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기나긴 터널 속 빛은 있는가?... 2025년 노트북 시장 전망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판매량 급격히 하락 노트북 교체 수요인 5년 주기, 2025년에 돌아와 2024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AI 노트북 교체 수요
[디지털포스트(PC사랑)=임병선 기자] 다양한 PC 제품군이 있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인기를 받는 제품군을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노트북일 것이다. 노트북은 연산하기 위한 부품이 모여있는 본체와 출력 장치인 모니터, 입력장치인 키보드 등을 모두 한곳에 갖췄을 뿐만 아니라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까지 뛰어난 초소형 PC 제품군이다.
이러한 노트북은 PC사랑이 창간하기 10년 전인 1985년, 일본의 도시바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로부터 약 40년 동안 노트북은 수없이 진화해 왔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성능은 크게 향상되어 데스크톱의 서브 PC 역할만 가능했던 때와 달리 현재는 훌륭한 메인 PC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2023년부터 노트북 시장은 끝이 없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더믹 시절 노트북 수요가 치솟으면서 기존 노트북 교체 주기인 평균 5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당시 노트북을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노트북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1~2년도 안 된 노트북을 교체했으며, 한동안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노트북이 필요해 너도나도 구매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후 노트북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노트북이 필요한 사람들도 기존에 구매한 노트북으로도 성능이 충분했기 때문에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2022년과 2023년 노트북 시장은 끝을 모를 침체기에 빠졌다. 2024년에는 횡보와 약간의 상승세만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2025년에는 이러한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급성장한 노트북 시장
사실 노트북 시장은 그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서 서서히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두되었던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7년간 판매량이 계속 떨어졌다. 데스크톱은 물론, 노트북을 포함한 PC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언택트로 인한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 등이 주류가 되면서 PC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데스크톱은 성능이 높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장소를 옮겨가며 사용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노트북이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때 노트북 판매량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전 세계 노트북 판매량이 1억 6,370만대에 달했다. 이는 2018년보다 높아진 수준이지만, 아직 노트북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2020년 노트북 판매량은 25.9% 상승한 2억 610만대였으며, 2021년 노트북 판매량은 이보다 30.2% 상승한 2억 6,830만대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노트북 판매량은 2년 사이에 1억대가 늘었으며, 비율로는 63.9%가 급상승했다.
끝없는 노트북 시장 하락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판매량 상승이 언제까지나 이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노트북 시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성 때문에 급성장했을 뿐이고 전문가들도 코로나19가 계속되어도 판매량 상승 둔화가 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해 판매량 상승 둔화가 아닌 급격한 하락세가 이어졌다. 코로나19 때 노트북을 구매한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고 기존에 노트북이 있던 사람도 교체 행렬에 합세하면서 노트북 교체 사이클도 무너졌다. 노트북은 대체로 한번 사면 평균 5년은 사용하는데 2020~2021년에 구매한 사람들의 교체 주기는 적어도 2025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도 하락해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사람까지 줄었다.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2% 감소한 1억 6,600만대 정도였다. 코로나19 시기 노트북 판매량 정점을 찍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1억대 정도 적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2024년에는 균형 잡힌 공급과 수요 주기가 돌아와 노트북 출하량이 2023년 대비 3.6% 늘어난 1억 7,200만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23년 10월, 가트너에서 발표한 ‘2023년 3분기 전 세계 PC 공급업체 예비 출하량 추정치’에도 따르면 2023년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2022년 3분기보다 9% 감소한 6,430만 대로 잠정 집계됐다. PC 출하량 감소가 8분기 연속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2023년 4분기부터는 감소세가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경직된 PC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한, 2024년에는 전 세계 PC 시장이 반등해 4.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기타가와 미카코는 “PC 공급업체에게 좋은 소식은 최악의 상황이 2023년 말까지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용 PC 시장은 윈도우 11 업그레이드에 힘입어 다음 교체 주기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팬데믹 기간 구매한 PC가 교체 주기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면서 소비자 PC 수요도 회복되기 시작하고, 비즈니스 및 소비자 부문 모두에서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국내 노트북 시장도 고전
당연히 글로벌 노트북 시장과 함께 국내 노트북 시장도 감소했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한국IDC는 국내 PC 시장 연구 분석에서 2023년 국내 PC 시장은 전년 대비 17.0% 감소한 480만대를 출하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수업 및 재택근무 수요의 약화로 국내 PC 출하량은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래프를 확인하면 데스크톱은 물론, 노트북의 출하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공공 시장은 탄력적인 채널 재고 운영과 디지털 교육 전환을 위한 노트북 보급, 노후화된 사무실 데스크톱&노트북 교체에 힘입어 낙폭이 점차 줄었다. 전년 대비 출하량 기준으로 2023년 1분기 때는 -25.9%, 2분기 때는 -19.4%, 3분기 때는 -10.5%, 4분기 때는 -1.2%로 점점 회복했다. 2024년 1분기에는 마침내 2.3%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2024년 2분기에는 다시 -4.3%를 기록하면서 역성장했다.
이는 디지털 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트북 보급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2분기에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2분기 교육 시장 PC 출하량은 디지털 교육 전환용 노트북 배포가 대부분 완료됨에 따라 전년 대비 54.2% 감소했다. 공공 시장은 경찰청과 대법원 데스크톱 교체 수요에 힘입어 출하량이 전년 대비 39.0% 성장했다. 기업 시장은 대기업과 계열사를 중심으로 노후화된 PC 교체가 이뤄지며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서서히 회복되는 시장
하지만 이러한 노트북 시장의 침체기가 2025년에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먼저 노트북 교체 수요인 5년 주기가 2025년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당시 노트북 판매량은 2020년과 2021년에 몰렸다. 2020년에 구매한 노트북의 5년 주기가 바로 2025년이기 때문이다. 물론, 5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노트북을 교체하진 않겠지만, 교체 수요는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4년부터 조짐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2024년 2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6,250만대로, 2023년 2분기보다 3.1% 증가했고 2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작년 PC 출하량이 적었던 데다 교체 주기까지 도래하면서 PC 판매량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4년에는 2023년 대비 PC 출하량이 약 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도 2024년 2분기 전 세계 완제PC 출하량이 전년 동기(6,310만대) 대비 3% 늘어난 6,490만대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완제PC 출하량은 2022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줄어들다가 올해 1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IDC는 “작년 대비 시장 상황은 좋았지만, 중국 시장의 부진 때문에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5%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가트너도 2024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성장했다고 전했다. 가트너는 2024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6,060만대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고 했다. 미국 PC 시장은 전년 대비 3.4% 성장률을 기록했고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전년 대비 4.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지난 몇 분기보다는 완만한 흐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IDC의 발표처럼 중화권 시장의 약세 때문이었다. 그 대신 인도 등 신흥 시장의 견조한 성장으로 인해 감소세가 그다지 높진 않았다. 미카코 키타가와 가트너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전년 대비 같은 기간에 완만한 성장률과 안정된 지난 분기 대비 성장률은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AI 관련 주목도 높아져
최근 노트북 시장의 화두는 역시 AI다. 지난해 12월, 인텔은 AI 연산에 특화된 모바일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CPU와 GPU 이외에 AI 연산을 위한 NPU(신경 처리 장치)를 탑재했다. 인텔은 2028년까지 AI PC가 PC 시장의 8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파트너로 구성된 광범위한 생태계의 도움으로 차세대 컴퓨팅을 제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AI를 위한 움직임에는 하드웨어 성능도 중요하지만, 이를 작동하게 할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기능에 특화된 PC에 대해 ‘코파일럿+(Copilot Plus) PC’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인텔에서 제시한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이 뛰어나면서 9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에 붙일 수 있는 ‘울트라북’ 같은 플랫폼이다.
MS는 코파일럿+ PC라고 명칭을 붙이기 위해선 40TOPS(초당 40조)의 연산을 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출시한 AI 특화 모바일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울트라의 경우, 11TOPS 정도 성능을 지녔기 때문에 코파일럿+ PC라고 부를 수준은 안 되었다. 당연히 AMD 측의 모바일 프로세서도 코파일럿+ PC 기준에 못 미쳤다.
가장 처음 등장한 코파일럿+ PC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 프로세서로 45TOPS 성능을 지녔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는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호환성은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사용 용도로는 충분하다. 이어 출시된 AI 특화 모바일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AI 300 시리즈다. AMD 라이젠 AI 370 HX의 경우, 내장 GPU로 AMD 라데온 890M을 탑재했고 50TOPS에 달하는 AI 연산 능력을 갖췄다.
지난 9월 4일, 인텔은 차세대 모바일 AI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 200V를 출시했다. 코어 울트라 200V는 현존하는 x86 프로세서 제품군 중 가장 뛰어난 효율성을 지녔다. 월등한 성능과 x86 전력 효율성, 획기적인 그래픽 성능 향상, 뛰어난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강화된 보안 성능, 독보적인 AI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CPU와 GPU, NPU를 포함해 최대 120TOPS 성능을 지녀 뛰어난 AI 경험을 선사한다.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AI 기능을 높인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노트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교체 수요가 지지부진했지만, 코파일럿+ PC를 기점으로 2024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교체 수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텔은 2025년 팔리는 PC 중 40%가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2025년 노트북 교체 수요 중 대부분은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