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귀뚜라미 공격하다 되레 '특허권 박탈'... 빛바랜 가처분 인용
보일러 열교환기 특허 4건 놓고 경동나비엔-귀뚜라미 분쟁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상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 10월 인용
귀뚜라미, 특허심판원 ‘특허 무효’ 심결로 반격
가처분은 ‘잠정 처분’. 특허심판원 심결은 ‘사실 상 1심’
업계, “1위-2위 법정공방 소모적” 반응
2025-11-04 이백현 기자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1진 1퇴를 거듭하던 보일러 업계 1, 2위의 법정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동나비엔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응해,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 등록 특허 일부를 무효화하는 특허심판원 심결을 받아내면서다.
법정 공방은 지난해 12월 경동나비엔이 자사 특허 4건 침해를 이유로, 귀뚜라미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올해 2월,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 보유 특허 4건에 대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지난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은 경동나비엔이 신청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경동나비엔은 2018~2019년 사이 등록한 보일러 열교환기 등에 관한 특허 4건을 귀뚜라미가 침해했다며, 일부 제품의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한편 11월 4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올해 9월 19일, 경동나비엔 보유 특허 4건 중 2건에 대해 ‘전부 무효’, 다른 1건의 경우 청구항 19개 중 18개에 대해 ‘무효’ 판정을 내렸다. 특허심판원이 유효성을 인정한 경동나비엔 등록 특허는 사실상 1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허심판원이 무효 심결을 내린 경동나비엔 보유 특허는 앞선 위 가처분 대상 권리와 일치한다.
특허심판원 심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있을 특허법원의 소송 흐름이 가처분과는 다를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가처분은 쟁점에 대한 정확한 당부 판단보다 ‘긴급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처분 인용 사실만으로는 본안소송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반면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본안소송’에 준하는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허 무효 심판에 있어 특허법원 소 제기 전, 반드시 특허심판원 심결을 거치도록 한 행정소송법 규정을 봐도 그렇다. 경동나비엔 등록 특허 4건 중 특허심판원 심결을 통해 그 유효성을 온전하게 인정받은 것이 1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앞으로 있을 특허법원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동나비엔 측은 “핵심 특허 1건의 유효성을 인정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처분이 인용된 것.”이라며, “본안 판결 전까지 귀뚜라미가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양측의 특허 분쟁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종사자는 “분쟁 대상인 특허는 국내외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라며, “출시된 지 몇 년 지난 제품의 기술을 두고 다투는 것은 업계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경동나비엔 보유 특허 중 유효성을 인정받은 특허가 적용된 제품은 출시된지 최소 2년 이상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의 법정공방은 특허법원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동나비엔 측은 2018년 열효율이 높은 열교환기를 개발했는데, 여기에 들어간 기술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귀뚜라미는 2013년 정부 국책사업 수행 당시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며, 2018~2019년 등록된 경동나비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