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노트] '삼성전자-현대차' 노믹스... 이재용-정의선 AI 빅픽쳐는 

3代 걸친 맞수→실리적 동맹으로 빅 스텝 AI생태계 확장…車·스마트폰 경계 없앤다

2025-09-27     박봉균 기자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봉균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AI동맹에 나서며 호암 이병철과 아산 정주영 두 선대 회장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이어져 온 삼성-현대 3대(代)간에 걸친 끈끈한 역사, 그리고 최대 고객이자 경쟁자인 두 회사의 질긴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설에서 자동차까지 중후장대(重厚長大) 제조업의 토대를 닦은 정주영과 전자·반도체 집념으로 세계 리딩기업을 구축한 이병철의 기업정신은 지금도 대한민국 산업의 초석으로 회자되지만 두 기업의 궤적에는 우여곡절이 많다.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동차 수리공장을 시작한 게 현대차의 데뷔전이었다면, 1983년 경기도 기흥 공장은 ‘반도체 삼성’의 신호탄이었다. 1980년대 후반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며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다. 1990년대 삼성은 완성차 시장 진출을 시도했고, 현대차그룹은 이를 극구 반대하며 앙숙관계로도 치달았다.     
 
이같은 인연은 3대 이재용-정의선 회장이 본격적인 협력 관계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기류가 감지된다.최근 2020년 5월  단독 공식회동에 이어 4년여만에 손을 맞잡으면서 동맹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삼성-현대차그룹이 IoT(사물인터넷) 서비스 활용 분야를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까지 확장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본격적인 밀월에 들어간 것. 4차 산업혁명 파고의 승기를 잡기 위한 ‘삼(성)현(대)노믹스’란 신조어를 만들만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자사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현대차·기아·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핵심 구상이다. 예를들어 갤럭시 스마트폰이 있으면 차량의 4G·5G 통신망 연결 없이도 주변에 위치한 다른 갤럭시 스마트폰들을 활용해 차량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주차 장소를 깜빡 잊었거나 예기치 못한 차량 도난 사고가 발생해도 위치 파악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차량을 스마트싱스 자동화에 등록해 공조 제어, 주행가능거리 및 충전 상태 등을 폰에서 확인 가능한 맞춤형 제어를 할 수 있고,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안의 삼성전자 가전, IoT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다분히 명분 보다는 실리 전략이다. AI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삼성의 신경영 구상과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아가려는 현대차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 이를통해 향후 AI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좀더 진화시킨다는 양사의 전략적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이미 2018년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세대 교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한 사례가 있다. 지금 글로벌 각축장에서는 단독 기업만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제 삼성-현대간 빅테크 분야에서의 동맹은 향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질 협업의 물꼬를 튼 셈이다. 이제 인연이든 악연이든 과거를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다. 두 3세 CEO들이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