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융합 미래금융①] '인뱅 공룡' 카카오뱅크의 비밀병기 XAI

[커버스토리] 디지털포스트(PC사랑)-시장경제 공동기획 최근 3년 새 순이익 급증... "3Q 3556억" 카톡 연계 장점... "친숙한 UI·UX도 한몫" 새 동력은 '인공지능'... 상품·서비스 적용 AI실 100명 조직... "관련 비즈니스 준비" 이사회·대표 직속 거버넌스, 보안·편의↑

2025-11-28     정우교 기자
사진=카카오
  거대 은행뿐이었던 업계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것은 고객 편의를 돕기 위함이었다.  모바일 앱 환경을 통해 고객의 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하고 중·저신용자 금융지원도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8년여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고 어느새 전통사들을 넘보기 시작했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카카오뱅크다.  
출범 후발주자지만 '카카오톡' 기반 성장 가도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보다 출범이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성장세만큼은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중 가장 가팔랐다. 2017년 출범 이후 2020년 1136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원년이었던 ▲2021년 2041억원 ▲2022년 2630억원 ▲2023년 3549억원으로 늘어났다. 3년 만에 실적이 212% 폭증한 셈이다.   올해 3분기 카카오뱅크는 작년 같은 기간(2314억원)과 비교해 27.3% 증가한 3556억원의 누적 순익을 달성했다. 실적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의 몸집도 매해 불어났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수는 9월말 기준으로 2443만명이다. 이는 서울 인구(약 935만명)와 경기도 인구(약 1368만명)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수신잔액은 1년 만에 8조6000억원 증가한 54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여신잔액도 5조8000억원 불어난 4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어느새 총자산이 62조1593억원에 달하는 대형은행이 됐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월간 활성 이용자(MAU)만 4500만명을 넘나 드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송금할 수 있고, 카카오톡 가입자라면 카카오뱅크 앱 내 인증만으로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이용자 증가로 이어졌다.   
카카오
또 친숙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도 이용자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간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여·수신 금리에 주목했다. 은행들은 '금리 경쟁'으로 고객 니즈에 화답했고 얼마나 많은 이자를 내어주느냐가 시장의 우위를 선점하는 요건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등장 이후 업계의 경쟁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상품의 금리말고도 서비스의 확장성, 접근성에 다른 은행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사 넘보는 신흥금융... '앱 춘추전국'에 직면
카카오뱅크가 거둔 성과는 종종 전통은행과 비견된다. 3분기에 거둔 약 3500억원의 순익은 일부 지방은행의 성과를 웃돌고 MAU 등 디지털 지표는 현재까지 업계를 압도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업계에선 카카오뱅크의 순항이 앞으로도 이어지리란 전망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쟁사인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성장이 괄목할만하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고객 수도 케이뱅크는 1100만명, 토스뱅크는 1000만명을 각각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또 탄탄한 업력을 기반으로 한 전통사의 추격도 매섭다.  실제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가 공개한 3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전통은행의 디지털 지표는 대체로 '우상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의 MAU는 1200만명을 돌파했고,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엔 약 2100만명이 가입했다. 신한·하나은행의 고객·MAU도 계속 느는 중이다.  전통은행의 디지털 성장세는 ▲상품·서비스 증가 ▲이익 창출로 이어지고, 이는 인터넷은행의 고객 유출로도 불거질 수 있다. 동시에 은행의 모바일 앱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다는 것은 카카오뱅크만의 특징이 모호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카카오뱅크가 성장·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수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윤호영
 
새 동력은 '인공지능'... AI실 신설, 거버넌스 구축 
카카오뱅크는 새 동력을 인공지능(AI)에 찾은 모양새다. 상품, 서비스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분증을 탐지하거나 안면 위변조 탐지에 도입해 보안을 강화했다. 또한 상담내역을 요약하는 생성형 AI모델을 만들어 '인공지능 고객센터' 고도화에도 첫발을 내딛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mini 일기'에 AI를 적용했다.  오늘의 mini 일기는 카드 결제 이력을 분석해 자동으로 일기를 생성하는 서비스로 타깃 고객층은 청소년이다. 30~40대 일변도였던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은행은 AI에 대한 조직도 정비했다. 올해 초 AI실을 신설하고 사업기획, 엔지니어 등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100명에 달하는 인력들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금융보안에도 AI를 접목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카오뱅크는 또한 2월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이 센터에선 AI서비스 고도화, 맞춤형 콘텐츠 생산을 비롯해 금융과 연계한 서비스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카이스트 설명가능 인공지능센터와는 공동연구도 진행했다. 설명가능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은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관계자는 XAI에 중점을 둔 배경에 대해 "AI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특히 고객 설명 의무가 있는 금융서비스는 AI 투명성을 확보하고 오류·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역량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사회 직속으로 만든 AI 거버넌스도 눈여겨볼만하다. 카카오뱅크는 AI의 ▲안정성 ▲윤리성 ▲효율성을 확보하고 AI를 활용한 금융상품·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은행은 AI도입·활용하는 부서말고도 소비자보호, 정보보호 업무를 위한 거버넌스 조직을 구축했다.   
신재홍


AI에 방점을 둔 카카오뱅크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23일 열린 카카오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에서 신재홍 카카오뱅크 CTO(최고 기술 관리자)는 이러한 기조를 더욱 공고히했다. 그는 이날 "지금까지 AI 기술을 적용해 혁신을 이뤄낸 비대면 인증, 신용평가, 금융보안 외에도 더욱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는 AI 생태계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우수한 인재들과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 생태계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큰 혁신을 이뤄내 금융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동 취재단 : 디지털포스트(PC사랑) 편집국 이백현 기자, 시장경제 편집국 금융부 정우교 기자 현명희 기자, 경제정책부 김호정 기자