은 ‘스펙을 봐달라’, 혹은 ‘xx만원에 맞춰 달라’는 주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PC를 가격대나 용도에 맞는 사양으로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됐다는 뜻이다.
 
무조건 대기업을 선택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듯, 자신의 입맛에 맞는 PC를 구상하고 조립하는 것은 대기업의 완성형 PC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헤비 유저라면 누구나 더 좋은 성능과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을 꿈꾼다. 대기업 PC가 과연 옳은 선택일까?
 
286컴퓨터 시절과는 천지차이
기자가 처음 PC를 본 1990년 당시에는 별도의 HDD가 없이 5.25인치 크기의 1.2MB 용량 디스켓이 저장매체였다. 가로로 놓인 PC는 모니터와 함께 파는 것이 당연했다. 이것저것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이 취미였지만 처음 선물받은 컴퓨터는 감히 케이스를 열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 기억이 난다. 그만큼 컴퓨터는 신세계였고, 비디오 게임기 ‘재믹스’에 이어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아이템이었다.

세월이 흘러 하드웨어는 계속 발전하고 소비자는 점점 똑똑해진다. 발빠르게 등장한 전문가들은 PC에 ‘커스텀 세팅’의 개념을 접목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품을 따로 구입해 조립했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PC 조립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90년대 후반 조립PC의 시대가 열렸다.
 
너나할 것 없이 조금만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기업의 완제품 PC를 등지고 용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이 즈음에 등장한 것이 저가형 조립PC 판매업체이다. 대기업의 PC보다 저렴하면서도 그에 못지 않은 성능을 잡아 PC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격적인 매력이 높은 조립PC 업체의 제품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 현재에 이르러 빛을 잃긴 했지만 PC를 대량으로 주문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조립PC의 가장 큰 분류는 ‘사무용’, ‘가정용’, 그리고 ‘게임용’으로 나뉜다. 고사양이 필요하지 않은 사무 프로그램 구동용 PC가  가장 파이가 크고,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범용 사양의 일반 PC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게이머들이 가장 원해 마지않는 익스트림 게이밍 PC가 소수이지만 꾸준한 수요를 나타내고 있다. 
 
조립PC의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주 역시 게임용 PC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체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가정용 PC의 출하가 늘어 개인 PC에 대한 소요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야별 2012년 분기별 데스크탑 PC 출하량. 전년 대비 각 6%, 17% 감소했다.(자료 : 한국IDC)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낫다
같은 값을 지불하고 구입했지만 내 PC는 느리고 친구의 PC는 빠르다? 과거에는 있을 수 있는 헤프닝이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모든 하드웨어의 상향평준화로 일반 사용자들은 완제품PC와 조립PC의 성능 차이를 크게 느끼기 힘들다.
 
아래의 제원 비교를 참조해 보자. 모 대기업의 완제품 PC 사양과 해당 부품을 따로 구입해 조립하는 PC를 비교해 봤다. 제품의 가격은 가격비교사이트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이다.
 
 
 

 
 
제원만으로는 이상한 점이 없다. 인텔 셀러론 G630 CPU와 H61 칩셋의 메인보드는 궁합이 잘 맞고, 4GB 램과 1TB의 대용량 HDD 또한 부족함이 없다. 엔비디아의 메인 GPU 라인업은 아니지만 GT630 또한 대부분의 게임이나 고사양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다.
 
제원에는 빠졌지만 Re-writable ODD와 전면 다기능 멀티 리더기 또한 효율이 좋다. 게다가 대기업인만큼 A/S 또한 믿을 수 있다.

문제는 브랜드 등 각 하드웨어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가격대가 높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과거 PC 한 대를 장만하는 데 모니터까지 200만원 가까이 필요했던 비용 수준을 생각해 보면 몇 배나 좋아진 환경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기업의 PC를 선택할 때 소비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PC의 특성상 각 부품의 브랜드별 선호도나 성능의 차이가 있어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은 PC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메리트가 적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같은 사양의 제품을 개인이 개별 구입해 조립하거나 조립PC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것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것도 단점이다.
 
아래의 조립PC는 대기업 PC와 같은 사양의 제품을 해당 브랜드의 판매율과 인지도를 따져 선별해 가상으로 맞춘 PC의 제원이다.
 
 
 

 
조립PC의 제원은 대기업PC에서 RAM을 4GB에서 8GB로, VGA를 메모리 512MB에서 1GB로, 파워 서플라이를 450w에서 500w로 각각 업그레이드했다. 별도 판매되는 윈도우7 홈프리미엄 제품(평균 21만원)을 구매해 설치하고, 여기에 조립PC 전문업체의 조립 및 세팅 비용 평균 3만원을 더해도 70만원을 약간 넘는다.
 
기존에 사용하던 OS의 업그레이드 킷을 이용하면 약 8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으니 최종 비용은 더 낮아진다. 조립에 자신 있는 이용자가 부품을 개별 구입하면 70만원 미만으로 더 좋은 성능의 PC를 꾸밀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대기업 PC와 조립 PC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대기업의 A/S 정책이 좋기 때문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조립PC 전문업체들도 A/S 업체와의 계약으로 1년 무상 출장 수리를 보증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내부에 사용되는 부품 중 브랜드의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가형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에서 사용하는 PC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PC를 대량 구매하는 경우에는 조립 PC가 아닌 대기업의 완제품 PC를 선택하는 것이 다반사.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기업 PC의 문제 중 하나는 내부 하드웨어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제품에 대한 비교분석과 인지도에 대한 정보만큼은 대기업 PC라 해도 조립PC를 따라갈 수 없다.
 
한 걸음 더, 가격에 성능까지
여기에 한 가지 더. 위 비교는 대기업 PC의 제원에 맞춰 가격만을 낮춘 결과이지만 해당 가격으로 하드웨어의 밸런스를 맞춘다면 대폭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CPU를 3세대 아이비브릿지 i5-3570으로 교체하고 보드 또한 1155 소켓에 맞는 H77 칩셋 보드로 교체한다. OS 및 프로그램 설치용 SSD 인텔 330 시리즈 60GB를 추가해 운영 속도를 높인다. 헤비 게이머가 아니라면 CPU 내장 HD4000 그래픽 칩셋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맞추면 VGA를 제외하고 약 72만원 선에서 PC 본체를 맞출 수 있다. 이 가격은 가격비교사이트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조금 인터넷 발품을 팔면 가격을 10% 가까이 절약할 수도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PC가 대기업 PC라면 아쉽게도 DSP(설치 횟수 제한) 버전을 버리고 새 OS를 구매해야 하지만, 전에도 조립 PC를 사용했다면 해당 OS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처음사용자용 버전보다 저렴한 업그레이드 킷을 구매하면 된다.
 
대기업 PC 대비 최소 40% 이상 향상된 성능의 PC를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조립 PC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우스갯소리로 ‘홈쇼핑에서 PC를 구입하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홈쇼핑이나 대기업 브랜드 전자제품 매장, 심지어 대형마트의 전자제품 코너에서 PC를 구매하는 것은 스스로 ‘컴맹’임을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아닌 자본력만으로 시장을 잠식하려 한 대기업이 방관한 것은 사용자의 ‘수준’과 맞닿아 있다. 더 좋은 사양의 PC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IT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PC를 한정된 수량 판매하는 이벤트 형식이라면 라이트유저로서 귀가 솔깃하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PC에 대해 알아보면 그 정도의 사양으로 우리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대기업 PC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대기업이라서 믿을 수 있다’는 것과 ‘A/S가 좋다’는 것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무엇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인지? 위 대기업 PC에서 해당 기업이 자체 제조하는 부품은 ‘없다’.
 
브랜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케이스의 가격 비율은 전체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케이스 전문 제조사에 비해 열관리 효율이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니다.

결국 대기업 PC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PC 구매 추세로 볼 때 점점 없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의 평균 지식수준과 완제품 PC에 대한 매력은 반비례하는 셈이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을 최고로 여기는 기성세대들에게는 특별한 지식 없이도 웹서핑이나 문서 작성 등 PC로서의 기본 역할을 수행하고 A/S도 무리가 없는 완제품 PC가 더 끌릴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PC를 조립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PC 조립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를 가려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