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꿈꾸는 전기차①] EV 포비아?... 전기차 오해와 진실
[커버스토리] 전기차 포비아?... 그래도 혁신을 꿈꾼다 전기차, 과충전 방지 시스템 탑재... 충전 끝나면 충전기 분리 배터리 성능 저하 막기 위해선 차에 맞춰 충전 전압 설정해야 전기차, 배터리 안전에 다양한 기술 적용... 하부 충격은 주의 신형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전 감지 가능 기술 탑재
[디지털포스트(PC사랑)=노경민 기자]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phobia·공포증)’가 전국을 휩쓸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 등으로 전기차는 우리가 가야 할 미래라는 답이 된 지 오래다. 이런 때일수록 전기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고, 바람직한 관리 요령을 습득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디지털포스트>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전기차 관리 요령을 다뤄봤다.
“전기차는 안전할까?” “불나면 끄는 것도 어렵다는데 타도 될까?”
최근 전기차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내용일 것이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한 안전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듯하다. 전기차는 전자기기에 가까운 데다 여전히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전에 관해서는 내연기관도 마찬가지다. 기계는 속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장이나 오류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잿빛 전망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 시간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온 완성차 브랜드들과 관련 업계가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전기차의 완성도와 안전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관리한다면 전기차 생활도 쾌적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안전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전기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히는 배터리의 경우에는 배터리 제조사와 함께 품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진단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도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줄이거나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특화된 다양한 기능과 성능으로 고객들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친환경 시대를 맞아 결국, 전기차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미래가 됐다. 전기차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노력은 물론 전기차 오너의 똑똑한 운용 요령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기차 시대 진입... 효율적 관리 필수
전기차는 이제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이동 수단이 됐다. 친환경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버스부터 택시까지 여러 이동 수단이 전기차로 바뀌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이나 불안감을 가지기보다는 전기차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기다.
무엇보다 전기차는 사실 전자기기에 가깝다. 그 특성을 이해한다면 관리 역시 어려운 것이 없고 안전하게 탈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충전이 필요하다. 충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역시 내연기관차의 주유와 비교해 긴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 오너들은 장거리를 이동할 때 급속 충전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속도로 등에서 급속 충전을 하면 최대 80%까지만 충전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배터리는 충전할 때 활발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화학반응이 활발할수록 충전 속도도 빨라지게 되는 방식이다. 그러다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상 충전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이온과 전자 개수가 줄면서 충전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 상태에서 전류를 과하게 공급되면 배터리에 손상이 갈 수 있다. 그래서 초급속 충전기는 배터리 용량을 80%로 제한하거나 80%를 넘어서면 충전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배터리 손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 충전량과 전압을 본인의 차량에 맞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저속 충전도 마찬가지다. 또한 충전이 끝나면 충전기를 빠르게 분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성능 유지를 위한 안전한 배터리 관리 요령은?
배터리는 전기차의 수명과 안전을 좌우하는 중요 부품으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고온이나 저온 등 극한 환경에 노출하는 것을 줄이고, 배터리가 탑재된 차체 하부가 충격을 받는 것을 주의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주의점만 잘 지키면 된다.
배터리 성능을 오랜 기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잔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100% 충전을 하거나 방전이 된다고 해서 배터리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안전한 사용과 성능 유지를 위해서는 배터리 잔량 관리가 필수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를 80~90%까지만 충전하도록 권하는 이유다.
충격으로부터의 보호도 중요하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황에 따라 주로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하부에 강한 충격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하부 케이스는 충격 방지를 위해 단단한 철강 등의 소재로 제작돼 있다. 그렇지만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속도를 줄여 차체 하부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배터리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언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국내 전기차 사고 중 충돌 사고에 의한 화재는 10건으로, 이 중 3건이 하부 충돌에 의한 화재로 집계됐다. 전기차 하부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정비소를 찾아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보다 불이 많이 난다?
최근 전기차 화재 관련 보도가 늘면서 ‘전기차는 불이 잘 난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4,500건 이상의 자동차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80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 대비 약 30%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열 폭주로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만 불을 끌 수 있다는 인식도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렸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과 내열성을 갖추고 있어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7월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 자리에서 “전기차 화재 진압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주장도 오해라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시 초기 진압이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그 이후 배터리의 화학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기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소화포로 덮어 관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화재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더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지하 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만으로도 인접 차량에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도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면서 45분 만에 진화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당시 인접 차량 2대는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 때문에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