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정혜]
디지털 시대에 투명하고 완전한 정보의 공개는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다. 미국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Brandeis)은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투명한 공개가 부패를 막는다는 의미이다.
디지털 시대에 그 의미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의사결정과정과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이 디지털 기록으로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된다면 불합리한 의사결정과 예산의 낭비성 지출은 줄어들 것이다. 특히, 최근 배드민턴 협회의 사례에서 보듯 협회 등의 단체들은 이러한 점이 더 중요하다.
배드민턴협회, 자기 점수는 빼고 평가 결과 공개
최근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배드민턴협회가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정보 공개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가 법적으로 공개가 의무화된 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정작 자신의 점수는 빼고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 규정”에서는 산하 단체의 경영 공시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는 경영 관련 정보를 스포츠지원포털에 공개하고 있다. 이 정보에는 총회, 이사회 회의록, 결산서, 혁신평가결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공개한 혁신평가결과이다. 협회의 혁신평가결과 공개 내용을 살펴보면 정작 해당 협회의 점수는 모두 빠져있다. 정말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채 허울만 공개한 것이다.
배드민턴협회의 혁신 평가 등급은 B등급이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의 평가 범주별 평가점수와 전체 평가점수는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대국민 공개라는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꼼수 공개로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수영협회 등 일부 종목 단체도 자신들의 점수를 가린 채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대의원 2배 규모로 이사 숫자 늘린 대의원총회 회의록 부실하게 기록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정보 공개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배드민턴협회 홈페이지에는 이사회와 총회 결과가 공개되어 있지만 일부 회의록은 매우 형식적으로 작성되었다. 2021년 3월 17일에 개최된 2021년도 임시대의원총회 회의록은 단 1페이지에 불과하다. 안건은 임원(이사) 증원의 건으로 이사 10명을 증원키로 의결하는 것이다. 왜 10명을 증원해야 하는지, 대의원들은 어떤 의견을 표시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 규정과 배드민턴협회의 정관에 의하면 협회의 이사는 15명 이상 29명 이하(회장, 부회장 포함)을 둘 수 있다. 그리고 총회 의결로 10명 이하의 범위 안에서 증원할 수 있다. 최대 39명까지 이사를 둘 수 있는 것이다. 배드민턴협회는 이 단서 규정에 의해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10명의 대의원을 증원해 최대한도인 39명까지 이사를 임명했다. 배드민턴협회의 총회 대의원 수는 21명으로 총회 대의원보다 이사가 거의 2배에 가까운 임원 구조가 되었다.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해서 50분 만인 3시 20분에 끝난 임시 대의원대회에는 대의원 21명 중 18인이 참석했고, 5,521,260원의 예산이 집행되었다.
늘어난 임원 기부금은 없고, 회의비로 1700만 원 지출
배드민턴협회의 2003년 결산서에 의하면 배드민턴 협회는 임원수는 최대한으로 늘렸지만 총 세입 20,550,692,419원 중 임원들의 기부금은 한 푼도 없다. 오히려 이사회의 회의비로 제88차 이사회(29인 참석) 10,264,340원, 89차 이사회(20인 참석) 6,987,910원 등 총 17,252,250원이 쓰였다. 회의를 개최할때마다 1인당 35만 원꼴로 지출한 것이다.
이 비용은 모두 어디에 쓰인 것일까? 배드민턴 협회 정관 제24조의 2는 임원의 보수와 관련해 “회장을 비롯한 비상근 임원에게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실비로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협회가 내부 임원인 이사들에게 회의참가사례비를 지급했다면 정관 위반의 소지가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단체로 국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임원이나 회장의 소유가 아니며 자의적으로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투명하고 상세한 운영정보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가입한 대한민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 단체로 올림픽헌장을 준수하며, 대한민국에서 올림픽헌장의 준수를 보장한다. 산하단체인 배드민턴협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올림픽헌장은 제1장 제2조 IOC의 사명과 역할의 10항에서 “선수에 대한 의료 및 건강과 관련한 조치를 장려하고 지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8항에서는 “안전 스포츠와 더불어 모든 형태의 괴롭힘과 학대로부터 선수 보호를 장려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12항에서는 “ 운동선수들의 사회적, 직업적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스포츠 조직과 공공 기관의 노력을 지원하고 장려한다."라고 되어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검투사를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루두스(Ludus, 검투사 양성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올림픽 헌장에 입각해 선수의 건강을 지키고, 괴롭힘과 학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며 노력하는 선수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드민턴협회를 비롯한 종목 단체가 올림픽 기구로서의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국민들과 선수 관계자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상세하게 의사결정과 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국회와 대한체육회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상세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 중단하는 등의 특단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정부에서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리고 이는 형식적으로만 갖추어서도 안된다. 부실한 자료 공개는 국민들의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모든 공공기관과 협회 등 단체의 의사결정과정과 예산 편성 그리고 집행 과정이 디지털 기록으로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된다면 불합리한 의사결정과 예산의 낭비성 지출은 줄어들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보조금을 받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은 충분한 조사와 사실 공개를 통해 디지털 정부가 요구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부합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