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티메프發 역외탈세 불똥... '조세피난처' 위장계열사 의혹 17곳

넥슨 지주 NXC, 조세피난처에 해외 법인 30곳 17개사 페이퍼컴퍼니...사무실 주소 샐러드가게 회계 전문가 "절세, 조세회피 이상의 목적 의심"

2024-08-07     김호정 기자
@넥슨

[smartPC사랑=김호정 기자] 티메프 사태의 정점인 큐텐그룹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판매대금을 빼돌렸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넥슨그룹으로 ‘역외탈세 의혹’ 불똥이 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력 게임사인 넥슨그룹의 회장 일가가 해외 법인 설립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절반이 넘는 곳이 위장 계열사인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넥슨그룹이 지주사 NXC를 통해 투자한 해외 법인 105곳 중 30%에 달하는 30여 곳이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9개 국가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검찰이 큐텐그룹을 대상으로 해외 비자금 조성 여부를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넥슨그룹 역시 조세피난처에 30곳 넘게 종속회사를 설립한 것은 그 설립 배경과 근거가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따라 티메프에서 불거진 기업의 해외 조세회피 논란은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넥슨그룹 회장 일가가 받고 있는 의혹의 핵심은 이들 해외 종속회사 중 17곳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과거 CJ그룹 등의 해외 위장 계열사가 비자금 조성과 탈세에 활용된 사례를 감안하면, 넥슨그룹의 조세피난처 소재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페이퍼컴퍼니도 의혹을 사고 있는 셈이다. 

 

조세피난처 해외법인 17곳, 서류상 존재

샐러드 식당이 사무실?

넥슨 그룹의 지주사 NXC는 해외 종속 회사를 두고 부동산 임대업, 투자 자문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NXC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종속 회사는 총 105곳이다. 이 중 30개사는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 조세피난처 국가 9곳에 위치해 있다. 조세피난처에 30개나 되는 해외 종속사가 몰린 점도 놀랍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최소 17개사는 페이퍼 컴퍼니로 파악된다.

NXC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NXC ll'는 지난해 투자 전문회사 'CF Cayman Feeder'를 인수했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사의 관할지는 케이맨 제도로 신고돼 있다. 케이맨 제도에 있어야 할 이 회사는 실제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해당 주소지를 검색하면 샐러드 식당 '스위트 그린'이 나온다.

이 샐러드 식당에는 투자사 'CF Cayman Feeder' 뿐 아니라 NXC의 종속회사 3곳이 더 등록돼 있었다. 금융회사인 'Simple Capital Future', 'Simple Capital Future Two'와 부동산업체 '347 BOWERY COMMERCIAL HOLDINGS'는 샐러드 식당을 사무실로 같이 쓰고 있다.

또다른 조세피난처 룩셈부르크에는 NXC의 경영 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 종속회사 'Bitstamp Luxembourg SARL'이 자리하고 있다. 이 회사 주소를 검색해 보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룩셈부르크 법인 소재지로 나온다. 

넥슨

 

"조세 피난처에 다수 법인 세워

사실상 자금 흐름 추적 불가능"

이들 해외법인 투자를 주도한 NXC ll 역시 주소지인 미국 델라웨어에 유학원 형태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운영기관이 위치해 있어, NXC ll와 관련된 기업 활동 흔적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넥슨그룹이 이처럼 역외 지역에 왕성한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추진한 사실만으로 곧장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업의 해외 조세회피처가 ‘비자금 조성→국내 투자를 통한 재산 증식→총수 지분 확대 및 편법·불법 승계’라는 후진적 고리 노릇을 했기 때문이라는데 시각을 같이한다.

복수의 국제 회계 전문가와 국제법 전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넥슨그룹의 해외사업 현황을 보면 단순 절세 목적이라면 그렇게 많은 회사를 둘 필요가 없다”며 “절세나 세금 회피 목적보다는 자금세탁이나 경영권 승계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의혹의 배경에는 △룩셈부르크와 케이맨제도에 펀드를 세운 점 △유명 조세피난처 대부분에 종속회사를 둔 점 △감사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최저한세'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점 △조세피난처 내 종속회사 수는 늘어나는 데 거래가 없다는 점 등으로 압축된다.

NXC는 감사보고서에서 조세피난처의 해외 종속 회사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연결 기준 매출액 약 1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매기는 제도다. 한 다국적기업의 종속 회사가 저세율 국가에서 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모회사가 위치한 본국에 차액만큼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NXC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 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정상적인 투자활동을 했다면 글로벌 최저한세가 적용돼야 한다. 감사보고서에 나온 대로 글로벌 최저한세 대상이 없다는 것은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해외법인과 펀드가 전혀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넥슨그룹은 관련 의혹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NXC 관계자는 "효율적인 해외 포트폴리오 컴퍼니 관리 및 투자 목적의 펀드, 법인 설립"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