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땡겨요' 호평, 'KB리브엠'엔 떨떠름... 소상공인, 혁신금융 평가 극과극

KB리브엠 등 대기업 계열사, 알뜰폰 절반 장악 KB국민은행, 상권침해 논란 속 영업점 가입 시작 신한은행, 은행권 두 번째로 부수업무 지정 추진 상생 금융 취지 지속..."수수료 인상 없을 것"

2025-11-12     김호정 기자
KB리브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리딩 뱅크' 자리를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상생금융을 앞세운 비금융권 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알뜰폰과 배달앱으로 각각 다른 영역이지만 혁신금융이라는 취지 아래 출발한 두 사업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9년 금융상품과 통신을 접목한 알뜰폰 사업 KB리브엠(Liiv m)을 선보였다.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4년간 시범 운영한 뒤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부수업무 승인을 받았다. 은행권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사업 취지와 다른 개인정보 수집 논란으로 신뢰에 금이 갔고, 영세 알뜰폰 사업자 상권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 유일의 배달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땡겨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2021년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올해 12월 말 혁신금융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의 부수업무 신청을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중소 사업자와의 갈등이 촉발된 알뜰폰 시장과 달리 땡겨요가 소상공인과 상생이란 취지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영업 확장한 KB리브엠 
최근 은행권은 비이자 이익 부문 확대 등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비금융 시장 진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중 은행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시장은 알뜰폰 사업이다. 가장 먼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국민은행은 지난 4월 KB리브엠이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으며 금융권 최초로 비금융사업 승인을 얻었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올해 알뜰폰 시장 진출을 예고하며 통신 사업자 선정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은 통신 이용자들의 비금융데이터 확보를 통한 신사업 개발과 신규 고객 모집,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등을 염두에 두고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는 대규모 은행 자본이 유입되면 요금제 출혈 경쟁이 심화돼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는 8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 대기업 산하 자회사 6개 업체다. KT엠모바일(17.1%), KT스카이라이프(4.2%) 등 KT 자회사가 21.3%,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 7.4%, 미디어로그(11.1%), LG헬로(7.4%) 등 LG유플러스 자회사가 18.5%, 국민은행의 KB리브엠은 4.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6개 업체가 전체 알뜰폰 시장의 52%를 과점하는 가운데 나머지 80여개 중소 업체는 남은 절반(48%)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자본을 앞세운 KB리브엠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앞서 김형진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5월 기자 간담회에서 "통신 정책이나 제도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 경쟁을 한다며 금융권을 시장에 진입시키는 건 알뜰폰 시장을 왜곡하는 일"이라며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KB리브엠은 최근 알뜰폰 판매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부터 은행 창구(지점)를 통해 알뜰폰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알뜰폰 개통을 지점에서 하고 있지만, 금융 상품처럼 직원들이 영업을 하고 있진 않다"며 "알뜰폰 판매 실적은 평가 지표에 반영하지 않을 뿐더러 과당 경쟁 우려도 있어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감안해 영업점을 이용한 마케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영세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 오프라인 영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전국적으로 70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 이들 지점에서 알뜰폰 판매에 나선다면 영업망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세 알뜰폰 사업자는 마케팅 경쟁에서도 밀리게 된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비대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내년에는 2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마케팅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의 목적이 혁신금융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알뜰폰 사업은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혁신 금융사업으로 고객의 편의성 확대, 사회 초년생, 무직자, 프리랜서 등 씬파일러(thin filer) 고객의 대안신용평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확보된 가입자 수가 많아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가입자 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기준 KB리브엠 가입자 수는 약 42만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국민은행이 언급하는 혁신적인 금융의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국민은행은 KB리브엠으로 대출 상품을 연계한 '폰 드림 대출'을 선보였으나 1년 여만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이후 예·적금, 대출 금리 우대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업을 시작한 후 4년여가 흘렀음에도 혁신 금융을 실현할 데이터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혁신 금융 실현할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최소 가입자 수를 묻는 질문에 "적자 폭 개선과 소비자 이익 증대를 실현할 적정한 균형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신한은행
 
적자에도 상생금융 취지 잇는 신한 '땡겨요' 
시중은행이 추진하는 혁신 금융 서비스에는 알뜰폰 외에도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배달앱 '땡겨요'가 있다. 땡겨요는 2020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2022년 1월 정식 출시했다. 올해 말 혁신금융서비스 종료를 앞둔 가운데 신한은행은 지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땡겨요 앱을 정식 부수업무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다.  신한은행은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땡겨요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2% 수준으로 책정하고 광고비, 입점비 등을 받지 않고 있다. 정산도 전자결제 지급대행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당일 또는 다음날 오전에 입금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땡겨요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대표적인 상생금융 서비스다. 당장 수익이 되지 않지만 소상공인, 라이더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땡겨요의 부수업무 지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땡겨요가 상생금융 요소를 담고 있는데다 낮은 수수료율과 혜택을 기반으로 소상공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올리는 상황이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 땡겨요 앱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전월 대비 10만명 가량 늘어난 83만8000명을 기록했다. 2022년 5월 기준 10만5803만명이던 MAU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가맹점 수 또한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맹점 수는 13만6000개였으나 올해 10월 기준 가맹점 수는 18만개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역시 여타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땡겨요를 통해 장기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슈퍼앱, 맞춤형 금융서비스, 신용평가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소상공인 상생 매일 땡겨드림 대출',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 '사장님 지원금' 등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자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규제 개선을 신청한 상태로 부수업무 승인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땡겨요 앱은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 혜택 받도록 상생을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낮은 중개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에도 지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