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꿈꾸는 전기차④] 박태준 대표 "하부 높은 SUV 전기차, 화재에 더 안전"
[커버스토리] 전기차 포비아?... 그래도 혁신을 꿈꾼다 전기차 전문가 박태준 더헤일로 대표 인터뷰 전기차 안전 기술 진화 중 내연차보다 화재 가능성 낮다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진철 기자] 전기차 포비아 시대, 대중이 갖고 있는 오해와 실제 위험성에 대해 전기차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최근 전기차 화재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통계 데이터와 전기차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화재 발생 확률은 내연기관차보다 높지 않다"라고 말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절감 추세 속에 전기차가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 발전 중인 기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19세기 말에 발명돼 겨우 100년이 넘은 내연기관 자동차마저도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따라서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턱도 없는 개발 역사로 이제 겨우 대중화를 앞둔 전기차가 완성된 기술일 것이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전기차 포비아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이번 인터뷰에 응한 더헤일로 박준배 대표이사는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하고, KAIST에서 과학저널리즘 공학석사를 받았다. 특히, 15년 이상을 전자신문을 비롯한 매체에서 배터리 등 전문 기자로 활동해 온 전력을 지녔으며, 20대 대통령 인수위원회(기획 분과) 연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충전 중인 대한민국 전기차(2020년)'가 있다. 박준배 대표는 현재 이동식 충전차량 정부 사업, 중국산이 주름잡은 캠핑용 파워뱅크 제품의 국산화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1. 최근 전기차 화재 관련 보도가 증가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 위험이 높은가?
- 전기차 화재 위험이 내연기관차보다 크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다. 통계적으로 보면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빈도는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낮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차 중이나 정차 중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주행 중 화재가 많은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때 더 위험해 보일 뿐이다.
전기차 대중화 역사가 10년밖에 안 됐다. 처음에는 빈 곳에 어떻게든 배터리를 적재하는 데 노력했다. 이제서야 무게 밸런싱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10년이다 보니까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게 많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대비하는 기술들이 지금도 고도화되고 있고 발전되고 있고, 발견되고 있다. 그 점을 강조하고 싶다.
2.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 폭주가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제조사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기술적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우선, 배터리는 품질검사에서 걸러지는 불량이 있고, 출고 후에 사용자가 운행하다 보면 발생하는 진행성 불량이 있다. 우선, 배터리 공정에서 불량을 최대한 걸러내는 검사 장비를 끊임없이 도입하고 있다. 그래서 공정 요소마다 불량을 잡기 위한 굉장한 부단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진행성 불량 같은 경우는 잡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진행성 불량을 잡아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 대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안전 마진을 많이 주는 방향이다. 배터리의 물리적 용량이 100이면 실제 용량은 100을 다 쓰는 게 아니라 90이나 80을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배터리 자체의 어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충전과 방전 자체가 배터리에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3.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관련된 안전 기능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이번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 영상을 한 100번 정도 본 것 같다. 그런데 조짐이 거의 없었다. 한 번에 화재가 훅 올라오는데 이걸 BMS에서 잡았다고 해도 길어야 5분 전에 발견했을 거다. 그 정도 수준일 텐데, BMS만 가지고 전기차 화재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물론, BMS 모니터링을 지금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정부 예산을 쓰고, 이게 마치 모든 전기차 화재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최근 정부가 BMS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어느 정도는 이게 안전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더구나 개인 정보와 관련해 넘어야 할 여러 가지 장애도 있다.
이 BMS라는 거는 사실 배터리 셀 밸런싱을 맞춰주는 데 제일 큰 목적이 있다. 그런데 BMS로 이처럼 배터리를 모니터링하는 게 아니라, 마치 BMS 정보를 알면 화재 사고를 다 예방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아 아쉽다.
양극재 안전을 고도화하는 움직임도 있고, 그중 하나가 이제 전고체 배터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고체 배터리는 사실 아직 먼 얘기라 꾸준한 기술개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 오너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관리 요령이 있다면.
-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즘 출고되는 전기차에서는 차량 자체에서 안전 마진을 설정하는 기능을 두고 있다. 충전을 권장된 용량의 100%를 하지 않고 90% 등으로 낮춰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되도록 이러한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설정을 소비자들이 이용하면 좋다.
다음으로는 급속 충전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급속 충전을 하면 어쨌든 배터리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으로 따지면 밥 한 공기를 보통 평균 10분에 먹는 사람이 갑자기 1분에 밥 한 공기를 다 먹어야 하는 셈이다. 그만큼 배터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더 얘기하자면, 요즘 나오는 차들은 걱정이 덜한데 한 5년 정도 이상 된 전기차들은 충전이 완료되면 충전 케이블을 제거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충전 케이블이 연결돼 있으면 미세하지만 충전 전류가 흐르고, 예상치 못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배터리 하부 충격 시 화재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전기차 운전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나?
- 이번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이 배터리 하부가 맞다면 하부를 보호하는 데 더욱 조심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해당 벤츠 차량이 좀 낮게 설계돼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하부가 높게 설계된 SUV 전기차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100%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짧은 시간에 현실화하지는 않을 거라 본다.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나올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와 기술들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6. 전기차 화재 진압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전기차 화재 진압 방식의 특성과 실제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전기차 화재, 그리고 전기차 화재 진압과 관련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소방 당국도 이런 매뉴얼을 갖춰 가고 있다.
흰색 연기가 나면 배터리 전해질이 타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수조나 물탱크에 통으로 담가야 한다, 아직 연기가 까만색이면 전선이나 모터, 내외장재가 타는 거니까 일반 소화기로도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같은. 이런 화재는 배터리로 옮겨가기 전에 빨리 진압하면 더 위험한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어쨌든 그렇게 연기 색깔을 보고 빨리 판단해서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까지 옮겨갔다면 해당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건 공기 차단이나 수조에 차량을 100% 담그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테슬라는 전기차 화재 시 필요한 물의 양을 배터리 부피의 1.46배라고 자기네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서 계산해 뒀다. 이런 것도 하나의 매뉴얼이다. 이런 매뉴얼들이 있으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주야장천 물을 붓는 게 아니라 전기차 모델별로 최적화된 수조를 만들어서 전기차 화재별로 대응하는 매뉴얼도 만들 수 있다.
7. 일반 소비자들이 전기차 포비아를 극복하고 전기차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 앞서 얘기했듯이 전기차는 아직 발전 초기 단계이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배터리 모니터링이 됐든 소재 기술이 됐든, 기계 기술이 됐든,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이 시간에도 안전을 위한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차 산업이 여전히 기술개발과 대중화의 과정에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기차를 타는 이유를 잘 인식하고 마음에 새기는 게 중요하다. 전기차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두 번째는 친환경을 들 수 있다. 내가 사는 지구를 후손들에게 좀 더 깨끗하게 남겨 주겠다. 그리고 내 아이가 타는 차가 기름 냄새나고 매연이 나오는 차가 아닌 친환경차다 이런 측면도 전기차를 선택하는 이유다.
환경을 지키는 데는 약간의 불편함이 항상 동반된다. 종이컵을 쓰면 편하지만, 텀블러나 머그잔을 쓰면 불편하듯이.
마지막으로, 전기차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기술의 산물이며, 앞으로도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차량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우려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개선을 지켜보면서 친환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전기차를 지켜보면 좋겠다.
※ 박태준 더헤일로 대표 프로필
[학력]
-한국교통대학교 전자통신공학
-KAIST 과학저널리즘 공학석사
[경력]
-전자신문사 취재기자(2010~2022년)
-더헤일로 대표(2024년~현재)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위촉(2021년)
-20대 대통령 인수위원회(기획 분과) 연구위원 위촉(2022년)
-저서: 충전 중인 대한민국 전기차(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