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스트(PC사랑)=데이브]
최신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바로 감상하고, 음악을 언제든 손안에 휴대폰으로 듣는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전자책은 전통적 출판의 대안을 제시하며 등장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종이책에 종속된 채 불편한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이러니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가에서 디지털 독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의외다. 출판사들이 전자책 출시를 지연하거나 포기하는 이유는 전자책이 인쇄본의 판매를 잠식하게 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한 전자책을 특정 플랫폼 안에서만 볼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은 불법 복제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다른 플랫폼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자책을 구매해야 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는 독서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전자책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콘텐츠 접근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영상이나 음원에서 불법 복제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것처럼, 출판계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기반이 선행되어야
놀랍게도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인 한국에서 전자책 시장이 여전히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전자책을 활성화할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인쇄책은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는 신뢰를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독서의 경험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 출판법, 콘텐츠산업법 그리고 도서관법 등에 전자책출판과 유통을 진흥하는 ‘전자책 우선 정책’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전자책 우선 정책 제도화는 출판 산업을 디지털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1. 전자책 출판 의무화 : 전자출판물 의무화를 통해 독자들이 종이책으로 출간된 모든 신간을 전자책으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위적인 희소성은 출판사에게 단기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
2. 종이책과 전자책의 통합 판매 장려: 실물 도서 구매 시 전자책을 통합 판매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상황에 따라 편리한 방식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고, 출판사도 추가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
3. 전자책의 플랫폼간 이동권 보장: 전자책을 특정 플랫폼에 묶어두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자책 우선 제도는 전통적인 종이책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자출판물 의무화’를 통해 전반적인 독서 시장을 확장하고 다양한 독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는 금융 혁신을 이끈 오픈뱅킹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오픈뱅킹이 금융 서비스의 장벽을 허물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했듯, 전자책 관련 제도는 독서가들에게 큰 이익을 준다.
오픈뱅킹이 고객들에게 하나의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전자책의 플랫폼간 이동권 보장’을 통해 독서가들은 하나의 전자책 리더로 다양한 서점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독자들은 더 이상 특정 서점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통합 판매 장려’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 형식의 책을 동시에 제공하며, 전자책 추가 구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통합 판매 장려’와 ‘전자책의 플랫폼간 이동권 보장’은 독자들에게 더 큰 유연성과 선택권을 제공한다. 실물 도서 구매 시 전자책을 함께 제공받을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앱에서 전자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는 편리한 독서뿐만 아니라 발전적인 2차 창작물 콘텐츠 제작 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유튜브가 수동적인 시청자를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자이자 참여자로 만들었듯이, 전자책 독자를 수동적인 독자에서 적극적인 프로슈머로 변화를 촉진시켜 도서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유도할 것이다.
이로 인해 콘텐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으며, 신진 작가들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출판사들이 더 많은 독자층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전 세계 전자책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2024년 146억 1000만 달러, 2027년 153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아마존 킨들을 통한 강력한 유통 플랫폼과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로 2024년 53억 3,600만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소비자의 27%가 전자책을 구매하는 등 급성장 중이며, 거대한 인구와 모바일 기기 보급률을 기반으로 로컬 기업과의 경쟁이 두드러진다.
일본은 만화 중심의 콘텐츠 경쟁력과 모바일 최적화된 읽기 경험을 제공하며, 2024년 전자책 시장 규모가 25억 1,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이러한 글로벌 사례들은 한국 전자책 시장의 성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전자책 시장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주시하고,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여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자책 유통 통합 인프라, 모바일 최적화된 독서 경험 제공, 그리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다양한 디지털 형식의 통합 제공의 이점을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독자 커뮤니티 형성과 소셜 리딩 기능 강화를 통해 독서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장벽을 넘어 전자책의 자유로운 접근 필요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국가가 되었다. 현대의 콘텐츠는 디지털 중심이며, 책은 콘텐츠 생산에서 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 더 다채롭고 우수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는 책의 기반이 종이에서 디지털로 갈 필요가 있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는 단순히 출판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더 넓은 독서 문화를 촉진하며, 나아가 환경적 이익까지 가져오는 다차원적인 변화다. 더 이상 전자책이라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장벽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출판업계가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가 더 나은 콘텐츠산업사회라는 미래로 향하는 문이 계속 닫힌 채로 남을 것이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