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4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시장의 실물 이전이 시작되면서 금융사들이 앞다퉈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고객 모시기에 나선 가운데 점유율에서 유리한 은행권들은 안정적 운용을 강조하며 방어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400조 878억원이다. 이 중 은행권 적립금 규모는 210조 2811억원을 가장 규모가 크다. 증권사는 96조5328억원, 보험사는 93조2654억원이다.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큰 은행권은 각각 적립금 1위, 수익률 1위 등 비교 우위를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42조 701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39조 5015억원), 하나은행(37조 78억), 우리은행(25조 348억원), 농협은행(22조 191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확정기여형(DC)의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은 하나은행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 운용 수익률은 하나은행이 14.14%로 가장 높다. 이어 국민은행 14.02%, 신한은행 13.52%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12.58%, 농협은행은 11.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은 국민은행이 14.61%를 달성하며 우위를 점했다. 그 뒤를 하나은행(14.19%), 신한은행(13.86%), 우리은행(12.80%), 농협은행(12.18%) 순으로 집계됐다.
확정급여형(DB) 수익률은 신한은행이 12.32%로 앞섰고, 국민은행(10.69%), 농협은행(9.62%), 우리은행(8.38%), 하나은행(7.31%)이 뒤를 이었다.
5대 은행 중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가성비를 실현한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DC형 운용에 따른 총비용 부담률은 0.47%로 가장 낮았다. 이는 은행이 취하는 수수료 이익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반면 올해 3분기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서는 운용 수익률 1위(14.14%)에 오르며 저비용, 고수익을 달성해 고객 환원에 기여했다. 아울러 적립금 순증 비율 역시 지난해 말 대비 9.8%(3조 3000억원) 증가하며 전체 은행권에서 선두에 올랐다.
국민은행은 퇴직연금으로 벌어들인 전체 수수료 이익에서 앞섰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총비용 부담률 평균은 0.44% 집계됐다. 전체 수수료 이익으로 1774억 1900만원을 기록해 실속을 챙겼다. 이어 신한은행이 1669억 1300만원(0.42%), 하나은행 1308억 1900만원(0.39%), 우리은행 1170억 1100만원(0.41%), 농협은행 827억 4600만원(0.38) 순이었다.
각 은행은 퇴직연금 갈아타기 수요를 겨냥한 이벤트 개최, 별도 전담팀 구성, 상품 다양화 등의 전략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사전 예약자 1만명을 대상으로 커피 쿠폰을 증정하고,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에 대비한 모든 은행에 별도 TF팀을 구성했다. 아울러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수를 100여개로 확대하고 올해 안에 20종을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15일까지 실물이전 신청을 완료한 고객 1만명에서 커피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실물 이전에 따른 TF 구성은 물론 퇴직연금 전용 콜센터도 확대 운영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금감원이 주관한 퇴직연금 현물이전 시스템 개발 TF에 참여해 왔으며 퇴직연금 전문센터 및 전용 콜센터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실물 이전에 맞춰 150여종 펀드 및 ETF를 추가 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개인형 IRP로 이전한 고객 중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디저트 세트 제공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말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